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카페에서 아름다운 글을 읽었다.
그대의 꿈은 뭡니까? / 영원한도움- 페루 올리브수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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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꿈은 뭡니까?
.....
꿈이요?
....
이미 오랜시간 예수님을 따라 걸어온 길이지만
오늘 새롭게 주님께서 저에게 질문하셨습니다.
갑자기 무엇이라 선명하게 대답할 수 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제가 주님께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주님,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하느님의 나라가 이 세상에 ...
조금씩 저의 대답이 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주님께서 당신의 꿈을 이루시기 위해 저를 초대하셨고
그 초대에 감사하며 저는 원대한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훌륭한 수도자가 되고, 멋있는 선교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살면 살수록 저의 원대한 꿈에 비해 저 자신이 작고 초라함을
보게 되니 그만 실망되고 꿈조차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오늘 주님께서 괜찮다고 하십니다.
작아도 보잘 것 없어도 괜찮다고 하십니다.
그저 당신을 바라보기만 해도 괜찮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용기내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
주님, 저는 당신꿈의 한조각이 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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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댓글이 여럿 달려있어서... 읽으면서 참 맘이 예쁜 분들이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난 좀 서글픈 마음이 들어서 댓글을 달지 못했다.
내 꿈은 무엇이었을까?
지금 내 꿈은 무엇일까?
내겐 그 '꿈'이라는 것이 그렇게 '꿈 너머 꿈' 수준으로 높지 않았다.
이상적이지도 문학적이지도 않은... 그냥 유행가 가사같은 꿈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위 글의 올리브 수녀님의 꿈과는 차원이 달라도 한참 다른 것이었다..ㅎㅎ
나는 한 번도 수녀님이 되겠다는 바람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내 꿈은 존경할 만한 남편 만나서 아주 작은 일, 허드렛 일을 그를 위해 하면서도 사랑으로 하는 것,
이쁜 아이들 낳아서 아주 작은 일, 허드렛 일을 아이들을 위해 하면서도 사랑으로 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내 꿈은 '세상'을 위해서 '가족'이 꾸는 꿈의 '한 조각'이 되는 것이었다.
그게 그리 아무나 잘 해낼 수 없는 중요한 일인 것 같았다. 사랑과 인내심과 의미부여가 끊임없이 필요한 일이니까.
어제 개콘에서 보니까... 최효종씨가
눈이 높은 사람의 기준이 스펙 면에서는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면 눈이 높은 거라고.. 간디를 만나야 만족하겠느냐고...했다.ㅋ
어쨌든 결혼을 했고...
좋지 않은 상황과 빚더미 위에서도 나는 6년간의 육아휴직을 선택했다.
결혼 전부터 꿈꾸던 대로 육아가 내겐 가장 중요하고 의미있는 우선적인 일이었으니까..
물론 건강이 허락했다면 직장생활도 병행할 수 있었을 테지만.. 내 평생 보통 사람들처럼 건강하게 지낸 기간은 없었다.
복직을 해서도 너무나 피곤했고 몸이 좋지 않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집안 일은 엄두를 못 냈고, 아들들도 욕심껏 돌보지 못하고 지냈다.
누군가 내 꿈을 물으면..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우리 아이들 대학 졸업할 때까지 살아있는 것"이라고 대답했었다.
그만큼 건강에 자신이 없었다. 건강이 부러웠다.
만약에 오래도록 건강하다면...이라는 조건하에 갖는 사치스런 꿈은 있었다.
'내 나이 50이 되면 아이를 한 둘쯤 입양해서 키우는 것'이었다.
만약에 복권이라도 타서 부자가 된다면....
'아이를 여럿 입양해서, 보모를 두면서 그들을 위한 가정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가장 의미있고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조건만 갖추어지면?~ 훗!
아무튼 나는 몹시 건강하지도 않고 전혀 부유하지도 않다.
지금 내게 누군가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우리 아이들 대학 졸업할 때까지라도.. 아이들을 위해서 밥해주고 학교도 찾아가고 공부도 챙겨주고.. 그냥 보통 엄마들이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라고 해야할 것 같다.
아니면 "제 꿈을 내려놓는 일입니다. 그래야 제가 평화롭게 주님께서 제 안에서 펼치고자 하시는 꿈을 여쭐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하든지..ㅋㅋ
그도 아니면 "예, 이젠 '아프는 일' 말고 그냥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많이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할까?
글쎄.. 뭐라고 대답할까?
"'지금', '지금의 조건 그대로' 기쁘게 지내는 것이 제 꿈입니다."이라고 할까?
"고통을 통해 세상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입니다"라고 할까?
나도 뭔가 성취지향적이고 역동적인 꿈을 갖고 싶은데...
좀 외롭네..ㅋㅋㅋ
지금? 기쁘게?
하하하..
지금은.. 긴 바늘이 손가락도 눈썹도 다리도 가슴도.. 이곳 저곳 찌르고 돌아다니는 것 같다. 손발 저림도 심하고...
집에 콕 박혀서 통증과 싸운지 벌써 5개월이 되었다. 그간 책 세 권쯤 읽었을 뿐, 한 일이 없네. 지루하고 고단하다.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ㅋ
이정도로만 아프다는 것이 다행이지.. 뭐..
이제부터.. 평범한, 외롭지 않을 꿈을 만들면 되는 거지... 뭐.
이미 나은 것처럼, 오래 살 것처럼... 꿈을 새롭게 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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