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강요셉 신부님

.6월 1일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 / 세상은 우리에게 맡겨진 하느님의 포도밭입니다

김레지나 2015. 6. 4. 20:50
6월 1일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 
 
세상은 우리에게 맡겨진 하느님의 포도밭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세상과 교회, 가정,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는 포도밭을 내주셨고 우리는 그분께 소출을 바쳐야 되는 소작인들입니다.  
 
하느님을 믿고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우리의 본성 깊은 곳에는 자기가 주인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선악과의 원죄 이야기는 하느님의 것을 자기 것으로 소유함으로써 "하느님처럼 되리라"는 사탄의 유혹에 굴복한 어리석은 욕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욕망은 스스로 주인이 되고 싶어합니다. 나에게 맡겨진 포도밭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고 자신의 권한 안에 통제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다 결국에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느님 마저도 내 욕망을 위해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삼아버리는 것이 죄의 무서운 현실입니다.  
 
정치인에게는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시민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봉사하도록 권력이 주어졌습니다. 경제인에게는 성장과 배분이라는 공동선익을 위해 재물이 맡겨졌습니다. 종교인에게는 사랑과 정의, 평화를 위해 교회가 맡겨진 것입니다. 그것이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당신의 포도밭입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권력과 재물과 권한 속에서 인간의 욕망은 자기가 주인이 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나에게 맡겨진 권력과 재물과 권한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내 것'이라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그것이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죄의 뿌리이며 원죄의 흔적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우리를 깨우쳐 주시고자 무수히 많은 당신의 종들을 보내셨습니다. 급기야 마지막으로 "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 하시며 당신의 아드님까지 보내십니다. 오늘 복음은 이천년 전 유다인들에게 하신 말씀 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세상의 죄인들 이야기만도 아니라 하느님을 믿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인 것입니다.  
 
포도밭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제가 드려야 할 소출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사랑과 정의와 평화, 그리고 우리에게 맡겨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책임을 성실히 다하는 것입니다.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교회를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교회가 하느님 포도밭을 일구는 소작인의 모습을 망각한 채 스스로의 영광에 도취되어 주인행세를 하지 않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아들을 죽인 자들은 주인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주인으로부터 포도밭을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박은 이들은 누구보다 메시아를 간절히 기다리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오늘날 또다시 하느님을 죽이는 이들은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받았음에도 자신의 욕망을 따르는 우리의 죄입니다. 
 
하느님께 자비를 청해야 합니다. 여전히 육의 본성에 타오르는 욕망의 불길에 흔들리는 우리들의 약함과 죄를 들고 하느님 앞에 서 있어야 합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변함없는 사랑으로 당신의 말씀을 건네주시고 당신의 아드님까지 보내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이 욕망의 불길을 돌려드려야 합니다.  
 
오늘도 말씀과 성체의 사랑으로 우리를 찾아오시는 그리스도 예수님을 알아보기를 아버지께서 바라십니다. 무절제하게 타올랐던 내 욕망의 불길에 예수성심의 사랑의 불이 함께 하시고 다스려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강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