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누라야......” 두 달 동안의 영어 연수가 끝나던 날 저녁 ‘누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직장 관계로 다음 날 일찍 떠나야만 하기 때문에 잠깐 얼굴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누라는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 여성으로 영어연수 과정 중에 만났다. 누라는 항상 스카프로 얼굴을 ..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1.11.21
몸이 말해야 한다. 수업이 가장 많은 화요일, 마지막 9교시가 끝나고 나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중간에 한 번 갈아타야하는 콜로세움 앞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액센트로 보아 미국인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의 대화가 귀에 흘러들어왔다. “저 작..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1.11.21
나만의 비아그라 오전부터 몸이 찌뿌드하고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진다 싶더니 늦은 오후에는 열이 오르고 머리까지 멍해져 가을 햇살의 강한 유혹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뛰쳐나가지 못한 채 결국 이불 속으로 파고들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긴 내 몸이 강철로 만들어지지 않은 다음에야 그 동안의 ..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1.11.21
만일 그때 내가 알았더라면 지난 주일 미사를 마친 뒤 김 마태오 형제님의 가족과 베트남 국수집에 들러 점심 식사를 함께 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재밌게 나누면서 점심을 하던 중에 형제님이 갑자기 한 가지를 물으셨었다. “신부님, 내년에도 또 만날 수 있겠죠? 내년에는 좀 더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1.11.21
소유냐, 존재냐 저녁을 먹고 있는데 아프리카 ‘토고’ 출신인 라자로 신부가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와 할 말이 있다며 식사 후에 잠깐 시간을 내 달라고 부탁했다. 얼른 식사를 마치고 나가 영문을 물으니 ‘어디를 가야할 일이 생겼는데 기차표 살 돈이 없어서 20유로만 빌려 달라’는 것이었다...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1.11.21
길 잃은 별 하나가 머무는 자리 아름다운 내 사랑,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밤새 그렇게 지켜 주었다는 기쁨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별빛이 반짝이는 조용한 이 밤은 내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장 행복한 밤이 될 것이다. 그렇게 조용히 앉아 있는 우리 두 사람 주위로 별들은 마치 양 떼처럼 고요하게 지나갔다. ..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1.11.16
밴댕이 신부의 새벽 고백 나이가 들어 갈수록 속이 깊고 넓어져야 할 터인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 들어 부쩍 ‘밴댕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산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일년 가야 화 한 번 안내는 사람한테 별 말을 다한다’라며 애써 무시하는 척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정말 그런가?’하는 걱정이..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1.11.16
김장하는 날 오늘은 우리 공동체의 연례 행사중 하나인 김장하는 첫째날 이었습니다. 그 첫째 일이 지난 여름이 막 지나서 심은 1500포기의 배추를 뽑아서 헌 봉고차 뒷칸에 실고 수돗가로 날라 소금에 절이는 일입니다. 겨울비가 안개처럼 뿌옇게 내리는 가운데 수돗가에 형제들이 모여서 이..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1.11.16
계란 비빔밥 어떤 분이 메일을 통해 자신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에 대한 신선한 이야기를 보내 주셨다. 학교에 다녀와서 숙제를 한답시고 방에 들어간 아이가 잠시 뒤에 다시 쪼르르 기어 나와 할머니께 어제 먹고 남은 불고기를 보게 해달라고 조르더란다. 하도 아이가 졸라대기에 아이의..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1.11.13
기쁨과 즐거움 올 해 여든 하나가 되신 콜롬보 신부님은 함께 사는 신부님들 중에 가장 연세가 놓으신 분으로 매우 다정다감한 성격의 소유자이시다. 지난 번 자전거를 도둑맞았을 때도 나를 당신 방으로 불러 꼬깃꼬깃 접혀 있는 100 유로짜리 지폐를 건네주시며 ‘이거 보태서 더 좋은 것 사라..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1.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