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대축일 - 하늘나라의 일꾼들
저는 성령님이 계시지 않아, 영혼과 육체가 깨어지는 첫 번째 모습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은 사탄을 거짓의 아버지라 부르셨습니다. 진실함은 하느님의 본질 중 하나입니다.
어렸을 때 처음으로 지우개를 훔쳤을 때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뛰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리고 깨끗한 영혼에 처음으로 상처가 간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양심의 가책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어렸을 때는 양심이 매우 예민하여 작은 잘못을 해도 예민하게 느꼈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것이 점점 무뎌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어린이의 깨끗함을 잃어 하느님과 점점 멀어짐을 뜻합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사회에 살면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기가 쉽지 않은 것을 느꼈습니다.
군대 제대하고 한 공장의 운전기사로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습니다. 일을 다 마치고 저녁 약속이 본당 신부님과 있었는데 공장이 좀 늦게 끝나 제 시간에 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다 내려주고 교통신호도 무시하며 달렸습니다. 그랬더니 경찰이 저를 잡았습니다. 아르바이트라 얼마 받지도 않는데 당시 칠만 원을 벌금 무는 것이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운전병으로서 군대에서 배운 것을 써 먹기로 했습니다. 저를 딱지 떼면 평생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말을 만들어 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공장 운전기사입니다. 지금까지 벌점이 많아서 이번에 딱지떼면 적어도 삼십일 면허정진데 그럼 저 회사에서 잘립니다. 갓 결혼해서 애들도 있는데 ...”
저는 손가락에 군대에서 함께 맞췄던 반지를 끼고 있었고 그 경찰은 그것을 그대로 믿고 다음부터는 조심하라고 하며 저를 보내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거짓말보다 이 십분 동안 한 거짓말이 더 많았던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더 신기했던 것은 그렇게 거짓말을 하면서도 하나도 떨리지 않았고 그것이 잘 먹혀들어가니 묘한 쾌감도 느껴졌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나타나엘을 보시며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라고 하십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 백성을 의미하며 결국 하느님 백성이 되기 위해서는 거짓이 없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거짓말은 독과 같기 때문입니다. 거짓말하면 믿지 못하게 되고 믿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나라는 사랑의 나라입니다. 그 사랑의 나라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서로 믿는 관계가 되어야하는데 결국 거짓말하는 사람은 그 관계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오늘 거짓이 없는 참 이스라엘 백성인 나타나엘에게 당신 위로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즉시 예수님께서 야곱의 사다리에 대해 말씀하고 계심을 알 수 있습니다.
야곱이 도망치는 도중 베델에서 꿈을 꾸었는데 바로 그 곳에 하늘과 땅을 잇는 사다리가 놓여있고 그 위로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을 본 것입니다. 베델은 ‘하느님의 집’이란 뜻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하느님 집으로 통하는 문이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사다리임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어쨌든 ‘진실, 솔직함’에 대해 말씀하시다가 하늘나라에 대해 말씀하시는 이유는 천사들의 깨끗함을 지닌 이라야 그리스도라는 사다리 위에서 하늘과 땅을 오가며 하느님나라를 세상에 전파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주님의 기도에서처럼 하느님은 ‘하늘’에 사십니다. 땅에서 살지만 마음이 하늘처럼 깨끗한 사람은 이미 하늘나라에 도달한 것입니다. 하늘나라에 도달한 이라야 하늘과 땅을 오가며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중재의 역할을 하는 사제직입니다.
오늘 기념하는 대천사들은 하느님의 종으로서 하늘과 땅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하느님의 일을 도와주었습니다. 하느님의 일이란 이 세상에 하느님의 나라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란 곧 하늘나라의 맛을 아는 사람들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도 천사처럼 되지 않으면 하느님의 일꾼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됩니다. 우선 죄인은 그리스도인 야곱의 사다리를 탈 수 없게 됩니다. 야곱의 사다리인 그리스도와 일치하는 사람만이 그 사다리로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하늘과 땅을 이어주신 유일한 분은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리스도는 거짓과 양립할 수 없는 분이고 또 그 분을 따르는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특별히 거짓이 없는 이스라엘 백성이라야 하느님의 충실한 종이 되어 이 세상에 천사들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특별히 하느님의 종들이 되기 위해 먼저 우리 자신을 천사들처럼 깨끗하게 만들기를 결심하며 특별히 구체적으로 거짓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천사의 진실 됨
요즘 노래 가사들을 들어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특별히 헤어질 때 상대에게 하는 말들이 재미있는데, “난 너 때문에 친구들까지 다 잃었는데. 나 좋다는 사람도 많았었는데...” 등등의 말입니다.
당연히 둘이 사귈 때 서로간의 의무 때문에 신의를 지키려고 좋다는 사람을 떼어버려야 하지만, 만약 한 사람만 신의를 지키고 다른 사람은 애인이 있으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다면 그 사람은 참 비인간적인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과 사랑과 관계와 어쩌면 모든 인생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일부러 좋은 말을 해 주며 사람들이 저를 좋아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저를 좋아한다고 말해도 저는 ‘솔직한 심정’을 말합니다. 그게 저를 좋다고 하는 사람에게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될 것을 압니다. 그러나 사랑을 받아 손해 볼 것 없다고 솔직하게 말해주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의 감정은 더 깊어질 것이고 나중엔 지워질 수 없는 아픔을 주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관계를 가지고 사랑을 가지고 솔직하지 못하여 상대를 이용하거나,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어 상대의 감정을 가지고 노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신앙인에겐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사랑은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하지 못하면 상대방뿐만 아니라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을 통째로 무시하고 이용하는 것이 됩니다. 사람의 감정을 이용하는 것도 비인간적이지만 사랑을 가지고 솔직하지 못한 것은 다른 한 사람의 인생을 모조리 망쳐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가장 피해를 받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자기 자신입니다. 내가 솔직하지 못하니 아무도 솔직하게 보지 않고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무도 믿지 못하니 누구와도 참으로 진실 된 관계를 맺지 못하게 되고 결국 세상에 혼자만 남게 됩니다.
더 큰 손해는 솔직하지 못하여 하느님까지도 믿지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제나 수녀가 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제나 수도자도 솔직하지 못한 사람은 참 하느님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낸 하느님을 믿게 됩니다. 얼마 전에 수녀님이 대놓고 장상 수녀님께 거짓말 하는 것을 들었는데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은 믿음이 약하여 자꾸 믿을 수 있는 표징들을 요구하게 됩니다. 즉,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들이 예수님께 하늘에서 오는 표징을 요구하는 것은 그들이 거짓말쟁이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에게는 아무런 표징도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고 하십니다.
반면에 오늘 ‘거짓이 없는 바르톨로메오’는 예수님께서 자신을 무화과나무 밑에서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 마디 했는데도, 그 분을 메시아로 믿어버립니다. 이는 사람이 진실 되기 때문에 진리 자체이신 분을 쉽게 알아보기 때문입니다. 그 때 예수님은 바르톨로메오에게 더 큰 표징, 즉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진실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표징을 보여주지 않으시고 솔직한 사람에게는 큰 표징까지도 보여주시는 분이 하느님이십니다.
예수님은 사탄을 “거짓의 아버지”라 부릅니다. 거짓말쟁이이기 때문에 하느님을 믿지 못해 그 분께 반기를 든 것이고, 천사들에겐 거짓이 없기 때문에 하느님을 믿어 계속 천사로 남아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오늘 특별히 루치페르를 제외한 나머지 세 대천사의 축일입니다. 대천사였다가 거짓의 아버지가 되어버린 루치페르와 진실한 바르톨로메오 같은 천사들이 대비되는 날이기도 한 것입니다.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는데, 어린이들의 가장 첫 번째 특징은 사람을 속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천사와 같이 되는 것, 뼛속까지 진실한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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