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에 미사와 성소분과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왔는데, 무리했는지 그 후로 비실 비실 아파서 잠만 잤습니다.
백혈구 수치 떨어질 때는 외출하지 않아야하는데
주사날이랑 겹쳐서 몇 번 빠진 데다가 다음 달 모임날에도 주사 맞는 날이더라구요.
기도해주신 분들께 고마워서 작은 정성으로 수건을 선물했는데,
학교에는 몇 달 전에 택배로 부쳤고,
레지오 단원들에게도 전했고,
성소분과 몫만 차 트렁크 뒤에서 몇 달 굴러다니고 있어서 전해주고 싶은 욕심에 무리를 좀 했습니다.
어제부터는 열이 다시 나네요.
어제는 37.5도쯤 되어서 근육통이랑 두통이 꽤 심했었는데,
오늘 아침에 재보니 37도 정도입니다.
37도가 넘으면 안 가려고 했는데 열이 살짝 떨어지니 한결 견딜만 해서 교중미사에 다녀왔습니다.
3차 이후로는 부종이 계속 되어서 걷기도 움직이기도 힘이 듭니다.
성당 계단 올라갈 때는 루카가 부축해주고 쉬고 쉬고 올라갔습니다.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더라구요.
미사 시간에는 주로 앉아 있습니다.
영성특강이 있는 날이어서 두 시간 남짓 미사했습니다.
열이 나서인지 온풍기에서 나오는 바람이 에어컨 바람처럼 차갑게 느껴져서 으슬으슬 추워서 혼났습니다.
특강은 정말 좋았습니다. 전 같으면 옮겨볼 생각을 했을 텐데.... 무리하지 않을랍니다.
집에 와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있어도 몸이 녹지 않았습니다.
네 시간쯤 자고 일어나서야 뼈 속까지 스며든 한기가 좀 데워진 것 같았지요.
루카가 기숙사 들어가기 전에 제 곁에 와서 무릎까지 꿇고 몸조리 잘하라고 당부하고 갔습니다.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어서 짐 싸는 것도 간식 싸는 것도 도와주지 못하고 누워만 있었거든요.
오늘 영성특강에서 오늘날의 순교자의 예로 뱃속 아이를 위해서 유방암 치료를 포기하고 죽어간 어느 자매님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루카 나름으로는 제법 심각해진 것 같습니다.
유지니오는 방학숙제로 체험학습 보고서 써야하는데.. 한 군데도 외출한 적이 없다고 투덜댑니다.
나는 가수다 하는 시간이 되어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토끼집에서 잠깐 댓글을 달았습니다.
잠깐 나와 있었더니..또 한기가 들어서 다시 자리에 누웠습니다.
또 자리에 누워서 끙끙 앓고 있으려니
갑자기 외로워집니다.
사람들은 사람들과 함께 웃고
사람들은 사람들과 함께 꿈꾸고
사람들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데
저는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일로 혼자서 웃고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꿈을 꾸고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독특한 일, '아프는 일'을 합니다.
몸이 좀 덥혀지니 다시 거실로 나와서 컴을 켰습니다.
열은 여전히 37도쯤입니다. 예전보다는 높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해열제를 먹지 못하고 며칠을 고열에 시달리는 것은 정말이지 힘든 일입니다.
항암 주사 6번 맞는 동안에 4번 열이 났습니다.
그닥 좋은 성적은 아닙니다.
6년 전 항암 치료 때에는 열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없는데......
열이 나면.. 온 몸이 독극물에 절여진 것처럼 기분 나쁘게 아픕니다.
백혈구 수치를 떨어뜨리는 항암약은 이제 다 맞았습니다.
이제 열이 나서 근육통이랑 두통이 심해서 힘들다는 이야기는 며칠만 지나면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오늘 겪고 있는 항암주사 부작용을
작별하는 마음으로 ㅎㅎ 적어봅니다.
1. 열이 납니다. (보통은 5일쯤 지속됩니다. 이번에는 내일쯤엔 떨어지면 좋겠는데....)
2. 두통, 관절통, 근육통, 말초신경염이 심합니다.
3. 부종이 심합니다. 3차 이후로 10키로쯤 불어서 빠지지 않습니다.
말초 신경염 때문에 손발이 저리고 아파서 걷기도 힘들고 옷 갈아입는 동작도 뻐근한 피로감 때문에 몹시 힘듭니다.
3차 때부터는 종아리뼈 위를 누르면 살이 쑥 들어가서 나오지 않습니다.
4. 콧속 점막이 헐어서 2주쯤은 코피가 계속 됩니다.
5. 입 안이 헐고 혓바늘이 돋았습니다.
6. 손톱 발톱은 까맣게 죽었고 끝부분이 하얗게 들떠 있습니다. 빠질 것 같기도 합니다.
손톱 끝이 아리기는 하지만 다른 데 아픈 것에 비하면 사소한 통증입니다.
7. 어깨와 등이 쑥쑥 아리고 아픕니다. 이건 좀 참기 힘든 증상입니다.
8. 음식 먹기가 괴롭습니다. 맛도 모르겠고 속도 울렁거립니다.
9. 피로감이 너무 심합니다. 기도문 외우는 것도 책 읽는 것도 힘듭니다.
차동엽 신부님의 책 <잊혀진 질문>은 읽기 시작한지 한 달은 된 것 같은데... 십여쪽 읽고 다시 펴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10. 설사합니다. ㅋ (보통은 십여일계속 됩니다. 아주 모른 설사가 아니면 의사샘께 설사 안한다고 보고합니다..ㅎㅎ)
항문도 점막인지라 헐지요.
11. 눈물이 끈적거리고.. 눈꼽이 끼고.. 어쩔 때는 눈이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눈도 점막이라서 점막염이 생긴 거라고 합니다.
손톱끝이 들떴어요.
종아리뼈 위를 손가락으로 누르면 이렇게 쑥 들어가서 한참 동안 그대로 있어요..ㅎㅎ
그래도 1,2차 주사 후에 힘들었던 것에 비하면 3차 이후로는 견딜만 합니다.
1,2차 주사 후에는.. 표현이 안 돌 정도로 힘들었지요.
이렇게 심한 부작용은 제발 안녕.. 빠빠이~~ 다시는 오지 마라~~
금새 피곤해지니, 다시 누워야겠습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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