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9주간 토요일 - 어린이와 같은 마음으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는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늘나라를 차지할 수 있는 ‘어린이와 같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을 두고 하는 말씀일까요? 한마디로 부모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는 어린이와 같이 아버지 하느님의 말씀에 대해 자녀로서 겸손과 단순 그리고 신뢰심을 갖고 따르는 사람을 말합니다.
어린이는 순진하고 이해타산적이지 않습니다. 부모가 가르쳐준 대로 따르며 순종합니다. 그런데 커가면서는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이 점점 확립되어 가고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려 합니다. 이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강해지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수용하는 부분이 약해진다는 것입니다. 사춘기 때 이런 현상이 더 강해지고 어른이 되어서는 교만하고 고집스러운 모습으로 굳어져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고집스럽고 교만한 자세는 순수성, 개방성을 마비시키고, 급기야는 하느님의 은총 안에 살려고 하지 않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하고 맙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늘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또 기도하며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의 생활을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은총의 생활에는 바로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께 온전히 신뢰하고 의탁하며, 모든 것을 묻고 듣는 겸손하고 열린 자세, 곧 순수한 마음 자세가 절대 필요합니다.
영성적으로 어린이와 같은 삶을 산 가장 뛰어난 분으로 우리는 예수의 아기 성녀 데레사를 떠올리게 됩니다. 데레사는 ‘영적 어린이의 길’을 걸었던 성녀입니다. 데레사 성녀는 오늘 복음 말씀을 온전히 받아들여 하느님 앞에 가장 작은 자가 되기 위하여 어린이의 길을 택했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탁하며 살았습니다. 성녀는, 성화의 주도권이 하느님께 있음을 인정하고, 우리 인간이 어린이와 같이 작은 채로 남아 있으면서, 어린아이가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아무 걱정하지 않듯이 모든 것을 선하신 주님께 맡겨드릴 때 성화에 제대로 이르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성녀는 성화시키시는 하느님께 대해 자신이 갖추어야 할 자세와 관련하여 ‘예수님의 팔’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저를 하늘까지 들어 올려 줄 승강기는 오, 예수님, 당신의 팔입니다. 이렇게 되려면 저는 커질 필요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작은 채로 있어야 하고 점점 더 작아져야 합니다.”
데레사 성녀는 자신을 낮추는 이러한 겸손을 바탕으로 어린이가 부모 앞에서 단순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행동하듯이 하느님 앞에서 그렇게 표현하고 행동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성녀는 겸손이나 희생 혹은 애덕과 같은 덕행의 실천에 있어서도 어떤 계획이나 방법을 따로 세운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자기에게 주어지는 아주 작은 기회나 사소한 것들 안에서 단순하고도 자연스럽게 실천했습니다. 또한 성녀의 생활은 모든 것이 하느님께 대한 자녀다운 신뢰로 넘쳐 있었습니다. 성녀는 하느님의 자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전적으로 맡겼으며, 심지어 고통을 겪더라도 온전히 하느님을 신뢰했습니다. 성녀는 자신의 약함·무능력함·작음·허물을 느낄수록 무한하신 하느님의 능력에 자신의 전존재를 맡기고 더욱더 신뢰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예수의 아기 데레사 성녀는 그 호칭 그대로 예수님의 아기로 살았고, 그 아기의 길을 통해 하느님 나라의 위대한 성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하느님 뜻 앞에서 자신의 뜻을 버리지 않으려 합니다. 하느님의 뜻대로 모든 것을 의탁하며 살아갈 때 가장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임이 분명함에도 우리는 그런 의탁의 믿음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아직도 세속적인 가치관과 인간적인 욕망이 앞서 하느님의 뜻을 저버리는 우리들. 주님의 말씀을 건성으로 듣거나 귀로만 듣고 생활로는 실천하려들지 않았던 우리들. 주님의 말씀을 자신에게 적용하려고는 하지 않고 다른 형제가 그 말씀으로 회개하기를 바라는 엉터리같은 우리의 모습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자들 중에는 이해타산적으로 신앙생활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순수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위선적인 태도가 그럭저럭 덮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행동하지만 결국 그 속셈은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잘난체하는 교만한 신자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자신이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었다며 자신의 공적을 자화자찬하곤 합니다. 그들은 말로 자신의 공적을 까먹습니다.
다른 형제들의 조언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는 신자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조언해 주면 변명하기 바쁘고 오히려 자신을 그렇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더 나쁘다고 버럭 화를 내곤 합니다. 심지어는 삐져서 성당에도 안 나오는 교우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로는 결코 하느님의 나라를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예수의 아기 데레사 성녀여, 저희를 어린이와 같이 순수하고 겸손해지도록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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