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는 시험의 장소(1)
하느님 편에서 볼 때 광야는 이스라엘 백성이 당신의 뜻을 과연 따르는지 안 따르는지를 시험해 보는 장소이다.
다음 몇 가지 예만 보아도 그 사실을 알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마라에서 마실 물이 쓰다고 하느님께 불평을 터뜨리자 하느님께서는 나뭇가지 하나를 쓴 물 속에 던지라고 명하시면서 그들을 시험해 보셨다.
(출애 15,25참조)
"내가 하늘에서 너희에게 먹을 것을 내려줄터이니 백성들은 날마다 나가서 하루 먹을것만 거두어들이게 하여라. 이렇게 하여 이 백성이 나의 지시를 따르는지 따르지 않는지 시험해 보리라." (출애 16,4)
모세가 백성에게 일러주었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하느님께서는 너희를 시험하시기 위해서 나타나신 것이다.
너희로 하여금 하느님 두려운 줄을 알게 하려는 것이다." (출애 20,20)
광야에서 이스라엘을 시험하고 단련시키는 분은 하느님이다.
하느님께서는 시험을 통하여 야곱의 후손을 당신 백성으로 양성시킨다.
예를 들어보자.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먹을 것이 없어서 하느님을 원망하자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만나를 주시면서 다음과 같은 시험을 하신다.
주간에는 하루치 분량의 만나를 거두어들이고 다음날을 위해서 보관하지 말 것이요,
주말에는 곱절로 만나를 거두어들여 안식일에 먹도록 하되 안식일엔 만나를 거두러 밖에 나가지 말라는 것이다. (출애 16,4 참조).
이것은 이스라엘이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하느님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알아보려는 시험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불복종한다.
"아무도 아침까지 만나를 남겨두지 말라"고 명하셨지만 그들은 하느님 말을 듣지 않고 다음날치 까지 거두어들여 보관한다. 결국 그들이 보관하였던 만나에는 벌레가 생기고 악취가 풍기었다.
이스라엘은 또 "오늘은 안식일이니 오늘만은 들에 만나가 없을 것이다." (출애 17,25)라는 하느님 말씀을 귀담아 듣지 않고 만나를 거두러 밖으로 나간다.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지 못하는 이스라엘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하느님은 분명히 하루치 양식만을 주시는 분이신데 우리는 자기 소유물을 쌓아둘 창고를 짓고, 필요한 만큼이 아니라 갖고 싶은 만큼 모으려고 한다.
우리의 욕망은 한계를 모르기 때문이다.우리 대다수는 여분이 없으면 불안해하고 마음을 놓지 못한다.
하느님은 오늘의 양식, 일용할 양식밖에는 주시지 않는다.
주님의 기도를 드릴 때 우리는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고 기도한다.
일용할 양식에 의존한다는 것은 그날그날을 하느님께 의탁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하느님께 의지해서 하루하루 살아야 하는 근거는 하느님의 본질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일용할 야식밖에는 줄 수 없는 일상도의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다.
이 점은 하느님의 본질을 드러내는 이름에서도 드러난다.
야훼라는 하느님 이름은 히브리 말로 "나는 '있는 자로서'이다." 이다. 이 이름이 갖고 이쓴 깊은 의미를 알아듣기 위해 다음 시를 보자.
나는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주님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내 이름은 '나는 있는 자로서이다.' (I Am) 이다."
주님은 잠시 말을 멈추셨다.
나는 주님의 말씀을 다시 기다렸다.
주님께서는 다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과거 속에서 살아갈 때
과거의 실수와 후회 속에서 살아갈 때
참으로 힘들다.
내가 거기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내 이름은 '나는 있었던 자로서이다' (I Was)가 아니다.
네가 미래 속에서 살아갈 때
미래의 문제와 두려움으로 살아갈 때
참으로 힘들다.
내가 거기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내 이름은 '나는 있을 자로서이다.' (I Will Be)가 아니다.
하지만 네가 이 순간을 살아갈 때
별로 힘들지 않다.
나는 여기 있기 때문이다.
내 이름은 '나는 있는 자로서이다.' (I Am)이기 때문이다."
"나는 있는 자로서이다." 이신 야훼 하느님은 어제와 내일은 모르신다.
그분은 지금 이 순간만을 아시는 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분을 일상도의 주님이라 부른다.
일상도의 주님이시기에 오늘 우리의 수고와 걱정에 함께해 주시지만 지난날이나 내일에 대한 염려와 근심에는 함께하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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