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을 베풀 때에는 -야광조끼 겨울로 접어든 요즘에는 오후 네 시만 넘어도 벌써 깜깜해지기 시작한다. 저녁 시간이 짧아지다보니 저녁 식사 후에 천천히 걸으면서 즐기던 산책이 집 근처 공원까지 뛰는 것으로 바뀌었다. 로마의 밤거리는 너무 어두워서 위험하므로 거리를 뛸 때는 꼭 주황색 바탕에 은색 야..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1.11.13
여러분이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겪는 바로 그 상심이 오랜만에 창가로 들어오는 햇빛을 즐기고 있었다. 바닥 저 구석에 하얀 솜처럼 뭉쳐진 먼지를 주워 고개를 드는 찰라 백주白晝에 뜬 별을 가득 보았다. 열어 놓은 창문 모서리에 머리를 찧은 것이다. 혼자라 소용도 없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얼른 손을 가져다 대보니 다행히 피가 ..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1.11.13
“누가 나를 찾고 있는고 닭 날개를 아주 싸게 파는 수요일 저녁에 몇몇 친구들과 함께 바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맥주를 마시다보면 틀림없이 화장실에 들락거려야 하는데 테이블 안 쪽에 앉은 나는 귀찮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참을 때 까지 참다가 한 번에 해결할 생각이었다. 도저히 못참겠다 싶어 ..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1.11.13
입으로 테니스 치냐? 하루 종일 주로 책상에 앉아 생활하다보니 아무래도 운동량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몸 구석구석 관절들이 뻐근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언제부턴가 ‘두두둑’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십년이 넘게 안치던 테니스를 다시 시..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1.11.06
빡빡머리 깍은 날 두 달 전쯤 캐나다에서 머리를 깎은 뒤 지금까지 차일피일 머리 깎는 일을 미루다보니 어느 새 더벅머리 총각이 되어버렸다. 오랜만에 들른 단골 이발소는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평소에 내 머리를 깎아 주던 이발사는 이미 다른 손님의 머리를 깎고 있어서 할 수 없이 처음 보는 ..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1.11.06
세상에서 가장 비싼 짜장면 로마에 돌아오기 전 밴쿠버에 잠깐 들렀을 때 생긴 일이다. 시내에서 식료품점을 하시는 이모부를 따라 외할머니와 함께 대형 할인점에 가서 수 백 만원 상당의 담배를 구입한 뒤 차에 싣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모부는 그 날 오후 비행기로 로마를 향해 떠나가는 내게 맛있는 점..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1.11.06
아몬드와 만돌레 점심시간이 끝나면 이 곳 이탈리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호두, 땅콩 등을 비롯한 견과류를 까먹으며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는데 갑자기 오늘은 그 모여 노는 꼴이 꼭 원숭이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된 견과류들 중에 겉껍질이 너무 단단하고 내게는 낯선 한 종류가 있어 이탈..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1.11.01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 NON MEA, SED TUA!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때 독일의 주교들은 전장으로 떠나는 젊은 독일 병사들 앞에서 '하느님께서 이 젊은이들과 함께 하시어 그들의 목숨을 지켜주시고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주시라'는 기도를 바쳤다. 한편 미국의 주교들은 마찬가지로 젊은 미국 병사들 앞..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1.10.31
☆★☆ 선인장은 하느님이 그립다. - 하느님의 침묵 선인장이라는 이름으로 한 자매님이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현대 의학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중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그 자매님은 며칠 전 내가 올린 아프리카의 아이들에 대한 글을 읽고 그 ‘우리들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지금 겪는 고통을 잘 참아 견디겠다는 글을 ..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1.10.30
☆★☆ 세상 이쁜 놈, 콩알만한 그리스도인 이틀 간 연이어 시험을 치르고 난 뒤 약간 무겁게 느껴지는 몸을 이끌고 이 곳 로마에서 교회법을 공부하는 신부들의 모임에 나가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갔다. 75번 버스 종점에 있는 조그만 공터는 보라색 봄꽃들과 봄햇살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쳐났다. 멍하니 벤치에 .. 강론 말씀 (가나다순)/최 강 신부님 2011.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