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마리아 선생님이 병원에 오셨다.
히얏. 신난다.
병원서 열린 음악회 사진을 보낸 적이 있는데, 사진 속에 병원 이름 뒷부분이 나와 있더란다.
누가 방문하는 것이 미안해서 어느 병원인지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는데,
장장 다섯 시간 반을 달려서 오신 것이다.
한비야님의 <1그램의 용기>와 김혜남님의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책과
위로금을 선물해주셨다. 아고,, 매 번 황송! 지송! 감사!
한비야님의 책 뒷부분만 먼저 보았는데, 재미가 있어서 치료실에서 만난 S언니에게 읽어주었다.
S 언니는 포도막염을 앓고 있어서 글 읽기를 힘들어하신다. 그래서 소리내어 읽어주었다.
한비야님이 관상기도 피정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이다.
한두 걸음 멀리 예수님이 계셨는데 웬지 예수님 곁으로 다가갈 수가 없었다. 평소의 나라면 뛸 듯이 반가워하며 아는 척을 했을 텐데, 손에 들고 있는 포도주로 같이 짠, 하고 건배했을 텐데, 그 장면에서 나는 망설이고 쭈뼛거리고만 있었다.
다음 순간, 예수님이 내게 눈길을 주셨다. 그러나 나는 그 눈길을 마주하지 못했다. 마주치면 내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실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실은 피정센터에 온 첫날,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기도실 십자가 밑으로 갔다.
"주님, 저 왔어요."
인사하고 가만히 앉아 있었더니 한참 후에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얘야, 그동안 어디에 마음을 빼앗겼니?"
'그동안 일과 산과 마음에 두고 있는 한 사람에게 빼앗기고 있어어요."
그랬더니 나직하게 말씀하셨다.
'이제, 그 마음을 내게 다오."
이 부분을 읽고 있는데, 아~~ 언니가 그만 우시는 것이다.
"예수님이 나한테도 지금 그러시는 거야. 그동안 어디에 마음을 빼앗겼냐고.
이제 내 마음을 당신께 달라고."
내가 말했다.
"아이고, 그토록 열심히 사는 한비야님에게 예수님이 "그동안 어디에 마음을 빼앗겼니?"하고 물으신다면
나같은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바로 '깨갱'이네요.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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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을 간단히 S 신부님께 보냈더니, 이런 답장을 주셨다.
"다행이네.. 고통도 상처도 사랑을 먹고 자라는가 보네..
어둠이 있어야 빛이 역할을 하듯이
삶의 희망을 갈구하는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하느님의 손길이
온세상이 널리 퍼지길.. 쾌유 비네.."
이렇게 답장을 드렸다.
".........정말이지 신앙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이곳 신자 환우들과 매번 그 감격을 눈물로 고백한답니다
다들 얼마나 마음이 선하고 여린지.. 주님께 향하는 사랑뿐 아니라 원망까지도 귀하고 아름답게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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