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공간, 빈 마음 내 방 침대 발치 쪽에는 구입한지 일 년 정도 된 소형냉장고가 하나 있었다. 뜨거운 여름이 오래 지속되는 동안에 더위를 식히는 데는 무엇보다도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켜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은 데다 또 가끔씩 한국에서 순례를 나온 신자 분들이 남기고 가는 한국 음식을 ..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2.01.30
☆ 사랑은 아무나 하나 요즘 들어 나의 친구들 사이에서는 다시 사랑이 화두가 되고 있다. 나쁘지 않다.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우리들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존재감과 뭔가를 나눌 수 있다는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으니까. 나는 그런 존재감과 풍요로움을 우리에게 나눠주는 사랑..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2.01.30
베고니아가 들려 준 이야기 이제는 해 뜨는 시간이 다시 조금씩 빨라져서 아침 미사를 마치고 나오면 저쪽 동편 하늘이 신랑을 맞는 새색시의 볼 마냥 발갛게 물들어 있다. 나도 설레는 마음이 되어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기 위해 동편을 향해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얼굴을 내밀 것 같았는데 꽤 오..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2.01.30
경찰은 언제 와? 몇 해 전, 총장신부님과 부총장신부님이 아프리카에 사목방문을 가시는 길에 이탈리아에 잠깐 들리셨을 때의 일이다. 그 당시 나는 막 로마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던 탓에 이탈리아말도 서툴렀었고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들은 물론이고 아직 로마도 낯설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먼 ..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2.01.30
형제적 공동생활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니까 아마 6살이나 7살 때의 기억인 것 같다. 내가 살던 동네에 내 또래라고는 몹시 사나웠던 여자 쌍둥이 자매 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줄 곧 형을 따라다니며 놀았다. 그 날도 해질녘이 가까워올 때까지 형과 형의 친구들이 함께 모여 있는 곳에 ..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2.01.30
콩깍지 부부 지난여름, 피정지도와 논문 교정 작업을 위해 캐나다에서 머무르는 동안 어느 신자 가정에서 한 달 정도 신세를 진 적이 있었다. 신부가 한 가정에서 그것도 여름 손님으로 한 달을 머무르면서 신세를 진다는 것이 보통 민폐 끼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2.01.30
혹세무민 신부님, 집 근처 성당을 갈 때 마다 한 캐나다 신자가 한국의 어느 지방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눈물 흘리는 성모상의 기적을 믿고 받아들이라면서 자꾸 귀찮게 하는데 이럴 때는 도대체 뭐라고 말해 줘야 할까요?” “그럴 때는 ‘당신 때문에 귀찮아서 울고 있는 나부터 좀 살..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2.01.30
마음이 촉촉해요. 잠에서 막 깨어났을 때까지도 깊어가는 가을의 스산함을 더해 주는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리고 있더니 미사를 마치고 밖에 나가보니 저편 하늘에서 태양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비가 내리면 비가 내리는 대로, 태양이 뜨면 태양이 뜨는 대로 가을은 나뭇잎이 지는 것을 볼 수 있는 ..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2.01.30
죽기 전에 사랑하기 6월 6일, 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이 지구상의 셀 수 없이 많았던 전쟁터에서 숨겨간 젊은 군인들의 영혼을 위한 위령미사가 정성스레 바쳐진다. 미사를 바치다보면 언젠가 읽었던 책의 한 부분이 꼭 머릿속에 떠오른다.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때 어느 이름모를 젊은 학도병 하나가..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2.01.30
먼지처럼 가볍게 며칠 동안 비가 내리더니 밤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제법 늦은 시간 창문을 열어 놓고 한참동안 밤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더니 기억조차 가물거릴 정도로 오래전에는 내가 별자리, 하늘, 우주 공간, 뭐 이런 것에 대해 큰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었다는 것이 문득 떠올랐다. 하긴 그 흔..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2.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