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묻힌 보물/책에서 옮긴 글

애걸하시는 하느님 / 글로리아 폴로 오르티츠 작 <벼락을 맞았습니다.> 중에서

김레지나 2018. 10. 9. 21:12

 마침내 제 "생명의 책" 겉장을 덮었을 때,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큰 부끄러움과 슬픔이 제게 밀려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살아가는 동안 창조주 하느님 아버지께 얼마나 사악하고 배은망덕하게 행동했는지를 깨닫고는 그것을 몹시 후회하면서 느낀 고통은 그보다 훨씬 더 엄청났으며 견디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지은 모든 대죄, 특히 너무도 불결한 정신과 타인에 대한 지독한 무관심과 가혹하고 비열한 모든 감정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는 항상 저를 찾으셨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찾아 오셔서 저를 따라다니시면서 제가 당신께로 되돌아가려는 의지를 표현하는 순간을 기다리셨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도구인 사람들을 늘 제 인생의 여로에 보내셔서 저와 마주하게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을 통해 제 마음을 움직이고, 제가 당신께 돌아올 수 있게 배려하셨습니다. 당신의 도구로 쓰신 사람들을 통해 제게 말을 걸어오셨고, 당신께주의를 돌리도록 하셨고, 종종 아주 큰 소리로 저를 부르셨습니다.

  또한 제 삶을 반성할 수 있도록 제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 가셨습니다. 제게 힘든 시련과 힘든 시간을 주셨습니다. 제가 인생의 모든 것에 실망하도록 어려움도 안겨 주셨습니다. 이 모든 것이 오로지 저를 당신께 다시 돌아오게 하기 위해, 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아버지의 집으로 인도하기 위해 하신 일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정말이지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며 저의 의지 표현을 기다리셨습니다. 그분께서는 단 한 번도 제 자유의지를 꺾으신 적이 없습니다. 제가 그 수많은 부르심과 기다림을 깨닫고 제 자유의지로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은 우리 아버지이신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압니까? 그분은 마치 구걸을 하기 위해 따라다니는 거지처럼 우리 삶의 여로에서 바로 우리 옆에 서 계십니다. 그러면서 마치 거지처럼 항상 우리에게 끊임없이 애걸하시고, 우리 뒤를 따라오시며, 종종 귀찮게도 하십니다. 그분은 돌처럼 굳어 버린 우리 마음을 부드럽게 하시려 울기도 하십니다. 우리가 당신을 냉대하고 당신께 신경도 쓰지 않거나 못 본 체할 때마다, 그분은 그 거룩한 성심 깊이 슬픔을 느끼십니다.

  그분은 자주, 마치 십자가에서 그러셨던 것처럼 당신을 낮추십니다. 우리가 회개하여 변화됨으로써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오게 할 목적으로 말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그분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주님, 저를 지옥에 떨어뜨린 분이 주님 아니신가요?"

  이 말을 할 때 제가 얼마나 비겁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분께서 저를 벌하신 게 아니라, 이미 제 자유의지로 모든 죄악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제가 추구하는 즐거움과 쾌락에 따라,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주셨고 또 그것을 언제나 존중하신 자유의지에 따라 제가 직접 결정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제 아버지와 그 일족을 제가 선택했던 것입니다.

  제가 선택한 아버지는 하느님 아버지가 아닌 사탄과 그 졸개들이었습니다. 저는 그것들을 제 삶의 아버지이며 지도자로 받들었습니다. 사탄의 의지와 거짓말에 따라 제 삶의 방향을 정했습니다. 그와 그의 속임수가 가련한 제 인생의 유일한 의미였습니다. (p.177-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