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깨진 성모님께
팔도 제법 움직이고
오랜만에 집에 오니
기분이 짱이에요.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막춤을 추었지요.
거실 제일 좋은 자리에
웃고 계신 성모님이 보였어요.
수술 받느라 집을 비운 사이
아빠가 찾아서 내놓으셨네요.
10년이나 골방에 넣어 두고
잊고 살았던 성모님이에요.
어릴 때 성모님을 쳐다보면
표정이 그날그날 달랐어요.
어느 날은 웃으시고
다른 날은 화내시고
가끔은 슬퍼 보였지요.
잘못한 일이 있으면
슬슬 눈치를 살폈지요.
으쌰으쌰 흔들다가
성모님 얼굴을 보았어요.
‘어쩌나, 성모님 코가 깨졌네.‘
‘이제야 알아서 죄송해요.’
코 깨진 성모님은
살피지 않았다고 화내지 않으셔요.
지금은 분명 웃고 계셔요.
춤추며 즐거워하는 저를 보시고
기분이 좋으신 게지요.
어때요? 성모님?
제가 행복하니 좋으시지요?
우리 같이 춤춰요.
쑥스러우시면 구경만 하시든지
대신 귀엽게 윙크해드릴게요.
코 깨진 성모님! ‘찡긋’
우쭐우쭐 흔들다가
마주치면 ‘찌잉긋’
'신앙 고백 > 레지나의 졸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환자를 위로할 때는 (0) | 2008.08.28 |
---|---|
암환자들은 (0) | 2008.08.28 |
토마스의 고백처럼 (0) | 2008.08.28 |
눈썹문신 (0) | 2008.08.28 |
참을 수 없는 행복의 가벼움 (0) | 2008.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