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레지나의 메모

예수님은 내숭쟁이?

김레지나 2008. 10. 14. 09:56

야고보아저씨 묵상을 읽었어요.

추기경님 말씀과 비슷하게 '예수님의 약점'에 대한 묵상을 해서 보내주셨네요.

예수님은 내숭쟁이라는 말씀 읽으며 웃었어요.

전능하시니까 무능하실 수도 있다고 하지만..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기도 믿기도 쉽지 않지요. 

 

저도 전에 예수님이 왜 라자로 무덤 앞에서 우셨을까? 의아하게 생각했었지요.

부활해서 걸어나오게 될 줄 뻔히 다 아시면서 금방 기쁨의 잔치가 벌어지게 될 줄 아시면서,

일부러 사흘이나 기다렸다가 가셨으면서, 왜 마음이 북받쳐서 우셨을까?

 

예수님이 저한테 덜컥 말을 거셨어요.

그 날은 아주 길게 여러 말씀 하셨었지요.

라자로 이야기가 저를 위로하는 첫 말씀이었어요.

넘 기분이 안 좋아서 저 혼자  큰방 침대에 누워 잠시 쉬려고 할 때였어요.

"너 내가 왜 라자로 무덤 앞에서 마음이 북받쳐서 울었을까 의아해했지?

물론 나는 다 알고 있었다. 라자로가 부활하고 마리아와 마르따가 기뻐하게 될 것을...

그렇지만 나는 그들이 잠시라도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고 마음이 아팠다...................

내가 네 마음 다 안다. 그러니 외롭다고 하지 마라. 슬퍼하지 마라.."

분명히 예수님 말씀이셨어요..

모든 순간에 실제 인간으로 우리 곁에 계시는 것처럼 우리와 함께 하시고,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와 같이 느끼시고, 우리를 위해 아파하신다는 말씀이었지요.

예수님은 전능하시니까 무능하신 것처럼, 다 아시니까 모르시는 것처럼,

우리와 함께 계실 수 있으신 거지요.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방식이지요.

 

저는 하느님을 만나면 늘 울게 되는데. 별로 놀라지는 않아요. 왜 그런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20여년 전에 2년동안 저를 괴롭히던 치루가 하루만에 완전히 나았을 때도,

성부하느님의 말씀을 들었을 때도, 엄마가 제 기도응답인 환시를 보셨을 때도, 

예수님의 답장을 받았을 때도, 다른 표징을들 주셨을 때도..

고마워서 엉엉 울기는 하지만 놀라고 두려워하지는 않아요. 그냥 그런가보다 하지요..

 

"믿는 사람들에게는 기적을 설명할 필요가 없고,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기적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하느님께서 저한테는 믿음을 선물하셨기에, 저 자신에게는 기적을 설명할 필요가 없는 거지요.

그래서 놀랍지도 않은가 봐요. 제겐 당연한 일이니까..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11,37-41


 

  그때에 37 예수님께서 다 말씀하시자, 어떤 바리사이가 자기 집에서 식사하자고 그분을 초대하였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그 집에 들어가시어 자리에 앉으셨다. 38 그런데 그 바리사이는 예수님께서 식사 전에 먼저 손을 씻지 않으시는 것을 보고 놀랐다.

39 그러자 주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정녕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 40 어리석은 자들아, 겉을 만드신 분께서 속도 만들지 않으셨느냐?

41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

 


  예수님을 흉보는 재미

 


  나는 나름대로 예수님을 흉보고 싶습니다. 예수님을 설명하는데 이렇게 해도 괜찮은지 나도 잘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설명을 붙였다고 나를 야단치시고, 지옥으로 몰아넣으실 분이 아니시라는 것을 믿기 때문에 손자가 할아버지의 수염을 잡아서 뽑아내듯 예수님을 붙잡고 흔들고, 넘어뜨리고, 매달려 보고 싶습니다.

 


  1. 예수님은 참으로 지저분한 것을 모르시는 분입니다. 식사를 하시기 전에 손을 씻지도 않으시고, 소경을 눈 뜨게 하실 때도 침을 뱉어 진흙을 짓이겨 눈에 붙이시고, 나병환자를 가까이 하시고, 죽어서 며칠이 지난 송장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무덤으로 들어가시더니 돌아가실 때는 악당들의 침과 당신의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되시고, 복음을 선포하시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며칠을 씻지도 못하시고, 땀으로 범벅이 된 속옷을 어머니께 빨래 해달라고 부탁도 하시지 못해서 땀 냄새가 풍풍 날 것이니 그분은 지저분하시고, 지저분한 것을 모르시는 분 같습니다.

 


  2. 예수님은 참으로 못 말리는 교육자이십니다. 당신이 아무리 가르쳐도 도대체 배울 생각이 없는 바리사이들을 뻔히 알고 계시면서 그들을 가르치시려고 그렇게 여러 가지 교육사례를 만들어 주십니다. 각각의 사례마다 아주 역설과 반론을 제시하시지만 머리 나쁜 바리사이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을 자주도 하십니다. 교육자들은 제자들을 잘 뽑아 가르치고 싶은데 주님은 그런 기대를 아예 포기하셨는지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언제나 바른 교육을 펼치시려고 하시니 분명 지금이나 그 때나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못 말리는 교육자이십니다.

 

 


   3. 예수님은 몽상가(夢想家) 이시라는 생각입니다. 하늘나라를 설명하시면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구원하시려고 겉과 속이 전혀 다른 바리사이들에게까지도 구원을 펼치시는 것입니다. 그렇게 세상 모든 사람을 구원하시려고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그렇게 사셨으니 분명 몽상가일 수밖에 없습니다.

 


 4. 예수님은 인간관계가 정말 좋지 않으신 분입니다. 아부도 모르고, 눈치도 없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 권력자들인 바리사이들과 언제나 다투시고, 나무라십니다. 그래서 그들과 앙숙이 되시고, 드디어 그들의 손에 돌아가실 계획이시고 그렇게 돌아가셨으니 그분의 대인관계는 정말 못 말리는 관계를 만들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들이 자선을 베풀지 않는 것을 대놓고 꼬집고, 자선을 베풀라고 말씀하시니 그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우리에게 인간관계를 잘 가지라고 말씀하시니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씀을 하십니다.

 


  5. 예수님은 못 말리는 내숭 떠는 분이십니다. 바리사이들이 어떻게 나올지, 그들의 생각을 속속들이 전부 알고 계시는 분이 또 부딪치고 또 문제가 될 것을 아시면서도 전혀 모르시는 척 하시고 바른말을 하십니다. 그래서 또 문제를 일으키십니다. 다만 아주 가느다란 희망도 버리지 못하시고 그 희망에 매달리시는 분이시라는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예수님의 그 약점을 너무 좋아합니다. 너무 고집이 세시고, 너무 억지를 잘 부리시며, 한꺼번에 모든 세상을 바꾸시려는 예수님의 그 과감하고 과단성 있는 전략을 흠모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은 정말 수많은 약점을 가지고 계시며, 그 약점을 세상 사람을 사랑하시고, 구원하시려는데 전부 투입하시려는 분이십니다.

 


  주님, 당신의 그 약점을 사랑합니다. 그 때문에 제가 주님을 믿고 의지하며, 따르고 있답니다. 엉터리 같은 저를 받아주소서. 당신의 사랑하는 품으로 안아주소서. 자비의 주님!!

 

 

순교자와 함께하는 하루   

   “우리는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소. 우리는 사람들의 영혼을 구하기 위하여 당신들 나라에 왔소. 여기서 죽을 작정이오.”- 범 라우렌시오 앵베르 조선 대목구장

(김대건 신부의 조선 순교사와 순교자들에 관한 보고서 중에서)

 

 

 

                                         - 야고보 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