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9주간 목요일(짝수해) - 용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론 남에게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받았던 상처는 좀처럼 아물질 않아 상처 준 상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가기 쉽습니다. 그러나 상처와 원한을 가슴에 안고 산다면 우리의 마음은 곪아 터지게 되고 삶은 메마른 사막처럼 비참해 질 것입니다. 미워하는 마음은 자신에게도 가슴 아픈 일이며 괴로움의 연속일 뿐입니다. 릭 워렌은 그의 저서《행복으로 가는 길》에서 “용서는 용서 받는 상대보다 당신 자신을 위한 것이며,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라고 했습니다. 미움, 원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코 행복해 질 수 없습니다. 맘속에 간직한 상처는 가시가 되어 도리어 나를 헤칩니다. 내 가슴속에 못을 친 사람을 용서하고 그 못을 빼낼 때 내가 참 자유인이 됩니다. 용서 없이 마음의 평화는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용서만큼 힘든 일이 있을까요? 관계 안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으면 그 상처가 아물고 용서하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요... 그러나 힘들지만 용서를 해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 그리도인에게는 필수소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찌해야 용서하며 살 수 있을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형제가 잘못하면 일곱 번뿐만 아니라 일흔 번까지도 용서해 주어야 한다 하셨는데, 이는 용서의 횟수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인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것은 과연 우리에게 다른 사람을 단죄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아 용서 못하고 원한과 분노에 떨고 있을 때 우리가 입은 하느님의 자비를 떠올려야 합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의 예화에서 만 탈란트라는 도저히 갚을 수 없는 빚을 진 종처럼 하느님 앞에서 도저히 갚을 수 없는 빚을 진 영원한 빚쟁이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엄청난 용서의 빚을 진 사람들로서 다른 형제를 용서하지 않고 미워한다면 이는 하느님께 대한 배은망덕한 행위입니다. 주님의 기도에 나타나 있듯이, 다른 이웃들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으면서 하느님께 우리의 잘못을 용서 청하는 것은 뻔뻔한 짓이며, 하느님께서 용서해 주시실리 없습니다.
용서는 하느님 자비에 대해 보답하는 자세입니다. 용서의 이유요 용서의 원천은 하느님의 자비입니다. 일흔일곱 번씩, 아니 그 이상 한없이 용서해도 하느님의 자비의 빚을 갚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진정한 깨달음이 용서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입니다.
이러한 깨달음을 보다 생생히 얻기 위하여 우리는 십자가상의 예수님을 바라보고, 감실 안에 성체를 깊이 조배하며 예수님이 우리 죄인들을 위해 사랑으로 치르신 고통을 생각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죽이는 원수들을 위해서도 용서의 기도를 바치시며 당신의 자비를 한없이 보이셨습니다. 우리의 용서의 소명은 예수님의 그 사랑과 자비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우리가 용서하기 어렵다면 예수님의 용서와 자비를 깊이 깨닫지 못한 탓입니다. 우리가 끝까지 용서의 노력을 멈춰선 안 되는 것은 예수님의 자비에 빚진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는 용서를 위해 성체 안의 주님께 도우심을 구해야 합니다. 용서는 우리의 의지만으로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그러니 주님께 의탁해야 합니다. 주님은 사랑과 자비의 원천으로서, 우리가 미움과 원한에 떨고 있을 때 함께 아파하시며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고 위로해 주시며 평화와 치유의 은혜를 베풀어 주십니다. 용서가 힘들수록 더 자주 감실을 찾아 성체조배하며 주님께 의탁해야 합니다. 우리는 분명히 성체 안에서 위로와 치유, 용서의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끝으로 예수님의 다음의 말씀을 기억합시다. “너희 하느님께서 자비로우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복음 6장36절)
용서는 인간이 지신 하느님의 모상의 가장 아름다운 표출입니다. 용서는 인간이 하느님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가장 아름다운 노력입니다. 용서는 하느님의 완전성에 도달하기 위한 필수요건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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