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주일(다) 강론 - 2010년1월24일
주님은 우리의 기쁨이요 힘(느헤 8,10)
이스라엘의 패망과 불행은 하느님께서 명하신 계명과 규정과 법규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거룩한 예루살렘 성전의 굳건한 성벽과 구원의 성문이 외세의 침범으로 무너지고 불타버렸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묶여 바빌론으로 유배를 가게 되었고, 남은 사람들은 고통과 수치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사제 에즈라는 바빌론 귀양살이에서 돌아와 예루살렘을 재건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처음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은혜로운 하느님의 말씀과 율법이 선포되자 온 백성이 울기 시작합니다. 가엾고 비참한 신세가 된 자신들의 처지를 생각하며 지나온 삶에 대해 뉘우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편으론 돌아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는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 바로 ‘하느님이 계시고 희망이 있다는 것’에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부서지고 낮추인 마음, 가난하고 가여운 그들의 마음속에서 하느님의 말씀은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주님께서 베푸시는 기쁨이 바로 그들의 힘이 되었습니다(느헤 8, 10).
사제 에즈라가 폐허가 된 예루살렘, 무너진 성전 앞에서 실의에 잠겨있었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선포하였듯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서를 통해 당신을 가난과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해방의 메시아로 선포하셨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희망의 복음이었습니다.
“주님의 성령께서 나에게 내리셨다.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묶인 이에겐 해방을 알리며 눈먼 사람은 보고 억눌린 이는 자유를 얻게 하기 위해서다.”
오늘 복음에서 보았듯이, 예수님께서는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이들, 소외된 이들, 죄인들을 먼저 챙기시고, 누구보다 먼저 그들에게 기쁜 소식을 선포하셨습니다. 유다의 주요 고을들이나 예루살렘이 아닌,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운 곳, 착취당하고 힘겨운 삶의 무게에 눌려 사는 이들의 땅 갈릴래아에서 당신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셨습니다.
이렇게 오늘 복음은 성령을 입고 오신 예수님께서 우리 곁에 ‘기쁨과 힘’으로 계심을 선포합니다. 우리를 사랑하시고 해방시키고자 하시는 자비하신 하느님의 힘과 은총이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 가운데 머물러 현실이 됨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제2독서의 말씀대로 당신의 몸을 이루는 모든 지체, 특별히 약하고 보잘 것 없는 이들을 더욱 끌어안아 보살피심으로써 모든 지체들에게 하느님의 기쁨과 힘을 주시고자 하신 것이다.
예수님 시대 율법학자들은 율법의 굴레를 백성들에게 씌우고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자기들의 위선적인 틀에 맞추어, 단죄하시고 심판하시기만 하는 분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손가락질 받고 실패한 이들의 하느님으로 먼저 다가오셨습니다. 그렇게 주님의 은혜로우심을 그 무엇보다 먼저 선포하셨습니다.
우리에게도 하느님은 자비로우시고 은혜로우신 분으로 먼저 다가오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다시금 일어서라고, 용기 내어 살아가라고 격려하십니다. 사제 에즈라의 말을 듣고 울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오늘 우리 또한 부서지고 낮추인 마음, 가난하고 텅 빈 마음으로 우리를 누르는 어둠의 그늘에서 벗어나 주님의 은혜로움 안에서 ‘해방’의 눈물을 흘릴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과연 주님께서 베푸시는 기쁨이 바로 우리들의 힘입니다(느헤 8, 10).
그러므로 이제 우리의 눈을 말씀이신 예수님께 돌려 그 힘과 기쁨을 간절히 청하도록 합시다. 그러면 주님은 조용히 우리 곁으로 오셔서 다음과 같이 응답하실 것입니다. “내가 베푸는 기쁨이 바로 너희의 힘이니, 서러워하지 말아라. 힘겨워하지 말아라.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너희와 함께 있다.”
한편 세례성사로 예수님의 지체가 된 우리도 오늘 복음의 예수님처럼 가난한 이들, 고통에 신음하는 이들, 힘없고 소외받는 이들에게 다가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 할 소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 제2독서는 이점을 매우 강조하여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분열과 분쟁이 심했던 코린토 교회 신자들에게, 교회 공동체는 그리스도의 한 몸이니 서로 아끼고 돌보며 함께 하자고 권고합니다. 특별히 교회 공동체 안에 있는 더 약한 이들, 덜 소중하게 여겨지는 이들을 오히려 더 소중하게 감싸주고 돌보아주고 그들에게 더 큰 영예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다시 말하면 삶의 무게에 지쳐있는 이웃 형제들에게 우리 자신이 주님께서 주시는 기쁜 선물이요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사제 에즈라가 위대하신 주 하느님의 희망의 말씀을 전하자 온 백성이 손을 쳐들고 “아멘, 아멘!” 하고 응답하였듯이, 우리도 오늘 주님께서 선포하신 희망의 복음 앞에 힘이 솟구쳐 “아멘, 아멘!” 하고 크게 응답합시다!
“아멘, 아멘!!” ~! ~!
'강론 말씀 (가나다순) > 조영대 신부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인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0) | 2010.08.13 |
---|---|
용서하기 어렵다면 (0) | 2010.08.13 |
어떤 일이 일어나도 주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0) | 2010.08.07 |
오그라든 마음을 펴게 해 주소서! (0) | 2010.08.07 |
미사에물 (0) | 2010.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