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으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자신들의 삶은 전혀 다듬어지지도 않은 채로, 어쩌면 유아스럽기까지도 하면서 신자들에게는 큰소리로 주님의 가르침이 어떻고 하면서 떠들어대기만 하는 신부들...
허공의 메아리마냥 아무런 감회를 불러일으키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짜증이 날 때도 있습니다.
진리의 빛을 향해 정진하는 구도자의 모습보다는 자신들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는 한 순간도 참지 못하고 열을 내며 '다 당신들 탓이요'라며 세상과 교회의 책임을 전가시키기 바쁜 신부들...
그 분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면서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하며 가슴을 치는 행위가 너무 기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미사에 참여하고 싶은 맘도 없어집니다.
도대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다를게 없어 보이는 분들이 항상 하느님을 위해 한 생을 바치며 홀로 결혼 생활도 '포기'한 채 외로이 독신 생활을 지켜나가고 있다며 열변을 토하는 신부들...
자신들이 하느님을 향해 말 그대로 한 평생을 봉헌한 것이지 나는 한 번도 그 분들에게 하느님을 위해, 혹은 우리들을 위해 독신으로 살아달라는 주문을 한 적이 없습니다.
(중략)
그런 신부님들을 볼 때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저 분들이 먹을 걱정을 한 번 해 보겠어, 아니면 입을 걱정을 한 번 해 보겠어, 집이 없어 잘 곳 걱정을 한 번 해 보겠어...... 그래, 요즘 같은 시대에 너네들 직업 하난 끝내 주는 것 택했다......"
물론 그 분이 몇몇 신부들과의 관계에서 많은 상처를 입었던 것 같고 그래서 메일의 마지막에는 '가까이에 다가 서기도 힘들 정도로 처절하게 구도의 길을 걸어가시는 이 시대의 빛과 같은, 가난하지만 사랑의 기운에 쌓여 계시는 신부님들께는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더라'하고 말하고 있었다.
그 분의 글에 등장하는 신부들의 말과 행동들이 단순히 그 분 개인의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그 분의 말씀 하나하나에 대해 반박을 할 수도 없었거니와 나의 사제 생활에 대한 채찍으로 들려 주신 말씀이라 생각을 하니 참 고마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너네들 직업하난 끝내 주는 걸 택했다...
이런 말을 계속해서 듣고 싶지 않거든 해야 할 일은 단 한가지 뿐이다.
하느님의 '부르심'과 '가르침' 안에서 사는 사람들 답게 변하는 것...
전혀 복음적이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내뱉는 복음이 얼마나 기쁘겠는가?
주님의 부르심과 가르침 안에서 사는 사람답게 변하기를 '처절'하게 청하며 살아가고 그 주님 안에서의 '변화'를 세상 사람들과 '말씀'과 더불어 나누는 사제이고 싶다.
주님의 부르심을 통한 존재의 변화, 주님의 가르침을 통한 삶의 변화를 온 몸으로 실현하며 그 과정 안의 기쁨과 고통, 환희와 좌절, 죽음과 부활을 말하며 살아가고 싶다.
이제 거짓은 싫다.
한국외방선교회 최강 스테파노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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