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과 - 천주교 소개
성당은 하느님의 집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우선 가정 공동체에 속하게 되고,
지역과 국가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게 된다.
우리는 첫 시간에 ‘나’는 ‘너’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고, ‘것’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으며, 또한
‘님’이 안 계신다면 ‘나’와 ‘너’와 ‘것’이 존재할 수 없고 생존할 수도 없음을 살펴본 바 있다.
이처럼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고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 즉 공동체적 존재이다.
우리가 자기 스스로에게 생명을 가져다 줄 수 없는 것처럼
신앙 역시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보다 먼저 천주교 신앙을 가졌고, 그래서 그 신앙을 나에게 전해준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비로소 나도 신앙을 알게 되고, 신앙생활을 영위해 나가게 된다.
이처럼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 즉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바로 ‘교회’이다.
이와 같이 ‘교회’라는 말은 장소나 건물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라는 매우 인격적인 용어이다.
우리는 교회로부터 신앙을 전해 받는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우리의 생명을 어머니로부터 받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어머니가
자기 아이들에게 말하는 법과 이해하는 법,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치듯이
교회는 우리에게 신앙을 가르치고, 우리가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믿는 사람들과
더불어 그 가르침을 실천하며 살아감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이끌어준다.
그래서 교회를 ‘신앙의 어머니’라고 말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이려면 일정한 장소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공부하기 위해서는 ‘학교’ 라는 장소가,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 라는 장소가
필요하듯이, 그리스도교를 믿는 사람들의 모임 장소가 곧 ‘성당’이다.
그래서 ‘천주교’ 하면 ‘성당’을, ‘성당’ 하면 ‘천주교’를 떠올리게 된다.
성당 건물은 그 자체로 세상에 천주교를 표상한다.
성당은 무엇보다도 먼저 하느님께 바쳐진 하느님의 집이다.
그래서 신자들은 성당에 모여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고 하느님의 축복을 받는다.
또한 성당은 하느님 백성의 집이다.
그래서 신자들은 성당에서 기도를 하고, 교육을 받고, 친교를 나누고, 사랑을 실천하는 등
신자로서의 수련을 쌓고 신앙생활을 해나간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모든 인간을 사랑으로
부르시고, 하느님의 자녀들인 교회 공동체 역시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모든 사람들을 이 사랑에로 초대한다.
그래서 성당은 믿는 사람이나, 믿음을 가지려는 사람이거나,
잠시 위로를 받으려는 사람이거나 간에 누구에게나 개방된 집이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보자.
우리는 남의 집을 방문할 때 현관에서 신발에 묻은 흙먼지를 털고 자세를 가다듬은 다음에
들어가는 것을 그 집에 대한 예의로 여긴다. 세상 사람들의 집을 방문할 때도 이런데
우리가 하느님의 집인 성당에 들어갈 때 여기에 걸맞는 예의를 갖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성당에 올 때 단정한 복장, 겸손한 자세는 기본이다.
성당 입구에 들어서면 출입문 양옆에 성수대(聖水臺)가 놓여 있다.
여기에 담긴 성수는 사제가 교회의 이름으로 특별히 축성한 물이다.
물은 정화의 상징으로, 그리스도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에서도 제단에 오르기 전에
몸을 씻거나 부정을 쫓는다는 목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신자들은 성당에 들어설 때 이 성수를 찍어 성호경을 바치면서 ‘성수기도’를 바친다.
“주님, 이 성수로 저의 죄를 씻어주시고 마귀를 몰아내시며 악의 유혹을 물리쳐주소서. 아멘.”
이렇게 기도하는 까닭은 바깥세상에서 지은 자신의 죄를 씻고 깨끗한 영혼으로
하느님의 집에 들어감을 뜻한다. 그래서 미사나 기도를 한 다음에 성당에서 나올 때는
성수를 찍어 기도할 필요가 없다.
성당 전면에 설치된 제단의 중앙에 놓여 있는 탁자가 제대(祭臺)이다.
제대는 성당의 중심이다. 이 제대를 중심으로 사제와 신자들이 하느님께 드리는
거룩한 제사인 미사를 봉헌하고 중요한 교회 예식을 거행한다.
이 제대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 당신의 몸과 피를 희생제사의 제물로
바치신 거룩한 식탁을 상징한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의 일치를 상징한다.
또한 교회의 주춧돌이신 예수 그리스도 자신을 상징한다.
그래서 신자들은 성당에 들어설 때 제대를 향해 절을 하며,
제대 앞을 지나갈 때도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한다.
제대 오른쪽에 놓여 있는 작은 함을 감실이라고 한다. 감실 옆에는 항상 등불이 켜져 있다.
이것은 감실에 예수님의 거룩한 몸, 즉 성체를 모셔놓았다는 것을 알리는 표시이다.
감실에 성체를 모셔두는 목적은 몸이 아픈 신자에게 성체를 전해주기 위해,
미사 없는 영성체를 하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그리고 빵의 형상 속에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흠숭하기 위해서이다.
제대 왼쪽에는 성서 봉독대(독서대)가 놓여져 있다.
예수께서는 “사람이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으로 산다”고 말씀하셨다.
즉 세상 사람들은 빵만으로 현세 생명을 이어갈 양식을 얻고 있지만,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이와 더불어 하느님의 말씀으로 영원한 생명을 이어갈 양식을 얻는 것이다.
하느님의 말씀이 선포되는 성서 봉독대는 곧 ‘말씀의 식탁’인 것이다.
이곳에서 미사 예절 중 독서와 복음이 봉독되고, 사제의 강론이 행해진다.
성당 안 벽면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형선고를 받으시고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온갖 고통을 당하시며 사형장까지 끌려가셔서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시기까지의
과정을 열네 가지 장면으로 형상화한 ‘십사처’(十四處)가 걸려 있다.
그리고 성당 안 후면에 고해실이 설치되어 있다.
전례는 하느님께 드리는 공적 예배
모든 종교는 제각각 고유한 종교 의식을 행한다.
이러한 종교 의식은 대개 엄격한 형식을 갖고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종교 의식은 그 종교의 교리를 외적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의식을 반복하는 동안 교리가 그 사람의 내면에 깊이 스며들게 되고,
이렇게 자기 것이 된 교리는 다시 종교 의식으로 나타나게 된다.
천주교에서 하느님께 공적으로 예배를 바치는 종교 의식을 가리켜 ‘전례’(典禮)라고 한다.
신자들은 전례를 통해서 하느님을 섬기고 영광을 드리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해주시기를 청한다.
그리고 전례 안에서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은총을 받아 거룩하게 된다.
또한 신자들 모두가 함께 전례를 거행함으로써 형제적 사랑을 나누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뜻이 되어 일치를 이루게 된다.
다시 말해서 전례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신자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교회는 한 해 동안 절기와 날짜를 정해놓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원 업적을 일정한 기간에 되풀이하여 기념하며 경축한다.
이를 위해 제정된 교회 달력이 전례주년(전례력)이다.
천주교의 대표적인 전례가 미사이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해
당신 아드님을 참 인간으로 이 세상에 보내셨다.
하느님의 아들이시고 곧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 위에서
고통을 당하시고 목숨을 바침으로써 하느님 아버지께 희생 제사를 바치셨다.
그리고 십자가에서 바치신 당신 몸을 우리의 영원한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주셨다.
(제17과 성체성사에서 자세하게 설명)
미사는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 제사를 교회가 기념하고 재현하는 예식이다.
재현한다는 것은 단순히 되풀이한다는 것이 아니라 현재화한다는 뜻이다.
즉 예수님께서 2천 년 전에 행하신 것처럼 오늘도 여전히 당신께서 주관하시며
우리와 함께 희생 제사를 드리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모든 그리스도인은 미사 전례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이 만남을 통해 무한한 은총을 얻고 하느님께 나아가게 된다.
교회는 이 미사를 매일 봉헌한다. 그리고 신자들에게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즉 매주 일요일에는 반드시 미사에 참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성당에서는 토요일 저녁(구약의 전통에 따라)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시간을 정하여
여러 차례 미사를 드리는데 신자들은 편리한 시간을 택하여 미사에 참석하게 된다.
미사 때 일어서고 앉고 무릎을 꿇는 동작들의 의미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동작들이 갖는 의미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우리는 집에 어른이 찾아오시면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하고, 공손히 절하고,
자리에 앉아 어른의 말씀을 듣고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어른께서 중요한 말씀을 하실 때는 일어서서 듣고,
어른께 간절히 청하거나 어른의 뜻을 따르겠다는 마음을 표현할 때는 무릎을 꿇는다.
미사는 크게 나누어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이다.
여기에 '시작 예식'과 '마침 예식'이 덧붙여 있다.
미사 때 드리는 기도, 성서 봉독, 봉헌, 영성체 등의 의미는 차츰 배워가겠는데,
우선은 교리서의 242쪽부터 263쪽까지의 <미사 통상문>을 참고하고,
<매일미사>라는 소책자를 보면서 미사에 참석하면 곧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것이다.
미사 시작 전에 해설자들이 안내를 하고 성가 번호는 전광판에 표시를 한다.
시작 예식은 입당부터 본기도까지,
말씀 전례는 1․2 독서와 복음 봉독, 강론, 보편 지향 기도로 끝난다.
성찬 전례는 예물 준비부터 성체와 성혈 축성, 주님의 기도, 평화의 인사, 영성체 순으로 진행된다.
세례성사를 받은 신자들은 미사 중에 거행되는 영성체 예식 때
예수님의 몸을 받아 모심으로써 예수님과 일치하고 교회 공동체와 일치를 이룬다.
즉 미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한솥밥을 나누어 먹는 가족이 되는 거룩한 제사이자
축복의 잔치이다.
아직 세례성사를 받지 않은 예비신자들은 미사에 참여할 수 있고,
또 마땅히 미사에 참여해야 하지만, 아직은 성체를 받아 모실 수 없다.
성당에서 자매들이 미사 때 머리에 쓰는 하얀 머릿수건은 '미사보'라고 한다.
이것은 초대 교회 당시 여성들이 교회의 공식 예절 때 머리를 가리는 관습이 있었는데,
그것이 전통으로 내려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자들이 외출할 때는 쓰개치마로 머리와 얼굴을 가리고 다녔던 풍습이 있었다.
그래서 천주교의 전통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지금까지 미사보를 쓴다.
미사보를 쓰는 또 다른 이유는 영세식 때 흰옷을 입히는 절차로 사제가 하얀 보를 영세자에게
씌워주는 예식이 있는데, 이는 순백의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미사를 주례하는 사제는 제의를 입는다.
우리가 입는 옷은 일정한 신분과 기능을 나타내기도 한다. 판사의 법복, 학생의 교복,
군인의 제복 등이 그렇다. 우리가 파티에 참석할 때는 화려한 옷을 입고,
소풍을 갈 때는 간편한 옷을 입고, 장례식에 갈 때는 검은 옷이나 단정한 옷을 입는다.
제의는 제사를 주관하는 제관(사제)의 복장이다.
교회에서 사제가 미사 때 입는 제의의 색깔은 전례적 의미를 갖고 있다. 예컨대
흰색은 기쁨과 빛, 생명, 영광, 결백을 상징하고, 붉은 색은 사랑, 고통, 순교 등을 상징하며,
보라색은 통회, 절제, 등을, 녹색은 생명의 희열과 희망을 상징하기 때문에
전례시기에 맞춰서 적절한 색깔의 제의를 입는다.
교구와 본당
전 세계의 모든 가톨릭교회를 통칭할 때 일반적으로 보편교회(세계교회)라 하고,
보편교회는 수많은 개별교회(지역교회)로 이루어진다.
보편교회의 최고 사목자는 교황이며, 현 교황은 베네딕토 16세이다.
개별교회는 교구라고 부르는데, 보편교회의 하급 행정단위가 아니라,
그 자체로 유일하고 단일하며 완전한 가톨릭교회이다.
그리고 각 교구의 최고 사목자는 교구장 주교이다. 교구장 주교는 교황이 임명한다.
각 교구는 독립적이고 완전한 천주교이다.
그리고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있어 함께 의논하고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천주교 신자들은 누구나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교구와 본당에 소속되어 신앙생활을 한다.
천주교는 속지주의라 신자가 이사를 하면 그 지역 본당으로 옮겨가게 된다.
본당에는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책임지는 주임신부(또는 보좌신부와 함께)가 상주하고 있다.
본당신부는 미사와 각종 성사를 집전하고,
신앙 상담과 가정 방문을 통해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이끌어준다.
사람이 태어나면 국가에서 호적에 이름을 올리듯이 세례 받은 신자는 본당에 교적을 갖게 되고,
타 지역으로 이사할 때는 주민등록을 옮기듯 교적도 옮기게 된다.
신자들은 본당 공동체와 함께 한마음으로 예배를 드리고 함께 기도하며 공부한다.
또한 서로 형제적 사랑을 나누고, 이웃에게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며 선교사명을 수행한다.
본당에서는 신자들의 혼인과 장례가 이루어지고 자녀들의 신앙교육도 담당한다.
본당생활은 곧 교회생활이고, 신자들은 본당을 중심으로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신앙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본당은 천주교 신자들에게 신앙생활의 터전이다.
예비신자
우리는 직업인이 되기 위해서 고된 전문 교육을 받아야 하고,
취미 생활을 익히기 위해서도 공부를 해야 한다.
교회는 예비신자들에게 일정한 기간(약 6-8개월) 동안 그리스도교 교리 지식을 습득하고,
신앙생활을 익히며, 공동체와 친교를 쌓도록 하고 있다.
예비신자 기간은 우리의 구원을 위한, 우리의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한 작은 투자에 불과하다.
그리스도교에 입문하는 것은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맺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자 공동체와도 친교를 맺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당 신자들과 형제적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세례를 받을 때 신앙의 부모 역할을 해줄 대부, 대모를 정하게 되는데,
지금부터 존경하거나 모범이 될 만한 신자들 중에서 미리 대부모 서줄 것을 부탁하여
신앙생활에 대한 조언을 얻고 다른 신자들과 친분을 쌓는 데 도움을 받는다면 좋을 것이다.
예비신자들은 장차 교회 공동체의 일원이 될 존재들이다.
그러므로 세례 받은 신자들이 누리는 영적 혜택들을 누릴 수 있다. 미사, 기도모임,
교육이나 피정, 반모임에 참석할 수 있다. 장례예식 역시 세례 받은 신자와 똑같이 이루어진다.
사도행전 2,42-47(교리서 31쪽)을 읽는다.
형제애로 보살펴주는 교회공동체
우리는 가정, 직장, 동창회, 등산회, 계모임 등 많은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다.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은 단순한 친목회원이 아니라
한 분이신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는 자녀들로서 한 형제요 자매인 것이다.
하느님 가족이라는 가정 공동체이다. 우리가 신앙 가족으로 다시 태어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은총과 신자 공동체로부터 사랑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천주교 신자들은 이미 거룩해진 사람들이 아니라 거룩해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교회공동체라는 밀밭에는 밀도 자라고 가라지도 자란다.
따라서 어떤 신자 때문에 마음을 상하거나 손해를 입는 일이 있어도
그것을 가려내는 일은 우리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실 것이다.
우리의 신앙이 그것 때문에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성경, 지혜의 샘 > 김양진 선생님의 가톨릭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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