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3주일 강론(2010년 11월 14일)
“검불의 삶을 살지 맙시다!”
연중 제33주일인 오늘 우리는 평신도 주일로 지내면서 지난 한 해 동안 평신도 사도직을 얼마나 잘 수행하며 살아왔는가 되돌아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평신도 사도직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하였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이러한 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1968년 ‘한국 천주교 평신도 사도직 협의회’의 결성하고 제1주일을 ‘평신도 사도직의 날’로 제정하여, 평신도들에게 주어진 사도직의 사명을 거듭 깨닫게 하였습니다. 그 뒤 1970년부터는 연중 마지막 주일인 연중 제34주일(그리스도 왕 대축일)의 전 주일을 ‘평신도 주일’로 지내 오고 있습니다.
평신도란 예수님께서 선택하신 백성으로서, 성직자를 제외한 모든 신자를 가리킵니다. 평신도란 세례성사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루고,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자직, 왕직에 참여하여 그분의 백성으로서 사명을 완수하는 신자들을 말합니다. 평신도 또한 성직자와 더불어, 그리스도를 세상에 증언하고 복음을 선포할 사명을 가집니다. 오늘날 신앙과 동떨어진 삶을 재촉하는 것들로 가득한 세상 안에서 평신도로서 어떻게 살아야 주님의 자녀로 제대로 사는 것일까요?
오늘 복음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종말론적 삶', ‘종말론적인 신앙생활’에 대해 묵상하게 해줍니다. 종말론적 신앙의 의미는 "이미, 그러나 아직"이라는 명제로 함축됩니다. 그 완성의 날을 향해 달려가 ‘종말’은 세상이 파괴되고 참혹한 심판이 내려지는 암흑의 시간이 아닙니다. 그리스도교의 종말의 진정한 의미는 하느님의 나라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심으로써 이미 시작되었고, 그리스도와 함께 우리 안에서 성장하고,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완성된다는 가르침입니다. ‘종말론적인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오심을 잘 맞아들여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나라 확장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재림하시어 하느님의 나라를 완성시키실 우리의 왕 그리스도의 날을 향하여 순례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 운동은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받은 제자들을 통하여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자녀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모든 사람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함으로써 아드님의 사명을 계속 수행하게 됩니다. 언제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시어 하느님의 나라를 완성시키실지 그 날 그 때는 알 수 없지만, 매일 매일을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고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위해 내 자신이 해야 할 몫들을 성실히 수행해가야 합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본을 보여 준대로, 무질서하게 살지 않고 아무에게서도 양식을 거저 얻어먹지 않으며, 수고와 고생을 하며 밤낮으로 일하는 성실하고 의로운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날에 하느님 나라의 시민으로서 큰 기쁨을 누릴 것입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가 지적한대로, “무질서하게 살아가면서 일은 하지 않고 남의 일에 참견만 하는 자들”, 곧 성실하지 않고 의롭지 않게 사는 사람은 주님의 날이 기쁨의 날이 아니라 가슴을 치는 날이 될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말라키 예언자 - 바빌론 귀양살이에서 돌아온 유다인들이 공동체 재건을 위해 투쟁하던 시기에 하느님 말씀을 전하던 예언자 - 도 종말론적인 현상들을 예언하면서 주님의 날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예언합니다. “보라, 화덕처럼 불붙는 날이 온다. 거만한 자들과 악을 저지르는 자들은 모두 검불이 되리니, 다가오는 그날이 그들을 불살라 버리리라. 그날은 그들에게 뿌리도, 가지도 남겨 두지 않으리라.” 썸뜻한 느낌이 드는 이 말씀은 주님의 날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경고의 말씀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이름을 경외하고 그분께 충실한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의로움이 깃들일 것이라는 희망과 격려의 말씀이 더욱 힘 있게 선포됩니다.
힘들고 어려운 세상살이에서 평신도로서 하느님의 자녀답게, 그리스도의 제자답게 살아가는 것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주님께서 늘 우리와 함께 계시어 우리를 사랑으로 지켜 주신다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용기와 힘을 냅시다.
형제자매 여러분, 검불의 삶을 살지 맙시다. 검불의 삶이란 결국 무너지고 말 세상 것들에 마음 빼앗기며 무질서하고 개으르고 불의하고 안일한 생활을 하는 삶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나라의 시민이며 하느님을 모시고 영원한 천상생명을 누릴 사람들임을 명심하며, 종말론 적인 삶을 성실히 살아갑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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