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렌 가족 이야기를 보면서 학생들이 이런 말을 해요.
“왜 잘 키우지도 못할 거면서 애를 입양해요?”라구요.
괘씸한 생각이 들어서 “중요한 건 사랑이야”라고 대꾸해주었지만..
엘렌 부부가 아이들을 입양하기까지 얼마나 어려웠을지 짐작이 가요. 실은 입양을 반대하는 것이 당연한 거지요. 예전 같았으면 저라도 그랬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집을 나설 때마다 저도 얼마나 조마조마한지요. 상처받을까봐 넘어질까봐 걱정하지요.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올 때는 속이 까맣게 타구요. 그치만 하느님을 알고 난 지금은 반대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살아있는 것도, 제 가족이 매일 매일 건강하게 지내는 것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숨 쉬는 것까지 다 하느님께서 업고 안고 돌보셔서 그렇지요.
엘렌 가족 이야기를 보고 눈물로 성령께 깊은 감사를 드렸지요.
“사랑하는 성령님! 당신이 하신 일이군요. 맹인 부부가 아이들을 입양할 마음을 갖게 하시고,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무사히 잘 키워내게 매 순간 지켜주셨군요. 그 부부의 믿음과 사랑을 촉매로 ‘신비’라고밖에 표현되지 않을 아름다운 일을 해내셨군요. 사랑이 있는 곳에는 늘 그렇게 아름다운 기적을 보여주시지요. 성령님! 그 사랑의 손길로 저를, 저희 가족을, 제가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이들을, 온 세상 사람들을 머리카락 개수까지 다 헤아리시는 섬세함으로 돌보고 계심을 압니다. 사랑이신 성령님! 저희 안에서 저희와 함께 해 주시는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우신지요. 사랑합니다. 저희에게 해주신 모든 것들에 감사합니다.”
엘렌가족 이야기를 보면 누구나 자신의 부족한 점을 돌아보게 되고, 그 가족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겠지요. (정서장애가 아니라면..)
남편이 성탄전야미사 후 집에 돌아와서 그래요.
“아, 정말 감동적이었어. 하지만 사람들은 ”저 사람들은 정말 훌륭하다. 성인들이구나. 그렇지만 내가 걸어야할 모습과는 동떨어져 있지. 나는 성인이 못되니까..”하고 한번 감동하고 끝이야. 그것으로 끝이라구.“
저도 바로 그 점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나 인간적으로나 영적으로 소경처럼 살 때가 참 많지요. 소경처럼 제 앞가림하기도 힘들어하고, 장애물도 못 보고, 어둠 속에서 두려워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소경같은 저희들을 통해서 성령께서는 참 놀라운 일을 곧잘 하셔요. “주님께서 저희들의 비천함을 돌보셨습니다. 아멘.”
신앙인들이 성령께 온전히 의탁하지 못하고 거룩해질 결심조차 하지 않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예요. 거기에서만 그치면 다행인데, 다른 사람들이 성령의 은총을 받고 성령께 의탁하고, 하느님의 섭리를 느끼고 감사하는 것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이들이 있어서 걱정이에요. 그들의 좋지 않은 에너지는 늘 좋지 않은 열매를 맺어요. 그런 마음은 분명 교만에서 나오거든요. 그런 교만은 교묘하게 일파만파 피해를 주지요.
“너는 눈이 안 보이지. 애를 키울 능력이 없는 거야.”라고 엘렌가족의 입양을 반대했을 사람들처럼
“너는 이런 저런 면에서 부족하지. 인간적인 결점도 있지. 그래서 하느님의 사랑을 지켜나가고 전할 능력이 없는 거야.”라고 얕잡아 보는 거지요.
그들은 우쭐해서 판단하겠지만, 성령께서는 그런 영혼들에게 무척 화를 내셔요. 신앙인들에게는 “능력없음. 인간적인 결점”보다는 “사랑없음, 교만”이 가장 위험한 ‘악’인가 봐요.
하느님의 선하심과 아름다우심은 엘렌가족과 같은 가장 힘없고 나약한 이들을 통해, 철부지들을 통해 드러나지요. (가끔은 스스로 똑똑하다는 이들은 분통을 터뜨릴만도 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ㅎㅎ)
예수님께서 “너의 죄가 나에게 가까이 오는데 도움을 주었지”라고 하셨지요. 한동안 그 말씀의 뜻을 제대로 몰랐었는데, 요즈음 제 주위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제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한심한 감정들을 지켜보면 참 맞는 말씀이구나 하게 돼요. “제 부족함을 보지 마시고, 제 믿음과 당신께 대한 사랑만 보아주셔요.”라고 기도하게 되지요.
예수님께서 부족한 저와 제가 소중하게 여기는 분들에게 강복해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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