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레지나의 졸시

눈썹문신

김레지나 2008. 8. 28. 20:02

 

눈썹문신

 

온 몸에 돌이 생기는 이상한 병을 앓아

혼자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고통 속에서

시를 쓴다는 남자를 다큐에서 만났다.

그가 오직 의지하는 엄마의

환한 미소가 놀라웠다.

미소보다 놀라운 건 엄마의

눈썹문신이었다.

저 힘겨운 마음에 눈썹문신 할 여유가 있었을까?

 

오늘에야 조금 알 것 같다.

병원 지하에서 엄마가 사준

병아리 아플리케가 예쁜 꽃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거울 속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수술 부위의 철침도 빼지 않은

암환자처럼 보이지도 않고

호호 참 좋다.

 

이런 여유가 기적이다.

나보다 더 아픈 그 시인에게도

고통을 함께 안은 그 엄마에게도

 

눈썹문신이 기적이다.

예쁜 티셔츠가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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