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12년

★♣☆하느님은 '감사하는 이'의 눈치를 살피신다.

김레지나 2012. 1. 31. 23:59

 

 

하느님은 '감사하는 이'의 눈치를 살피신다.

 

 

  암이 재발하여 항암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하느님은 눈치가 없으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힘든 치료를 받는 중에 하느님께서 제 눈치를 좀 보시면서 견딜만한 고통만 조금씩 나누어 주시면 좋겠다는 내용입니다. 하느님을 흉보는 글을 써놓고 꽤나 통쾌해서 저 혼자 킥킥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제 안의 상처와 용서 못하는 마음 때문에 한 바탕 홍역을 치르고 나서(졸글 '상처도 고통도 달란트가 되어' 참조), 가까스로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되니 감사할 일이 참 많았습니다. 저를 위해서 기도해주시고 위로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어떻게 신세를 갚을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부족하지만 진심어린 기도로나마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2년 달력에는 한 날짜에 한 명씩 고마운 분들의 이름을 쭈욱 적어 두고, 그날 하루의 수고와 기도를 1순위로 달력에 적힌 분을 위해 바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3차 항암주사를 맞고 난 후부터는 인터넷 토끼카페 가족들의 격려와 기도 덕에 그다지 힘든 줄 모르고  부작용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토끼카페에는 두어 달 전에 토끼 신부님의 글을 읽어보고 싶어서 가입했는데, 활동할 계획은 전혀 없었습니다. 어느 날 손가락에 화상을 입어서 물에 담그고 있느라고 자리에 눕지도 못하고 토끼카페를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어느 분이 불쑥 채팅을 걸어와서 뜬금없이 카페에서 만든 달력을 신청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마침 기도달력으로 쓸, 이왕이면 신앙의 향기가 묻어나는 탁상달력이 필요하기는 했지만, 카페 가입인사도 남기지 않은 터에 염치가 없어서 신청을 못했습니다.

  며칠이 지난 후에 달력 신청 기한을 연장한다는 공지를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달력이 좀 남는가 보다 싶어서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달력을 주문했습니다.

  달력을 받자마자 고마운 분들 이름을 9월까지 빼곡히 적어 두고는 기분이 좋아져서 감사인사도 할 겸 장난스럽게 가입인사를 남겼다가, 토끼가족들과 많은 말을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이틀 후에는 그분들의 진심어린 환영과 위로가 어찌나 고맙던지, '하는 수 없이'(^^*) 카페의 묵주기도 모임에까지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3주 전, 제가 묵주기도를 받는 주가 어찌된 영문인지 앞당겨졌다면서 기도지향과 생활실천사항을 정해 알려달라는 쪽지가 왔습니다. 저는 생활실천사항을 '주위의 세 분에게 구체적으로 감사하기'라고 정했습니다. '내게 이러이러해줘서 고맙다.'라는 식의 말로 감사를 표현하자는 의도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날부터 토끼님들이 손으로 쓴 편지와 카드가 배달되었습니다. 이 바쁜 세상에 '손편지'라니요? 카드와 편지지를 고르려면 일부러 큰 가게를 들러야 하고, 편지를 부치려면 우체국까지 가야하는데 말입니다.

  토끼님들의 기도선물과  사랑과 위로의 말씀 덕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어떤 분은 '애써 찾았을 열 한 개의 네 잎 크로바와 한 개의 세 잎 크로바'로 카드를 꾸미고 축복의 말씀을 적어주셨고, 어떤 분은 예쁜 편지지 세 장에 빼곡하게 격려의 말씀을 적어주셨습니다. 어떤 분은 붓펜으로 정성껏 꾸민 편지지에 "기도 중에 늘 기억하며 제가 행하는 선한 일의 모든 은총을 레지나님께 돌리겠습니다."라고 적어주셨는데, 부족한 엉터리인 제가 이런 큰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어서 살짝 겁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작은 고통도 후하게 갚아주시는, 계산에 서투른 하느님께서 토끼천사님들을 통해서 제게 큰 위로를 주신 것입니다. 구정 연휴가 끼어 있어서 배달이 지연된 덕에, 3주 가까이 거의 매일, 스무 통이 넘는 편지를 받았고, 고마움에 훌쩍거리면서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하느님은 눈치가 없으시다"며 투덜거렸던 글을 이젠 고쳐야할 것 같습니다. 토끼천사님들을 통해서 사랑의 기적을 일으키시어 제게 큰 위로를 주신 것을 보면, 분명 하느님께서는 저를 안쓰러워하시면서 제 눈치를 아주 많이 살피고 계십니다.

 

    오늘 배달된 새 편지를 읽다가, 이토록 큰 위로와 힘이 되어 준 토끼님들을 만나게 된 계기가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하는 제 마음 때문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사할 분들을 위한 기도달력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토끼가족으로 활동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정말로 하느님께서는 유독 '감사하는 이'에게는 눈치를 보면서 쩔쩔매실 것 같습니다.

 

  항암치료를 시작한 후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한동안은 섭섭하고 억울한 일들만 생각났습니다. 원망스러운 마음 때문에 견딜 수 없이 괴로워지니,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살 수 있을 텐데' 하는 절박한 바람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 일이라고는 감사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졌다는 것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려는 겨자씨만한 제 원의를 확인하시자마자, 제 눈에 사랑의 렌즈를 넣어주셔서 '나무로 자라난 감사거리'들을 볼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그 작은 바람하나가 힘든 항암치료 중에도 평화로울 수 있는 기적의 씨앗이 된 것입니다.

 

  분명, 하느님께서 우리의 눈치를 살피시도록 만드는 방법은 우리가 '감사하는 이'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어떤 상황 속에서도 '감사하는 이'가 되기로 선택하기만 하면, 하느님께서는 우리 마음에 감사를 심어주시고, 사랑의 기적을 펼쳐 보이시고, 고통 중에도 평화를 잃지 않는 힘을 주십니다. 하느님께서 그렇게 거저 선물해주시는 평화는 더 큰 감사와 사랑의 기적을 불러일으키겠지요.

 

  "제가 고통을 겪는 것은 좋은 일이니

  당신의 법령을 배우기 위함이었습니다.

  저에게는 당신 입에서 나온 가르침이 좋습니다.

  수천의 금과 은보다 좋습니다.(시편 119,71-72)

 

 

                                                                                       2012년 1월 31일 엉터리 레지나 씀

 

6개국에서 온 편지와 카드들입니다. 카메라 성능과 사진 편집 실력이 엉망인데다가, 날이 흐려서 플래시가 터지는 바람에 선명하지 않습니다. 주소와 편지 내용이 안 보이게 편집한다고 했는데, 덜렁대는 성격 탓에 들쭉날쭉입니다.

선물도 많이 받았습니다.^^(책, 씨디, 배, 건강식품, 3년 묵은 쑥 엑기스, 100년도 넘은 귀한 엽서, 초콜릿, 캐나다 풍경 달력, 예쁜 수첩, 성지에서 산 카드, 작은 성모상........)

이런 일은 21세기에 일어날 수 없는 귀한 기적이 분명합니다. ㅋㅋ

받은 편지를 봉투에 모두 담아서 한 컷^^

편지 내용이 보이지 않게 하려고 사이즈를 확 줄였는데, 크기가 울퍽질퍽이네요.

아름다운 바보만이 할 수 있는 기도 선물을 하신 분은 누구실까요?

고마운 사랑만 받고 제 뜨거운 감사에 담아 선물 돌려드립니다.

주님께서 영원히 기억하시고 그 분께 갑절로 갚아주시기를...

 

 

우표와 카드 일부분만.. ^^(주소 안 드러나게 신경 쓰다가 그만..ㅎ)

 

아주 오래 된 귀한 엽서를 선물 받았습니다.

 

 

 

 

 

 

날씨가 흐려서 화질 별로인 캠코더로 찍은 데다가

날씨가 흐려서 플래시가 터지는 바람에 모두 하얗게 나왔네요.

게다가 편집실수로 고만 넘 쪼그매졌어요.^^

 

 

 

 

 

 

 

 

왼쪽은 오늘 받은 지각편지(아마 마지막?)와 선물(수첩)이구요.

편지들은 오른쪽 사진과 같이 어느 토끼님이 보내주신 초콜릿 상자에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토끼님들을 위한 기도는 10월과 11월에 하기로 했습니다.

달력에 묵주계원들 이름을 쭈욱 적었어요. 그 다음에는 묵주계원이 아닌 토끼님들도 적었네요.

10월과 11월에는 감사하는 마음 가득 담아서 특별히 '찐하게'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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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카페 기도모임방에 올라 온 축하카드입니다.

보편 지향과 개인 지향을 정하고 생활실천 사항을 정하게 되어 있지요.

 

 

 

 

 

김레지나님의 지향을 위한 토끼 가족들의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긴 장미 꽃다발을 성모님께 바치오니

김레지나님과 우리 토끼 가족들 모두를 위해 전구해 주소서!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김레지나를 위한 로사리오 축제에 모두 25분의 토끼 가족이 참여해 주셔서,

모두 775단의 묵주기도와 미사 봉헌, 주모경, 희생 및 봉사, 사랑 나눔의 실천을

김레지나님의 지향을 기억하며 정성스럽게 봉헌하였습니다.

 

김레지나님~~^^*

토끼 가족들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장미화환을 성모님께 직접 봉헌해 주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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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떠유?

정말 신나고 행복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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