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강요셉 신부님

4월 2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 / 신앙은 건너감./ 예수님은 하느님의 '살아 있는 기억'

김레지나 2015. 4. 15. 10:32
4월 2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 
 
파스카 성삼일이 시작됩니다. 파스카(Pascha)는 '거르고 지나가다' '건너가다'는 뜻으로 이스라엘이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축제입니다. 
 
구약의 파스카는 어린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름으로 죽음의 천사가 그 집에 들어오지 않고 건너 지나갑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어린양의 피로 이집트 노예살이에서 해방되어 약속의 땅으로 건너가게 되었습니다.   
 
신약의 자녀들인 우리도 이러한 파스카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신앙은 건너감입니다. 노예에서 자유에로, 어둠에서 빛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죄에서 은총으로 건너가도록 신앙은 우리를 초대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힘만으로는 이 죄와 어둠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새로운 파스카의 어린양이 필요합니다. 십자가에서 우리를 위한 희생제물이 되신 하느님의 어린양, 그리스도 예수님입니다.  
 
파스카의 축제 날, 그리스도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만찬을 하시며 성체성사를 세우십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당신의 유언을 남겨 주십니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사랑의 기억을 주셨습니다. 그 기억은 지나간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살아계신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살아있는 기억'으로 우리 안에 현재화하는 기억입니다.  
 
나를 사랑하시는 주님, 나를 용서하시는 주님, 나를 대신해 죽어주시는 주님의 사랑이 오늘도 이 만찬의 제단에서 주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사랑을 기억하고 의지함으로써만 건너갈 수 있습니다. 내 과거의 죽음에서 새로운 부활의 생명에로, 죄에서 은총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건너가도록 예수님은 파스카의 어린양이 되십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살아있는 기억'이십니다. 나의 죄를 대신 지신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우리의 더러운 발을 씻어 주시며 입맞춤 해 주시는 그분의 자비를 기억합시다.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에서도 끝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그분을 기억하며 살아갈 때 우리도 이 세상 속에서 '살아있는 기억'이 될 것입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본여 준 것이다." 
 
이제 우리는 서로에 대한 원망과 비난을 거두고 나를 씻어 주신 주님을 바라보며 그 사랑을 기억합시다. 내가 어떤 사랑을 받았는지, 나를 어떻게 용서해 주셨는지를 기억할 때 이 어둡고 험한 세상이 새로운 희망과 정의의 세상으로 건너가는 또 다른 파스카의 신비를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내 발을 씻어 주시는 주님께 이 부끄러운 발을 내어 드립니다.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주님의 사랑을, 죄가 우리에게 어떤 죽음과 상처를 남겼는지를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잊지 않겠습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잊으라 말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에게 기억하라고 하셨습니다. 주님이 목숨바치시면서까지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자 하신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길을 위해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과거의 어리석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무엇이 죄이고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그리고 이 죄에서 우리를 구원하신 주님의 길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분이 먼저 우리에게 보여주신 사랑의 길을...  
 
주님이 우리에게 하신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도록 하느님의 기억은 우리에게 은총과 생명이 되어 주실 것입니다. 
 
내 발을 씻어주신 예수님, 감사드리며 사랑합니다. 
 
강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