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엽 신부님의 신나는 복음 묵상 테이프 소책자
나해 부활 제 3주일 2012년 4월 22일자 책자 p.11- 마음으로 읽기
1) 고문 변호사
"하느님 앞에서 우리를 변호해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곧 의로우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1요한 2,1)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말이 있듯이, 복음을 전하는 열정이 있는 사람들은 이유 없이 비난이나 욕설을 듣게 마련입니다. 그럴 때 저는 일절 대응하지 않고 주님께 변론을 의탁합니다. 사도들을 위시한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위를 위한 주님의 변론을 굳게 믿었기에 아예 그분의 이름을 '파라클리토스'라고 불렀습니다. 바로 '변호해 주시는 분'이라는 뜻이지요. 본래 '파라 클리토스'는 예수님께서 성령을 지칭할 때 사용하셨지만, 사도들은 이 단어를 성부 하느님 앞에서 우리를 위한 예수님의 변론을 지칭할 때에도 사용했습니다.
그러기에 오늘 2독서 말씀은 간결하면서도 힘있게 선언합니다.
"하느님 앞에서 우리를 변호애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곧 의로우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1요한 2,1)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 앞에서 뿐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도 우리를 위해 변호해 주십니다.
지난 2월 말, 저는 장문의 팩스를 받았습니다. 후원회원 가족인 권00데레사 자매가 보내 온 귀중한 체험 고백이었습니다. 그 영광의 순간을 복음 묵상 가족들과 나눠봅니다.
신부님, 저는 4년여 동안 암투병을 하다 지난 1월 13일 선종한 저의 언니의 임종 당시 있었던 신비스러운 일을 알려드리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언니는 서울의 모 대형 교회 개신교 신자로, 저희들이 본받고 싶을 정도의 참다운 삶을 살았습니다. 언니는 금요일 새벽 1시경 임종했는데 그 주간 월요일부터 일이 시작됩니다.
저녁 6시경 병실에서 저는 제 안에서 밀어붙이는 듯한 어떤 강력한 힘을 느끼고는, 언니 곂으로 가서 "고맙다고, 받은 것이 아주 많은데 갚지 못해싸"고 고백했습니다. 90세의 노모가 옆에 있는 상황이라 그동안 가족들을 언니의 죽음을 겉으로 표현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러데 그때 제 안에서 또 어떤 힘의 이끄심을 느끼고는, 엄마에게도 언니에게 인사할 것을 권했습니다. 엄마도 울면서 "미안하고 고맙다. 고생 많았다."고 고백하셨습니다. 이런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는 우리 세 모녀에게 처음이었습니다.(....)
다음날 수요일 아침, 침묵만 하던 언니가 가족들에게 기도와 찬송가 부르기를 청하고, 말도 하려고 하고....매우 기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예정에 없던 목사님 내외 분의 방문으로 기도와 예배를 드리는 은총의 시간도 갖게 되었습니다. (.......)
그리고 목요일이 되었습니다. 오후 3시 경 언니가 가족들 한 사람, 한 사람을 곁으로 불렀습니다. (.......) 그렇게 가족들에게 말을 끝내더니 언니의 시선은 천장을 향했습니다. 마치 뭔가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더니 언니가 떨리고 숨찬 가느다란 목소리로 "예수님 오셨어"라고 합니다. "천사들도 오셨어"라고 합니다. (......) 그러더니 언니가 "마..리.., 마..리.."라고 하기에 제가 "마리아님 오셨어?"라고 물으니까 언니가 두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감사하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언니를 위해 늘 묵주기도 드렸지만 개신교 신자인 언니의 임종 때 성모님께서 이렇게 오시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
그러더니 언니가 양말을 신겨달라고 합니다. 그 다음엔 새 이불을 덮으라고 합니다. (....)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난 후 언니는 잠자는 듯이 편한 모습으로 임종했습니다.
언니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저는 묵상했습니다. '인간을 세상에 보내실 때 하느님께서 배웅하셨듯이 집으로 돌아갈 때는 예수님께서 마중을 나오시는구나!"
2년 전쯤부터 저는 미래사목연구소에 암투병 중인 언니를 위한 평생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새벽 5시면 연구소에서 봉헌되는 미사에 마음으로 참례하고 본당의 새벽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신부님!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주님뿐 아니라 성모님 역시도 천주고 신자, 개신고 신자 구분하며 차별하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신부님은 천주교 사제이면서 개신교를 비판하거나 판단하지 않으시는 사제이시지요. 차 신부님과 연구소에 함께 하시는 분들께 저희 언니를 위한 미사를 정성스레 봉헌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자매가 받은 응답은 결코 행운도 특권도 아니었음을. 같은 주님께서 언니를 지상 마지막까지 잘 인도해주시리라는 굳은 믿음으로, 지속적인 미사 봉헌과 기도로 주님을 감동시켰기에 이루어진 일이었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자매는 오늘 제 2독서 말씀 그대로의 주인공이 되었던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우리를 변호해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곧 의로우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1요한 2,1)
함께 기도하시겠습니다.
주님, 저희가 복음을 전하는 열정으로 인하여 주변의 눈총을 받을 때, 저희가 스스로 해명하지 않겠습니다. 변호자이신 주님이 계시니까요.
주님, 신앙으로 인해 겪는 불이익이나 억울함에 대해서도, 저희가 스스로 방어하기 않겠습니다. 변호자이신 주님이 변론해 주실 테니까요.
주님, 오늘 태산 같은 송사가 저희 앞에 있어도 두 발 뻗고 잠을 청하겠습니다. 고문 변호사이신 주님이 계시니까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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