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5일
새벽에 p 님으로부터 문자 한통을 받았다.
일주일 전에 그로부터 문자를 받고 답장을 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전송이 안되었던 모양이다.
"살아 있어서 기쁘다. 답장이 안 와서 엄청 걱정했었는데.."
눈뜨자마자 어제 저녁의 안부확인에 새삼 안도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나보다.
9시 15분, 이른 시간인데, S님이 보내신 택배가 도착했다.
다정한 편지와 함께 귀한 00 여섯 병, 멀티 비타민 세 병, 원두 커피.....
뜻밖이고도 큰 선물에 깜짝 놀랐다.
웹상에서만 만났을 뿐, 한 번도 뵌 적도 없고 뭘 챙겨드린 적도 없는데...
나는 참 보잘 것 없는 사람인데....
값없이 주시는 그분의 사랑과 응원에 고맙고 부끄러워서 와락 눈물이 났다.
오늘 하루는 집정리도 청소도 하지 않고 그동안 밀린 기도숙제?랑 블로깅을 하기로 했다.
토끼카페로 들어가 (이 글 앞에 스크랩된 글), "Just be there"을 읽었다.
아네스님이 "Just be there! Your presence is just a gift." 라는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쓴 글이다.
참 맑고 그윽한 묵상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새벽에 지인으로부터 받은 문자 내용과 비슷한 말을 읽게 되어 반가웠다.
"살아 '있어서' 기쁘다."
오전 두어 시간 동안에 줄줄이 겪은 일들이 나를 위해 엮어주신 주님의 위로 같았다.
"레지나. 요 며칠 기운 없었지? 힘내라. 부족한 너이지만 네가 네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준비하고 있단다. 네가 선물이 되고 기쁨이 될 수 있으려면 네가 더 노력해야 돼. 지치지 말고 열심히 살아라. 네가 있어서 나도 기쁘다."
요 며칠 꽤나 울적하게 지냈다.
봄이 되면 어느 정도는 부종이 나아서 나들이도 하고 운동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었는데. 넉 달이나 이뇨제를 먹었는데 차도가 없었다. 그나마 몇 주 동안 이삿짐 정리하느라 바빠서 우울함을 느낄 여유도 없었던 게 다행이었다.
그런데 나흘 전에 A님의 어머님상에 연도를 다녀온 후에 그만 슬퍼져 버렸다. 하필 붓고 머리카락도 없는 흉한 모습으로 그분과 그분의 가족들을 만나게 되어 더 속이 상했던 것 같다. 움직임이 조금 좋아졌다고 하지만 다리가 접혀지지 않아서 빈소에 절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또 차 열쇠를 같이 간 언니 가방에 넣어두고 기억을 못하는 바람에 한참을 허둥거려야 했다. (요즘 건망증이 심해져서 이사하다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것도 많다.) 나 자신이 안쓰럽게 여겨졌다.
다음 날, 봄이 되어 모자를 뒤집어 쓰고 다니기도 어색하고 전날처럼 어려운 자리에 갑자기 갈 수도 있으니 가발을 얼른 사야겠다 싶었다. 가발을 사들고 와서 집에서 다시 써보니 너무 어색하고 이상했다. 봄옷들을 입어보았는데 하나도 맞지 않았고, 헐렁한 옷을 사 입는다고 해도 볼품없이 부은 몸이 감추어질 것 같지도 않았다. 가발을 쓰면 많이 나아보이리라 기대했었는데...그도 아니었다. 기분은 더 엉망이 되어버렸다.
그 다음 날은 남편이 나를 무척 슬프고 외롭게 했다.
세상적인 일들에서도 영적인 일들에서도 의지할 곳 없이 외롭다고 느꼈다. 고단했다.
어제 저녁에야 여러 분의 도움으로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영적인 은인, K 선생님의 전화, 그분의 체험 이야기에서 얻은 위로.....
그리고 오늘 받은 문자와 선물과 묵상글...
나는 참 부족한 엉터리인지라 별것 아닌 일로도 가끔 넘어져서 힘들게 앓곤 한다.
놀랍고 고마운 일은 한 사흘쯤 끙끙대고 나면 어김없이 어떤 방법으로든 위로를 받고 기운을 차리게 된다는 것이다.
주님께서 한 시도 내게서 눈을 떼지 않고 도와줄 기회를 놓치지 않으신 덕일 것이다.
K 선생님 권유로 어제 읽어본 글에 이런 말씀이 있다.
"고통 중에 나와 함께 남아 있을 줄을 아는 사람은 내 기쁨에도 나와 함께 참여해야 한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활기를 잃지 않도록 고통 중에서도 자주 기쁨을 맛보게 해주신다.
'그래, 주님과 함께, 사람들 가운데.'있자''
내가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이 될 수 있도록.
주님과 함께 기뻐해야 한다.
위로받고 기쁨을 얻었던 많은 순간을 잊지말고 늘 기억해서
좀 더 거룩하고 좀 더 굳세고 좀 더 충실하게 살아야겠다.
이렇게 기운차린 모습으로 씩씩하게 '있자'.
위로해주시는 주님과 여러 님들께 감사하며 2012년 3월 15일 엉터리 레지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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