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묻힌 보물/책에서 옮긴 글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에서

김레지나 2015. 5. 24. 20:35

  저를 절름발이로 만드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 그분은 우리 삶의 들판을 파괴하십니다. 그분은 적이 우리 자식들을 죽이도록 허락하십니다. 그분은 저를 이 거름더미 위에 올려놓으셨습니다.

   이 우주에 두 개의 힘은 없습니다. ...
   이 우주에는 단지 하나의 힘, 즉 하느님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분은 개입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그렇게 하지 않으시고 고통을 허락하십니다 그분은 전쟁을 허락하십니다. 그분은 네 사람의 마피아 두목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방을 망치고 있을 때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군인이나 경찰이 우리 동료들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해 그들을 고문하도록 놓아두십니다. ...
   그러나 바로 그 상처를 우리에게 허락하심으로써, 바로 그 일을 통하여 그분은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좋은 부분을 끌어내 주십니다. ...
   상처를 입음으로 저는 평온 가운데 머물게 되었고, 우는 법을 배웠습니다. 눈물로써 저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가난의 복됨을 배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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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는다는 것은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설사 내 눈앞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나쁜 일이 벌어진다 해도, 사랑한다면 이런 일이 어떻게 생겨날 수 있을까 싶게 나쁜 일이 벌어진다 해도, 산 같은 고통이 닥쳐온다 해도, 설사 내가 어이없이 죽는다 해도, 내 식구가 내 자식이 죽는다 해도,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고 구원하여 벗을 삼고 싶어 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이라는 것을. ..... 내가 싫다고 해도 그분이 시키는 그것, 내가 아프다는데 그분이 나를 그 아픔으로 밀어 넣는 그것, 그게 결국 끝끝내 그분이 나를 두고 하시는 사랑의 행위라는 것을 믿는 것이라는 것을. 아마도 그것을 믿음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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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