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강요셉 신부님

4월 4일 성토요일 / 절망과 어둠 속에서도 희망하며 지금을 살아내는 과정 / 성모님의 마음

김레지나 2015. 4. 15. 10:25
4월 4일 성토요일 
 
성토요일에는 미사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묻히신 날이기 때문이지요. 이날은 아무런 성사도 전례도 없는 유일한 날입니다.  
 
이천년 전 성토요일 역시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묻히신 날, 빛이 사라져 버리고 죽음이 자신들의 승리를 노래하던 날이었습니다.  
 
주님을 사랑하던 사람들은 깊은 슬픔과 절망에 빠져 아무런 희망이 없는 시간이었고 제자들은 뿔뿔히 다 흩어져 버린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성토요일은 엄연히 파스카 성삼일 가운데 있습니다. 성금요일의 죽음과 주일의 부활 사이에 위치한 성토요일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성토요일의 절망과 어둠 속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으시고 하느님을 사랑하시며 아무런 희망이 없는 곳에서 희망하신 성모님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그분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이 시간을 깨어 있으셨고, 주님의 말씀을 믿으셨고, 그리고 기도하셨습니다.  
 
파스카의 건너감은 금요일의 죽음에서 주일의 부활에로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하지만 건너감은 과정을 생략함이 아닙니다.  
 
금요일의 십자가에서 주일의 부활로 건너 가는데 반드시 성토요일의 침묵과 어둠의 시간을 거치게 됩니다.  
 
특별한 전례와 성사가 없는 성토요일은 우리에게 무의미한 시간은 결코 아닙니다. 이날은 아무런 희망이 없는 곳에서 끝까지 주님을 믿고 희망하셨던 성모님의 간절함이 깃들어 있는 시간입니다.  
 
성토요일은 우리에게 파스카의 신비에 참여하도록 인도해 줍니다. 건너감은 과정을 생략함이 아니라 과정을 살아내는 것입니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을 견디어 내는 것이고, 절망과 어둠 속에서도 하느님을 믿고 희망하며 지금을 살아내는 과정입니다.  
 
믿음이 부족한 우리들은 혼자의 힘으로 이 시간을 견디어 내지 못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성토요일과 같은 깊은 어둠과 절망의 시간을 살아내기 위해서 우리는 어머니 곁으로 가야 합니다.  
 
성토요일을 믿음으로 견디어내신 분, 주님의 부활을 믿으셨고 기다리셨으며 기도하신 주님의 어머니와 함께 우리도 나에게 주어진 성토요일을 살아낼 수 있게 됩니다.  
 
죽음에서 생명에로 건너가는 부활의 파스카는 과정을 생략함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나에게 허락된 이 시간을 살아내는 과정입니다. 
 
성토요일을 외롭게 지키셨던 주님의 어머니께 나아갑시다. 아드님을 무덤에 묻으신 어머니의 마음을 위로해 드립시다.  
 
성토요일의 성모님과 함께 기도하고 사랑하며, 부활에 대한 희망 속에 우리들도 깨어 살아가는 성토요일의 은총이 주어지기를 기도합니다. 
 
강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