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강요셉 신부님

.2015년 5월 30일 연중 8주간 토요일 / 머리가 나빠서 모르기도 하지만 마음이 나빠서 모르기도 합니다.

김레지나 2015. 6. 4. 20:53
2015년 5월 30일 연중 8주간 토요일 
 
우리는 모든 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머리가 나빠서 모르기도 하지만 다른 경우는 마음이 나빠서 모르기도 합니다.  
 
머리가 나빠서 모르는 것은 반복해서 가르치면 알 수 있지만 마음이 나빠 모르는 것은 예수님도 어쩔 수 없으신 것 같습니다. 그 마음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이 예수님께 다가 와 그분의 권한에 관해 묻습니다. 그들은 성전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이들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간직하고 하느님 예배의 중심인 성전을 지키며 봉사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습니다.  
 
성전의 형식과 관례에 얽매인 그들은 관습을 넘어 자유롭게 가르치시며 행동으로 사랑하시는 예수님 그분이 살아계신 하느님의 말씀이심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들의 눈은 율법과 형식의 준수 여부만을 감시하였지 성전의 주인이신 말씀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들이 예수님의 권한을 문제 삼았던 장소는 성전 뜨락이었고,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시어 성전 뜰을 거닐고 계실 때였습니다. 하느님을 섬기는 성전주의자들인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하느님의 말씀이신 예수님을 성전의 중심에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섬기던 성전의 중심에는 하느님이 아닌 자기 자신이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도 하느님의 성전을 지키고 봉사하라고 부르심 받은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성령의 궁전으로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받은 사람들이고, 하느님이 머무시는 거룩한 집으로서 우리 가정과 공동체, 그리고 교회와 세상을 돌볼 책임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성전에는 하느님의 말씀이 모셔져 있어야 합니다. 사랑이신 하느님을 간직한 곳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나에게 맡겨진 하느님의 성전 중심에는 누가 모셔져 있는 것일까요? 
 
하느님을 섬긴다는 성전주의자들의 무지는 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 죄는 성전의 중심에 하느님 대신 자기 자신의 의로움을 올려 놓은 것입니다.  
 
그 죄가 마음을 어둡게 하여 말씀이신 하느님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마음이 나빠서 예수님께 "모르겠소" 하고 대답한 이유입니다. 
 
나 자신이 스스로 의롭다 생각하는 마음과 다른 사람에 대한 판단과 비난이 우리 마음의 중심에 놓여 있다면 우리 역시 예수님게 다가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로?" 하고 묻는 성전주의자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성전의 주인은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들은 성전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봉사자들일 뿐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간직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모시는 성전이 교회이고, 공동체이고 우리 가정이며 또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가 섬기고 봉사하라 맡겨진 성전의 중심에 누구를 모시고 있는지 물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입니까, 아니면 우리 자신입니까? 법과 절차의 준수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성전 봉사자들의 책임이 다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를 찾아와 성전 뜰을 거닐고 계시는 주님을 우리들의 성전 안으로 모셔야 합니다.  
 
말씀을 듣고, 말씀 안에 기도하며, 거룩한 성체를 모시고 성체성사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참된 성전 중심의 삶이며 하느님을 진정으로 아는 길입니다. 하느님을 아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입니다. 하느님을 이해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사랑할 때 우리는 그분을 알게 됩니다.  
 
"나는 내 영혼을 지혜 쪽으로 기울였고, 순결함 속에서 지혜를 발견하였다."(집회 51,20)는 집회서의 말씀처럼 그분께 우리의 마음을 향하고 거짓없는 순결한 마음으로 주님의 말씀과 사랑을 내 마음의 성전에 모시는 삶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강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