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는 어제 엄마와 엄마 고등학교 동창 친구분들을 모시고 남양성모성지에 다녀왔습니다.
9개월만의 첫 나들이였어요. ㅎㅎ
작년 1월에 썼던 졸글이 생각나서 올립니다.^^
고통으로 우리에게 강복해주세요.
비오성인의 비서 신부님이셨던 멜링고 신부님의 강의를 듣기 위해 남양성모성지에 다녀왔다. (나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어서 비오성인을 각별하게 좋아한다. 그래서 남편의 세례명을 ‘비오’로 정했고, 대녀친구의 세례명도 ‘비아’로 권했다.) 3년간 성인을 곁에서 모시는 영광을 누리신 신부님을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었다.
강의에 앞서 비오신부님의 모습을 담은 30분짜리 영상을 보았다. 뒷자리에 앉아있었던 데다가 화질이 좋지 않아서 정확히 볼 수는 없었지만, 행복한 마음으로 비오성인께서 웃고 울고 이야기 나누시는 모습을 보았다. 신부님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미사 중에 강론도 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오상의 고통이 너무 커서 울고 계시는 모습도, 웃으시면서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누어주시는 모습도 보았다.
비오성인께서 돌아가신 후에 유리관에 모셔지고,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그 관에 친구하는 장면도 보았다. 갑자기 한 남자가 군중을 뚫고 나와 비오성인의 관 위로 손을 뻗어 김을 굽듯이 돈을 앞뒤로 갖다 대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돈이 아니었을 수도 있고, 그 나라의 독특한 풍습에서 연유한 어떤 행동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성인의 관 위에 대고 돈을 구운 것처럼 보였다. 그랬다면 그 사람은 돈을 부적처럼 사용하고 싶었거나 종자돈 삼아 세속적인 성공을 하고 싶어서 그런 행동을 했을 것이다. 비오성인께서 당신의 시신이 그런 용도로 쓰였다면 꽤 슬퍼하셨을 것이다. 그 장면을 비신자가 본다면 미신적 행위라고 따질 수도 있겠다 싶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영상 마지막 장면에서는 비오성인께서 화면 가득 클로즈업 되었고, 천천히 성호를 그으면서 강복을 주셨다. 성호를 따라 그으면서 그 자리에 와 계신 비오성인께 직접 강복을 받는 듯해서 눈물이 와락 날만큼 감격스러웠다.
이어서 멜링고 신부님께서 비오성인에 대해 여러 가지 말씀을 해주셨다. 신부님의 강의는 대부분 비오신부님에 관한 책에서 읽어 알고 있던 내용이었다.
나는 멜링고 신부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성당 입구에서 팔고 있던 기념품을 살까 말까 고민했다. 기념품들 중에는 비오성인의 수도복을 좁쌀만큼씩 잘라서 만들었다는 스카풀라도 있었다. 스카풀라를 지인들에게 선물하면서 비오성인께 전구를 청하라고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곧 스카풀라를 지니고 다니는 것이나 부적 삼으려고 돈을 굽는 행위나 똑같이 미신적인 행위라고 비웃을지도 모르겠다는 염려가 들어 스카풀라 대신 열쇠고리나 상본을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미사가 끝나고, 비오성인께서 오상을 받으신 당신 손에 끼고 계셨다는 혈흔장갑으로 안수를 받는 시간이 되었다. 혈흔 장갑은 유리액자 속에 들어있었는데, 신부님께서는 그 액자를 신자들의 머리에 대고 안수를 해주셨다. 나는 돈을 구웠던 남자의 동작이 자꾸 떠올라서 마음이 불편했다.
줄지어 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저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안수를 받을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아마 많은 경우 질병이 낫기를 바라거나 하는 일에 신통한 효험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비오성인께서는 효험을 얻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의 고통을 가엾이 여기시면서 주님께 간절히 전구해주실 것이다. 하지만 분명 성인께서 진정으로 기뻐하실 우리의 태도는 효험을 바라는 것보다 한 차원 높은 것이리라.
나는 비오성인께 무엇을 청할까 생각해보는데, 문득 한 말씀이 머릿속에 떠올라 반복해서 되뇌어졌다.
‘고통으로 강복을’,‘고통으로 강복을’,‘고통으로 강복을 주시는구나.’
‘아, 비오성인께서 당신의 장갑이 아니라 당신의 거룩하고 복된 고통으로 지금 우리에게 강복을 주고 계시는구나.’
조금 전 영상에서 보았던 비오성인께서 강복을 주시는 모습이 안수를 주고 계시는 신부님의 모습 위로 오버랩 되면서, 마치 비오 성인께서 직접 안수를 해주시는 것 같았다. 비오성인께서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 참아 받으신 고통이 우리에게 강복을 주시는 힘이고, 우리가 나누어 받게 된 그분의 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안수를 받으면서 알고 지내는 신부님들 모두가 성인이 되도록 전구해주시라고 청했다.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비오성인이 보여주신 기적이 아니고, 우리에게 강복을 주는 힘은 비오성인의 혈흔장갑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비오성인께서는 고통을 매일의 양식으로 여기셨고,‘주님과 세상을 향한 열렬한 사랑 때문에 참아 받은' 그 고통으로 오늘의 우리에게도 강복을 주시는 것이다.
비오성인께서 감내하신 고통은 우리를 위한 사랑이 그 원천이었기에, 시공을 초월해서 우리를 구원하는 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안수를 받고 나오면서 기쁜 마음으로 비오성인의 수도복 조각이 담긴 스카풀라를 샀다. 한 개는 남편 비오를 위해, 한 개는 고통 중에 계시는 어느 신부님을 위해.
남편에게 줄 스카풀라는 비오성인의 웃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골랐다. 지갑에 넣고 다니면서 주보성인을 본받아 행실을 거룩하게 하려 애쓰고 비오성인께 늘 전구를 청하라고 당부하기로 했다.
신부님께 드릴 스카풀라는 비오성인의 상처 있는 손 사진이 있는 것으로 정했다. 간단한 메모와 함께 선물하기로 했다.
“신부님, 비오성인처럼 신부님의 고통을 거룩하게 짊어지시고, 신부님의 고통으로 우리에게 강복해주세요.”
나도 일상에서 이왕에 겪는 자잘한 고통에 축복하는 지향을 두기로 마음먹었다.
신부님께 드리는 메모에 이렇게 덧붙이기로 했다.
“제 보잘 것 없는 고통으로 신부님의 고통을 축복합니다. 미약한 축복으로나마 성덕을 쌓으시기를 응원합니다.”
2011년 1월 22일 토요일 엉터리 레지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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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이의 것입니다.
누구나 "비오 신부는 나의 것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유배 중인 나의 형제들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나는 나의 영혼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나의 영적 자녀들을 사랑합니다.
나는 나를 잊을 수는 있어도 나의 영적 자녀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이 나를 부르실 적에 나는 그분께 이렇게 말씀드릴 것입니다.
"주님, 저는 천국의 문 앞에 남아 있다가 나의 마지막 자녀가 들어간 다음에 들어갈 것입니다"라고요.
나는 나의 모든 자녀들을 하느님께 이끌고 갈 수 없어서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내가 도와줄 수 없는 고통 받는 자녀들과, 악마와 한 편이 된 자녀들을 볼 때마다 나는 애끓는 마음에 미칠 것 같습니다.“
"신부님 , 과연 고통은 무엇인지요?"
"보속입니다."
"신부님, 당신에게 고통은 무엇인지요?"
"나의 일용할 양식이고, 나의 기쁨입니다.
-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신부님 말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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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 성모성지 성당 앞에 묵주기도길 입구입니다. 왼쪽의 둥근 돌이 묵주알 한 알이고, 쭉 돌면서 20단을 바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연초록 정원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엄마 친구 세 분은 서울과 용인에 사시고, 광주에 사시는 엄마가 올라오시면 한 번씩 만나시는데, 이왕이면 만날 때마다 성지순례를 다니자고 의견을 모으셨답니다.
사진을 찍어드리겠다고 했더니 "우리 나이(일흔 다섯)는 있던 사진도 정리해야할 때다."하고 입을 모아서 말씀하시대요. 하는 수 없이 뒷모습만 몰래 한 컷 찍었습니다. 빨간 옷 입은 분이 울 엄마이십니다.^^ 세 분은 고등학교 동창 친구분들이셔요
성지 안의 성당 입구입니다. 11시 미사를 마치고 한 컷 찍었네요.^^
맨 뒷자리까지 꽉 찰 만큼 전국 각지에서 신자들이 마아~~니 오셨어요.
어제는 노동자의 성요셉 축일이었는데, 성지 주임 신부님이신 이상각 신부님께서 요셉 성인께 전구를 청해서 두 번이나 기적을 체험했다고 하셨네요. 이상각 신부님의 강론이 참 재미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2017년에는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 완공될 거라고 하시네요.
저는 이번 순례에서는 엄마 아빠를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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