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쯤이었을까? 잠도 오지 않고 이미 묵주기도를 20단이나 바쳤고......
마사지를 하면 잠이 살 올까하는 생각에 손바닥을 비벼서 얼굴이며 배, 팔 부위를 주무르는데 양쪽 갈빗뼈가 만나는 가운데 명치 끝에 단단한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어? 이게 뭐지? 이게 언제 허락도 없이 여기 자리잡고 있을까? 이게 뭐지?"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잠 좀 자볼려고 몸 구석구석을 만지기 시작했다가 갑자기 상복부에 잡히는 단단한 조직때문에 잠은 커녕 의문만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람들마다 다 있는 걸까? 아니면 내 몸안에 생긴 좋지 않은 조직일까? 뼈 처럼 단단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물렁하지도 않게 느껴지는 이게 뭘까?"
아침이 밝자마자 마침 편하게 생각하는 자매님한테서 급한 일이라며 전화가 왔길래 내가 더 급하다며 '잔소리 그만 하고 빨리 가슴 사이에 뭐가 잡히는지 만져보라'고 주문을 했더니만 평소에도 재밌는 그 분이 하는 말.
"급하긴 급하신 것 같네요. 얼마나 급하면 거긴 아직 이른 시간일텐데 아침부터 전화로 이러실까? 혼자 사는거 쉽지 않죠? 하하하"
"가슴이 아니고 가슴 사이 명치부위를 만져보시라니까요...뭐가 잡히는지"
그런데 그 자매님은 아무것도 잡히는 게 없고 말끔하다고 하셨다. 그 다음 또 다른 자매님한테서도 똑 같은 답변을 들었다. 나에게만 있는 것이다.
아버지를 포함해서 집 안 어른들 대부분이 암으로 돌아가셨으니 대뜸 드는 생각이 '아니 벌써?'였다. 갈 때가 되면 기쁘게 가겠다고 준비에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놀랠 일은 없지만 아무튼 지금 밀라노에서 이러고 있을 일이 아니라 한국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쯤이 되어 어떤 신부님하고 전화 통화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확인을 해봐야 겠다는 생각에 가슴 사이 명치 끝에 뭐가 잡히느냐 물었더니 그 신부님은 똑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이었다. "어? 있어???"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갈빗뼈가 만나는 명치 끝의 생김새가 여성과 남성이 다른 모양이라는데 나는 우연히 여자 두 분에게 먼저 물어 비교하고는 내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우스운 결론을 내린 것이다.
비교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우리들은 매일 서로를 비교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그 비교라는 것이 내가 엉뚱한 비교를 해서 우스운 일을 스스로 한 것처럼 우리들을 얼마나 우습고 가벼운 존재로 만드는지 모른다.
"저 집 애 좀 봐라. 그 애는 얼마나 착하고 공부도 잘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던데 너는 뭐니?"
"쟤는 저렇게 이쁜데 나는 이게 뭐야?"
"쟤내 아빠는 돈도 많이 벌어서 잘 사는데 우리 집은 이게 뭐야?"
만약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면 모를까 착하고, 이쁘고, 돈이 많다는 등등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즐겨하는 비교들은 대부분 상대적이라서 우리는 그런 비교들을 통해서 스스로 혹은 주변 사람들을 끝없이 초라하게만 만들고 있다.
다람쥐는 나무를 잘 타고, 말은 빨리 달리고, 개는 냄새를 맡는데, 독소리는 창공을 나는데 소질이 있다. 이 서로 다른 동물들을 단순 비교해서 어느 것이 더 뛰어난 동물이다라는 결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느님의 모상'을 닮아 지어진 우리들 사람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우주처럼 큰 가치와 존엄을 가지고 스스로의 역할을 이 세상 안에 봉헌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릇된 기준을 세워 놓고 나와 혹은 내 주변 사람들을 비교하여 스스로 열등하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처진 어깨로 살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녀중 누가 좀 사고를 치고 또 대학에 가지 못했더라도, 아무리 봐도 잘 생긴 구석이라고는 하나 없는 얼굴일지라도, 또 돈이 좀 없이 살더라도 당당하게 허리를 펴고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비교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과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우리가 얼마나 예수의 삶과 비교하여 그것에 가까이에 있느냐는 문제 뿐이다. 만약 창피해야 할일이 있다면 우리들 삶이 예수님의 그것과는 멀어도 한참 멀어서 얼굴 붉힐 일이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매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그 분의 삶을 생각하며 내가 어디만큼 와 있는지 스스로 체크해 본다면 우리들은 훨씬 깊은 사람으로, 훨씬 자신있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새벽에 명치 끝을 얼마나 세게, 또 많이 눌러 댔는지 지금은 손으로 만지지도 못하게 아픈 가슴을 쓰다듬으며 예수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해 본다.
갈 길이 멀다. 얼굴이 빨개질만큼 갈 길이 아직 멀다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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