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미사를 마친 뒤 김 마태오 형제님의 가족과 베트남 국수집에 들러 점심 식사를 함께 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재밌게 나누면서 점심을 하던 중에 형제님이 갑자기 한 가지를 물으셨었다.
“신부님, 내년에도 또 만날 수 있겠죠? 내년에는 좀 더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요? 하하하 내일 일도 잘 모르는데 제가 어떻게 내년 일을 약속할 수 있겠어요?”
“하하하 그렇죠, 그렇죠. 그럼 일단은 올 해 로마에 가기 전에 꼭 한 번 더 만나는 걸로 합시다.”
결국 형제님이 잘 안 쓰는 쎌폰이라면서 캐나다에 머무르는 동안 편안하게 사용하라고 하시기에 몇 번 실랑이 끝에 결국 손에 쥐게 되었고 나는 그 쎌폰을 돌려드리기 위해서라도 꼭 한 번은 그 분을 만나 뵐 수밖에 없게 되었었다.
그런데 어제 오후 바로 그 전화기로 김 마태오 형제님께서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우리들의 삶이라는 것이 이리도 덧없다. 버스 안에서 한참을 멍하고 앉아 있자니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만일 그 때가 지상에서의 마지막 만남이라는 사실을 내가 알았더라면 맛있는 베트남 국수를 얻어먹고도 고맙다는 인사 대신에 ‘다음에는 제가 살께요’라는 말로 얼버무리고 말았을까? 아니 내가 기를 써서라도 국수 한 그릇 대접해 드렸겠지.
만일 그 때가 지상에서의 마지막 작별이라는 사실을 내가 알았더라면 별 성의 없이 고개만 연신 숙이면서 인사를 대신하고 그리 쉽게 돌아설 수 있었을까? 아니 돌아서서 가시는 길, 점 하나의 마지막 모습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에까지 마지막 인사로 큰 절이라도 드리고 있었겠지.
나는 내일 죽을 것이니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마다 정성을 다해 섬기자는 그 동안의 내 마음 속 결심들이 너무나 무색하고 부끄럽게도 김 마태오 형제님은 이제 얇은 미소를 지은 채 영정 속의 사진 속에서 나를 또 반기고 있다.
만나면 헤어지고 태어나면 죽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지만 이렇게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나는 또 한 번 통회의 눈물을 삼킨다. 만일 그 때가 마지막 만남이라는 사실을 내가 알았더라면...... 모든 순간은 그때가 마지막인 것을 더 깊이 깨달았더라면......
“잊지 말아라, 죽음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과 무덤에 갈 시간을 너는 모르고 있다는 것을. 죽기 전에 친구들에게 좋은 일을 하고 네 힘껏 그들을 도와주어라.”(집회13,12-13)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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