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강요셉 신부님

.5월 29일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 우리의 순교는

김레지나 2015. 6. 4. 20:54
5월 29일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약육강식의 세상입니다. 너를 밟아야 내가 올라갈 수 있고, 내가 살기 위해 네가 죽어야 되는 세상입니다. 이러한 세상에 하느님께서 오셨습니다. 우리를 진정한 사랑과 행복의 길로 이끄시기 위하여 오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당신 자신을 바치십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십니다. 십자가의 사랑은 우리에게 승자독식의 길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나눔의 길을, 내가 승리자가 되기 위해 너를 패배자로 만드는 길이 아니라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십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순교자들의 죽음은 이 땅에 생명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작년 8월 16일 그분들의 순교의 현장인 광화문 광장에서 거행된 시복식은 "눈물로 씨 뿌리던 사람들이 환호하며 거두리라"(시편 126)는 시편의 기도를 떠오르게 합니다.  
 
순교는 죽음이 아니라 생명입니다. 순교자들은 세상에서 자신의 목숨을 잃음으로써 생명을 얻었습니다. 그 생명은 순교자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이 나라 이 땅에 주어지는 우리 모두의 것으로 주어지는 은총의 선물입니다.  
 
순교자들은 자기 개인의 구원만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았습니다. 순교는 모두를 살리기 위한 죽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생명과 진리에로 이끄시기 위하여 당신의 목숨을 바치십니다. 그래서 그분의 죽음이 우리를 살리는 생명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나를 위해 희생 제물로 바쳐지시는 그분의 몸인 성체를 미사 안에서 받습니다. 예수님은 나를 위해 죽으십니다. 나는 그분의 죽음으로 생명을 얻습니다. 그분은 죽으셨지만 이제는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  
 
나도 나의 목숨을 주님을 위해 바칩니다. 내 안에 꿈틀대는 욕망이라는 자아가, 나의 욕심과 집착과 자신만을 위하고자 하는 이기심의 경향이 내가 지니고 살아가는 목숨입니다. 나는 이 목숨을 지키기 위해 부질없는 싸움 속에 살아왔습니다. 내 목숨을 건지기 위해 너를 밟았고, 이 목숨을 지키기 위해 너를 패배자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나를 위해 주님은 당신의 목숨을 바치십니다. 그래서 내가 살아났습니다. 이제는 내 안에 그분의 생명이 함께 하심을 믿습니다. 그래서 나도 나의 목숨을 그분을 위해 내어 놓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순교입니다. 내 욕망의 절제, 자기 중심의 이기심을 버리고 너를 위해 손을 내어주는 순간이 내가 죽는 순교입니다, 여전히 마음에 있는 미움과 분노와 같은 격정에 무너지지 않고 하느님께 자비를 청하며 기도할 때가 내 목숨을 잃는 순교입니다. 끊임없이 나를 흔들고 잡아 끄는 유혹에 "아니오"라고 말하며 견디어 내는 순간이 우리의 순교입니다.  
 
세상의 논리와 가치는 우리에게 살기 위해 너를 버리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가정을 버리고 공동체를 버립니다. 하지만 가정과 공동체가 죽으면 그 속에 살아가는 나도 함께 죽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정과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내가 죽는다면 나의 죽음으로 가정이 살고 공동체가 다시 살아납니다. 그때 그 속에 있는 나도 함께 살아나는 것입니다.  
 
목숨에 연연하는 삶이 아닌 참 생명을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살아있는 삶이 무엇인지 주님으로부터 배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생명을 누리고 살아가며 함께 승리하는 길을 순교자들의 삶을 통해 깨닫고 싶습니다.  
 
강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