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송봉모 신부님

[스크랩] 시편 23의 주석학적. 인간학적 이해 - 나 비록 어두운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김레지나 2011. 1. 12. 23:29

시편 23의 주석학적. 인간학적 이해

 

나 비록 어두운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3)

 

"어두운 골짜기"와 관련해서 십자가의 성요한이 언급한 '영혼의 어둔 밤'을

잠시 논할 필요가 있다.

영혼의 어둔 밤이란 한마디로 영적 공허함과 무기력한 상태이다.

성서를 읽어도, 미사를 드려도, 기도와 찬미를 하여도 하느님 위로를 느끼지 못하고

구도적 열정도 시들해진 상태이다.

성서에는 신앙인들이 어둔 밤을 겪으면서 울부짖는 탄원의 기도가 많다.

 

야훼여! 언제까지 나를 잊으시렵니까?

영영 잊으시렵니까?
언제까지 나를 외면하시렵니까?   (시편 13,1)

 

암사슴이 시냇물을 찾듯이, 하느님.

이 몸은 애타게 당신을 찾습니다.

하느님, 생명을 주시는 나의 하느님,

당신이 그리워 목이 탑니다.

언제나 임 계신 데 이르러

당신의 얼굴을 뵈오리이까?

"네 하느님이 어찌 되었느냐?"

비웃는 소리를 날마다 들으며

밤낮으로 흘리는 눈물.

이것이 나의 양식 입니다.   (시편 42,2-3)

 

어찌하여 내가 이토록 낙심하는가?

어찌하여 이토록 불안해하는가?   (시편 42,5)

 

영성학자들은 모든 신앙인들의 영적 여정에는 반드시 어둔 밤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어둔 밤이 영적 여정 처음부터 주어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주님께서는 처음 신앙을 가진 이들에게는 많은 위로를 베풀어 주신다.

루이스(C.S. Lewis)에 따르면 주님은 새로이 신자가 된 사람들을 각별한 은혜로써 돌보아 준다 하였다. 

부모가 온 정성을 다해서 아기를 돌보는 이치와 같다.

어떤 사람은 막 쪄낸 찐빵에다 비교하였다.

막 쪄낸 찐빵이 뜨겁고 말랑말랑해서 더 맛있는 것같이 새로이 신자가 된 이들에게는  부드러운 사랑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새로이 신자가 된 이들은 하느님으로부터 많은 기도의 응답을 받는다.

그들이 받는 기도의 응답 중에는 기적과 같은 것도 있다.

하지만 신앙생활을 계속하면서 하느님은 그들에게 메마르고 고독한 시간을 허락하시어

그들의 신앙을 정화하고 단련시키신다.

이 정화와 단련의 시기가 바로 '영혼의 어둔 밤'인 것이다.

어둔 밤을 겪는 영혼은 자신과 타인과 하느님에 대한 참된 이해와 자유를 얻기까지,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가장 신적인 모습을 갖추기까지 정화되고 단련된다.

한번은 어둔 밤에 대해 연구하던 사람이 대장장이에게 물었다.

"당신은 금을 제련할 때 순금이 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아십니까?"

대장장이는 대답하기를 "금 속에서 내 얼굴을 볼 수 있을 때입니다. 불순물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 속에 내 얼굴이 얼마나 정확히 보이는가를 갖고 결정합니다."

그렇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모상으로 창조된 우리 안에서 당신 얼굴이 맑게 비쳐질 때까지 우리를 단련시킨다.

우리 영혼에 붙어 있는 불순물들을 고통을 통하여 정화, 제거시키신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나는 너희를 은처럼 불속에서 녹여 내고, 고생의 도가니 속에서 너희를 단련시켰다."

(이사 48,10)

그리고 신앙인들은 다음같이 말한다.

"털고 또 털어도 나는 순금처럼 깨끗하리라." (욥 23,10)

 

신앙에 아무 문제가 없을 때엔 우리는 하느님이 어떠한 분인지 안다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어둔 밤이 다가오면 우리 영적 지식의 한계로 인하여 하느님이 어떠한 분인지보다는 어떠한 분이 아닌지를 더 많이 배우게 된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말한다.

"그대가 하느님에 대해 아는 것에 대해서 만족하지 말라.

그대 자신을 하느님에 대해 모른다는 점에 의존해 양육시켜라.

그대의 행복과 기쁨을 하느님에 대해서 듣고 느끼는 것에 두지 말고,

들을수도 느낄 수도 없는 것에다 두어라.... 그대가 덜 이해하면 할수록

더 가까이에서 하느님을 뵈올 것이다."

 

어둔 밤이 오면 무조건 인내하면서

언젠가는 빛나는 대낮이 온다는 것을 희망하여야 한다.

어둔 밤은 신앙의 위기를 초래할 만큼 하느님의 부재를 체험하는 시간이기에

무조건 인내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없어도 계속 기도하고, 성서를 읽고, 미사에 참례해야 한다.

하느님으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은 느낌, 자기 혼자만 고통을 짊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하루에도 수십 번 들겠지만 주님께서 우리의 착한 목자가 되시어 우리를 바른 길로 인도하고 계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사실을 굳게 믿으면서 여명이 트기까지 깨어 기다리는 것이 신앙이다.

기다림은 예술이다.

시간이 참으로 가치있는 것은 기다림 때문이다.

비록 오늘 얻을 수 없다 하더라도 기다린다면 언젠가는 하느님을 만나 뵐 수 있을 것이다.

 

어둔 밤은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이기에 굳이 그것을 물리치려 하지 말라.

그들은 안다.  별을 보려면 어두움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출처 : 퍼렁별나라공쥬님의 블로그
글쓴이 : 찬미예수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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