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06년

기도하는 자세 - 2006년 5월

김레지나 2008. 8. 31. 17:53

기도하는 자세


보이지 않는 하느님!

제가 기도할 때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왔다리 갔다리 하잖아요?

기도하는 장소도 따로 없구요.

설마 그렇다고 제 기도가 안 반가운 건 아니지요?


엉터리인 것은 하느님도 마찬가지예요.

사람을 용서 못하고 너무나 괴로울 때

하필이면 엄청 부끄러울 때 사랑고백 받아가셨잖아요.

폼도 안 나게 화장실에 있을 때 뭐라고 해 주시지를 않나.

하느님도 폼하고는 영 담 쌓으셨나 봐요.

하느님은 저보다 한 술 더 뜨시던데요.


하느님은요.

제가 아무리 엉터리 자세로 기도해도

감지덕지 하셔야 돼요.

보이지도 않는 존재한테 말 거는 게 쉬운 일인 줄 아세요?

하느님이야 모든 존재를 다 보실 수 있겠지만

저희야 어디 그렇게 만들어 주셨어야죠.

하느님이 어떻게 우리의 답답함을 헤아릴 수 있겠어요?

안 보이는 존재가 있어야

우리들의 고충을 아시지요.


아무튼 그러니까요. 하느님

폼내서 기도하지 않는다고

나무라지 마시라는 얘기예요. 제 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