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15년

☆ 성모님께서 주신 영상 편지 (위령성월에 -2-)

김레지나 2015. 11. 15. 14:50

성모님께서 주신 영상 편지

(위령성월에 2)

 

 

루르드로 보낸 쪽지

 

  시월 중순에 루이제 언니에게서 카톡이 왔습니다.“다음 주에 루르드 가시는 분들이 있어서 레지나씨 위한 미사 봉헌 부탁하려구요. 미사 지향을 보내주시면 그대로 적어서 봉헌할게요.”

  루르드는 1858년, 성모님께서 14살 소녀 베르나데트에게 발현하셨던 성지입니다. 성모님은 당신을 ‘원죄 없이 잉태된 이'라고 소개하면서 죄인들을 위해 기도할 것을 명하셨습니다. 루르드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회심과 내적, 외적 치유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언니의 마음이 고마워서, 기도 지향을 잘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하느님의 생각은 우리 생각 위에 드높이 있기 때문에(이사야 55,9 참조), 혹여 하느님께서 제 건강 대신에‘영원한 생명’이나 ‘예수님을 닮는 것’과 같은 은총이 훨씬 더 좋지 않느냐?‘하고 권하실까봐, 콕 집어‘질병의 치유’를 부탁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저를 괴롭히는 <모든 질병>에서 낫기를 원합니다. 제게 <이 세상에서의> 건강을 더 허락해주세요."라고 써 보냈습니다.

 

연옥 영혼을 위한 기도

 

  루르드 성모님께 전구를 부탁한 일은 금세 잊어버렸고, 저는 열이 38.5도가 넘는 감기로 된통 고생을 하다가 위령성월을 맞았습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특별히 위령성월에 연옥 영혼들이 하루속히 천국의 영광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기도를 바칩니다. 저는 매년 11월 1일부터 8일까지 연옥영혼들에게 전대사를 양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애써왔는데, 올해는 유독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기도해드릴 분들이 올봄에 요양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기도 모임을 같이 하며 정이 들었던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첫 날에는 유방암 폐전이로 세상을 떠난 사비나 언니를 위해 기도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고 보면 늘 고통이 은총이었어.’라고 하시던 언니는, 병원을 떠나는 날 아침 일찍 제 병실로 와 기도를 부탁하셨습니다. 언니와 저는 그저 끌어안고 울었습니다.

  사비나 언니의 영혼을 위해 참례한 미사에서 신부님께서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라고 하는‘식사 후 기도’를 열심히 바칠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갑자기 분심이 들었습니다. ‘내가 하는 8일간 기도가 정식으로 교회에서 보증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지?’걱정이 되어 예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예수님, 사비나 언니, 안나 언니, 글라라 언니, 세실리아 언니, 네 언니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저는 지금껏 교회가 그리 가르친다고 철썩 같이 믿었습니다. 아무튼 제 믿음대로 바로 천국에 들도록 해주세요. 꼭, 꼭 교회의 가르침이어야 합니다. 아니라면 너무 마음 아프잖아요. 언니들이 저한테 기도를 부탁하셨다고요.”

 

성모님께서 주신 영상편지

 

  그날 저녁이었습니다. 뜬금없이 루이제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성지순례 일행 중 한 명이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못 가게 되는 바람에, 당신이 대신 루르드에 가서 순례 기간 내내 저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셨답니다.

  언니가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레지나, 근데, 같이 치료 받던 사람들 중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 있어?”

  “예, 네 명이요.”

  네 명의 언니들 이름을 외우며 손꼽아 기다렸던 터라 즉시 대답했습니다.

  루이제 언니가 화들짝 놀라며,“어머나, 소름 돋는다.”하셨습니다.

  루이제 언니가 루르드를 떠나는 날, 어두컴컴한 새벽길을 달려 성모님 발현동굴을 한 번 더 찾아가 저의 치유를 청하는 기도를 했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영상이 보였답니다. 큰 수녀님 한 분과 네 명의 작은 수녀님이 보였는데,‘넷’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풀지 못하면 분명 거짓 환시이려니 생각하셨답니다. 아무래도 성령께서 주신 환시가 아닌 것 같아서 저한테 물어보지 않으려 하셨답니다.

  반가운 마음에 언니에게 자세히 물었습니다.

  “응, 밝은 회색빛 벽이 보이는 수도원 실내 같았어. 커다란 장상 수녀님이 한 명 앉아 있고, 네 명의 아주 작은 수녀님이 그 큰 장상 수녀님을 바라보며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자세로 앉아 있었어. 작은 수녀님들의 표정은 참 편안해 보였어. 간절한 것도, 고통스러운 것도 아니고 그저 고요하고 담담한.....”

  “어머나. 맞아요. 네 명! 언니들이 제 기도를 기다리고 있었나 봐요.”

  “큰 수녀님의 얼굴은 정확히 안 보이는데, 앞에 있는 네 명의 수녀님들 때문에 마음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루이제 언니는 제가 세상을 떠난 환우들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거나 의기소침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시며, “레지나가 그분들 때문에 어떤 불안이나 좌절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느님께서 어떻게 이끄실 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힘내요.”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돌아가신 언니들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하지만 슬퍼하고 실망하지 말라는 메시지는 아닌 것 같아요. 오늘부터 네 언니들을 위한 기도 시작했는걸요. 곧 그 언니들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을 건데요. 제가 언니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면서‘교회의 가르침이 맞나’하고 지나치게 걱정하니까, 성모님께서 제 걱정에 대한 답을 주신 거네요.”

  루이제 언니가 말했습니다.

  “돌로 된 수도원이었어. 어두운 회색은 아니고, 석고보드 같은 색인데 훨씬 더 밝고 베이지색과 분홍색이 살짝 비추는 듯해서 더 고요한 분위기를 만들더라구. 벽에 있는 단순한 무늬가 분위기를 더 품위 있게 만들었구. 한여름 서늘한 실내에 고요히 앉아 기도하는 뭐 그런 분위기....”

  “아, 그래요? 천국과 가까운 연옥의 상태를 색깔로 표현한다면 아마 그런 회색이겠지요? 언니들이 이미 천국에 들었을 수도 있지만, 암튼 제가 그 언니들이 연옥에 있을까봐 기도하고 있으니까 그런 분위기에서 보였나 봐요. 돌아가신 언니들도 저도 설레는 마음으로 천상 기쁨에 참여할 때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렇게 부드러운 분홍빛도 섞였을 거구요.”

  “그래. 맞다. 그런가보다.”

  “그리고 세상을 떠난 언니들도 저도 세례 받았고 하느님의 신부로 창조된 사람들이니까 수녀복을 입고 있었나 봐요. 연옥에서는 세상에서보다 더 큰 사랑으로 기도한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기도하는 모습이었을 거구요.”

  루이제 언니는 “아무튼 성모님께서 레지나가 원하는 걸 다 알고 계신다는 거네요.”하고 위로해주셨습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떴는데, 퍼뜩 생각이 스쳤습니다.

 ‘맞아. 연옥 영혼들은 이미 하느님을 뵈었기 때문에 믿음의 공로가 없지만, 이 세상 신자들은 믿음의 공로가 있어. 그래서 내가 그렇게 몸집이 컸던 거야.’

  돌아가신 안나 언니를 위해 미사참례 하러 가기 전에 루이제 언니에게 전화했습니다.

  “저는 아직 이 세상에 있어서 믿음의 공로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크게 보였던 거여요.”

  “아, 그렇겠구나. 솔직히 그 큰 장상 수녀가 정말 레지나일까? 한참 생각했어. 레지나가 커도 너무 큰데? 싶은 거야. 장상 수녀님과 앞의 네 수녀님의 크기를 비교하자면 어른과 너댓살 먹은 어린아이쯤 될 거야. 그래도 어린 아이 얼굴은 아니고 어른 얼굴이었어.”

  언니가 그제야 자세히 이야기해주시는 것으로 보아, 전날의 대화로도 장상 수녀님의 큰 덩치가 여전히 수수께끼였나 봅니다.

  “그리고 큰 수녀님 옷은 분명 수녀복인데, 치마폭이 엄청 넓었어. 중세 시대 부풀린 드레스처럼.”

“그래요? 큰 치마폭에 작은 영혼들을 많이 품을 수 있다는 뜻일까요? 앞으로 더 열심히 기도하라고요. 겨자씨만한 믿음으로 산도 움직일 수 있다는데, 큰 믿음으로 드리는 기도는 천국에 들기만을 고대하는 연옥 영혼들을 단번에 정화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 재미있네요.”

 

천상 엄마, 성모님

 

  저는‘세상 것’을 청하는 쪽지를 루르드로 보냈는데, 성모님께서는 '영원한 생명' 영상편지를 보내오셨습니다. 제가 원하는 답은 아니었지만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나흘 연속 미사참례를 하는 것이 힘에 부쳤는지 도로 지독한 감기로 자리에 누웠습니다. 급기야 일흔 여덟 친정 엄마가 제가 요양하고 있는 곳까지 오셨습니다. 열이 오르고 기침이 심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신기하게도 엄마랑 같이 지내는 날부터 푹 잘 수 있었습니다. 당신도 기운이 없으신데, 있는 힘을 다해 마사지를 해주실 때면 아옹다옹해도 엄마가 제일이구나 싶었습니다. 문득‘성모님 마음도 친정 엄마 마음이겠구나. 내 고민이 시작되기도 전에 애틋한 사랑으로 영상편지를 준비하셨겠지.’하는 생각으로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성모님께서 치유 약속은커녕 감기까지 더해 아프도록 내버려두신다 싶어서 삐칠락 말락 했었는데, 친정 엄마가 옆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잠을 푹 잘 수 있었듯이, 천상 엄마가 계시는 것만으로도 안심이겠다 싶으니 한결 기운이 났습니다.

 

  “엄마, 천상 엄마, 수수께끼 영상 편지 재미있었어요. 고맙습니다. 엄마가 제 곁에 계시니 참 좋아요. 네. 성인들의 통공에 대한 믿음으로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갈 준비를 잘 할게요. 이 세상 떠나는 날까지 엄마 손 꼭 잡고 힘을 낼게요.”

  “아빠, 하느님! 주님의 어머니(루카1,43)를 저희 모두의 엄마가 되게 해주셔서(요한 19,26-27) 고맙습니다. 아빠, 최고!”

 

                                                     2015년 11월 15일 엉터리 레지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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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사후까지 미칠 수 있으며 서로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죽음의 경계 너머까지 계속되어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수세기 동안 그리스도교의 근본적인 확신이었으며 오늘날에도 위안의 이유가 됩니다. 우리는 그 누구도 온전히 홀로 동떨어진 섬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의 삶은 서로 관련되어 있고, 수많은 관계를 통하여 함께 연결되어 있습니다. 혼자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혼자 죄짓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혼자 구원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이루는 것에서 다른 이들의 삶이 끊임없이 내 삶 안으로 들어옵니다. 반대로 내 삶도 다른 이들의 삶에 흘러 들어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위한 나의 기도는 심지어 그가 죽은 다음에라도 그에게 무관한 외적인 것이 아닙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48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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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들의 통공]

  아들아, 백여 년 전부터 물질주의는 어둡고 짙은 그늘처럼 상당수의 인류를 뒤덮고 있다. 그것은 내 신비체인 수많은 신자와 사제들의 영혼까지 어둡게 하여, 위대하고 활기차고 참되고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작용하는 ‘영적 실재’인‘성인들의 통공’교리를 깨닫지 못하게 하였다.

  성인들의 통공의 위대함과 능력, 생명과 사랑으로 고동치는 활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니, 내 자비로운 성심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그 신비로운 교환을 이해시킬 수 있는 적절한 말이 인간의 언어에는 없다.

  이를 이해한 사람은 아주 드물다. 추상적으로만 믿는 것이 아니라, ‘통공’안에서 천국의 복된 영혼들과 연옥에서 대기 중인 영혼들과 세상에서 전투 중인 형제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살고 있는 사제도 아주 드물다.

  죽음은 영혼들의 활동을 종식시키는 것이 아니다. 죽음의 더 정확한 표현은 ‘통과’이다. 시간에서 영원으로 건너가는 것이다. 그러니 이로 인해서 선이건 악이건 영혼의 활동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생명은 이어진다]

  아들아, 생명은 무덤 저쪽에서도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분명히 알려야 한다. 믿음의 표를 가지고 너희보다 먼저 간 사람들은 연옥에 있든지 천국에 있든지 여전히 너희를 사랑하고 있는데, 모두가 세상에 있을 때보다 더 순수하고 더 열렬하고 더 큰 사랑으로 사랑하고 있다. 그들은 너희가 삶의 힘든 시련을 극복하고, - 그들이 이미 했던 것처럼 - 너희도 삶 자체의 목표인 결승선에 도달하도록 도와주고픈 열망으로 고무되고 있다. 그들은 너희 영혼을 위협하는 모든 위험과 함정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너희에 대한 그들의 도움은 너희의 믿음과 그들을 향한 길로 접어드는 너희 자유의지, 기도 및 하느님과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녀께 전구하면서 너희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그들에 대한 신뢰의 정도에 따라 상당한 부분이 결정된다.

  사제와 신자들이 성인들의 통공 교리에서 끌어낼 수 있는 은총과 도움과 선물이 무궁무진한 자원임을 의식하고 생생한 믿음으로 고무된다면, 악의 세력에 대한 그들의 능력이 백 배나 더 커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내 거대한 가정을 헤아릴 수 없는 재산과 능력으로 부요하게 하였고, 패배를 모르는 무한하고 영원한 사랑의 힘으로 이를 굳건히 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옷타비오 미켈리니 몬시뇰에게 전하신 말씀 /

                                                   <아들들아, 용기를 내어라>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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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자녀들아, 오늘 나는 너희가 매일 연옥에 있는 영혼들을 위해서 기도하라고 너희를 부르고 싶다. 모든 영혼은 하느님과 그분의 사랑에 이르기 위해서 기도와 은총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자녀들아, 연옥 영혼을 위해 기도함으로써, 너희는 새로운 전구자들을 얻게 된다. 그들은 너희가 살아가는 동안 ‘모든 세속적인 것은 중요하지 않으며, 너희가 얻고자 노력해야 하는 것은 오직 천국뿐’이라는 것을 깨닫도록 도와줄 것이다. 사랑하는 자녀들아, 그러므로 너희 자신과 너희 기도를 통해 기쁨을 누리게 될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도하여라. 나의 부름에 응답해 주어서 고맙다.”

                                              (메주고리예 성모님께서 미리아냐에게 하신 말씀)

 

========================================= ^^ 길어서 죄송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