교회 안의 직무 두 달쯤 전이었을까, 교황청 외방선교회 총장직을 맡고 있는 잔끼Zanchi 신부님과 같이 한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나는 그에게 별 깊은 뜻 없이 가볍게 한 가지를 물었다. “곧 총회가 시작될 텐데 이번에 또 총장으로 선출되면 총 몇 년째 이탈리아에 머무르게 ..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2.01.30
가난한 자들의 희망 “빠드레 초이, 내 동생을 위해서 기도를 부탁해도 되겠나?” “왜? 무슨 일 있어?” “오늘 밤 미얀마를 떠날 거야. 일단 산을 타고 타일랜드로 밀입국했다가 거기서 다시 말레이시아로 가려는 계획을 세웠나봐.” 미얀마 출신인 쿠이싱링 신부가 불쑥 꺼낸 말이었다. 이미 결혼..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2.01.30
카피믹스 때문에 사람된 신부 이야기 이제는 이탈리아 커피 맛에 아주 익숙해 져서 기름진 식사를 마치고 나면 꼭 진한 에스쁘레쏘를, 그것도 더블로 마셔야만 그 느글거리는 느낌을 빨리 지울 수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이 곳을 떠나는 한 친구로부터 오리지날 한국식 다방커피 맛의 진수를 보여주는 ‘커피믹스’를 ..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2.01.30
말 없는 말 그 동안 못 보던 젊은 수녀님이 며칠 전부터 미사에 나오고 있었다. 얼핏 생김새가 말레이인도네시안 계통으로 보였다. ‘저 양반은 무슨 팔자를 타고 태어나서 이슬람이 대부분이 국가에서 가톨릭 수도자가 됐고 게다가 이 곳 로마까지 오게 됐을까’하고 맘 속 으로만 궁금해 ..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2.01.30
유리구슬과 마음 주일 아침, 여느 때처럼 의식이 들자마자 습관적으로 희미한 자명종 불빛을 통해 숫자들을 가리키는 막대들이 어디만큼 와 있는지 확인한다. 어젯밤, 작은 막대가 숫자 2를 막 지났을 때 내일 아침은 침대에 누워있을 수 있을 때까지 누워있자는 생각을 하면서 잠자리에 들었었는..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2.01.30
팩하는 신부 내가 어렸을 적에는 엄마와 누나들이 꼭 한 날을 잡아 얼굴 ‘팩’을 하곤 하셨는데 나는 언제나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어느 날이든 엄마나 누나들이 머리 위로 수건이 돌리고 앉아 있는 날이면 얼른 그 가운데로 쏙 끼어들어가 자빠지면서 맨 먼저 내 얼굴에 팩을 하는 액..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2.01.07
☆A 답답한 마음 - 기도하는 습관 “아니, 무슨 일로 도서관엘 다 오셨어요?” “질문 자체가 공부하는 사람한테는 거의 모욕 수준 아닌가요? 하하하” 오랜만에 도서관에, 그것도 내가 다니는 라떼란 대학도 아니고 그레고리오 대학 도서관에 내가 나타난 것을 본 동료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어떤 신부님은 나..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2.01.07
☆ 헌신짝 버리듯 양로원 아침 미사를 나가면서 신발 한 켤레를 챙겨들었다. 거의 삼년 동안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줄기차게 신고 다녔던 신발인데 이제는 너무 낡아서 밑바닥이 세기 때문에 더 이상 신을 수가 없게 되었다. 너무 정이 든 신발을 도저히 내 손으로 버릴 수가 없어서 한참 동안 방 ..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2.01.07
착각 작년에 로마 유학을 시작했던 한 친구가 한 학기도 채 끝내지 못한 채 귀국하게 되었다. 더 이상 학업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의 착하고 겸손한 성격이 맘에 들어서 오래 두고 천천히 사귀고 싶은 친구였..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2.01.04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지 않으면 성탄을 지내고 28일까지 사흘 간 한 해를 마무리하는 피정을 가졌다. 한국에 있었다면 아마 이런저런 연말 모임에다 여러 행사들이 겹쳐 연말에 이토록 조용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새벽에 집 근처에 있는 양로원에 미사를 다녀오는 것을 제외하고..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2.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