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송봉모 신부님

악마는 우리를 서서히 타락시킬 뿐

김레지나 2013. 1. 5. 20:08

어느 날 악마가 한 청년을 찾아와서 열 개의 병을 보여주면서

 이 중 아홉 개에는 꿀물이 들어 있고, 한 개에만 독약이 들어 있는데

열 개 중에 하나를 마시면 엄청난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청년의 눈앞에 산더미 같은 돈이 오락가락했다.

 “그래 딱 한 번만 하는 거야. 한 번이면 평생을 고생 안 해도 될 테니까!”

청년은 떨리는 손으로 진땀을 흘리며 한 병을 골라 마셨다.

아찔했다. 하지만 청년은 곧 환호성을 질렀다.

! 살았다!”

악마는 청년에게 엄청난 돈을 주고 돌아서면서

다음 번에 언제라도 아홉 개 중의 하나를 마시면 돈을 곱으로 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

청년은 오랜 세월을 방탕하게 보냈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면 악마를 불러내기 바빴다

. 처음 얼마 동안은 고민했지만 나중에는 어느 병을 골라야 할까 머뭇거리지도 않았다.

악습에 깊이 빠져버린 것이다.

 어느덧 청년은 백발노인이 되었다.

이제 딱 두 병이 남았다.

노인은 그 중에 하나를 골라야 했다. 노인은 마침내 병 하나를 들이마셨다.

노인은 끝까지 살아남았다. 노인은 기뻤다.

그러자 악마가 남은 마지막 한 병을 한숨에 들이마셨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처음부터 독약은 없었다.

그러나 너는 첫 병을 마시는 순간부터 돈이라는 독약에 이미 죽어가고 있었어.

나는 네 청춘을 망가뜨렸지.

나는 네가 존엄한 존재로 태어난 사실을 망각하고 오로지 돈만 아는 최고의 바보로 만들었지.

너는 이제 영원히 죽게 될 것이다.”

사탄은 웃으며 유유히 사라졌다.

악마는 우리가 변화되기를 바라지 않고 서서히 우리를 타락시킬 뿐이다.

(송봉모 신부님이 쓰신 [비참과 자비의 만남] 62-3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