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신부님들 말씀

그분을 따라는 길에서도 어둠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 / 이종찬 라우렌시오 신부님

김레지나 2018. 7. 1. 15:18

“그분을 따르는 길에서도 어둠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종찬 라우렌시오 신부 노암동성당 주임


  신앙의 길에 첫 발을 내딛은 이들은 이내 당황하고 맙니다. 왜냐하면 이제 자신의 길에 좋은 일만 가득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시련이 찾아오기 때문이지요. 가까운 이들의 갑작스런 죽음, 사업의 실패, 교회와 성직자 수도자, 동료 신앙인들에 대한 실망,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삶의 문제들, 이해되지 않는 의문들, 그로 인한 마음의 답답함……. 우리는 이런 것들 때문에 계속 신앙의 길을 가야 하는지 회의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 신앙의 길에도 어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성경의 위대한 신앙인들도 이를 경험하였지요. 그들에게도 많은 위기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위대한 신앙인으로 우리의 존경을 받는 것은 하느님께 대한 굳은 신뢰로 그 길을 끝까지 걸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어둠을 바라지 않았지만, 그 어둠을 통해 더욱 찬란한 빛을 바라보았지요. 그들은 결국 ‘비탄을 춤으로 바꾸시는 하느님을 찬송하였습니다.’  우리의 신앙 여정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희망으로 걷는 길이어야 하지요.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회당장 야이로와 하혈하는 여인이 자기 삶의 어둠을 통해 예수님께 나아갔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리고 나날이 짙어지던 그 어둠을 통해 빛이신 예수님을 더욱 깊이 신뢰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바라봅니다. 밤새 아침이 밝아오기를 기다리던 사람이 동녘에 떠오르는 해를 만나듯, 예수님께 걸었던 그들의 희망은 마침내 이루어졌지요.
  오늘 복음에서 회당장 야이로는 사랑하는 딸을 살리려고 예수님을 찾아 나섭니다.그리고 그분 앞에 엎드려 가장 겸손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예수님께 청하지요. 예수님은 그런 그와 함께 길을 나서십니다. 한걸음 한걸음이 다급한 마음이지만 야이로는 그분과 함께 걷는 그 길을 묵묵히 따르지요. 한시가 급박하지만 그는 말이 없습니다. 그분이 잠시 길을 멈추시고 다른 하혈하는 여인에게 은총을 베푸실 때에도 그는 답답하고 애타는 마음을 감추고 그 길에 서 있습니다. 그때 야속하게 들려온 딸의 죽음 소식에서 마저도 그는 아무 말이 없지요. 그저 그분과 함께 그 길을 가고자 할 뿐입니다. 상황은 더욱더 어두워질 수 있고 힘겨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의 이 길이 그분과 함께 걷는 길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분은 이미 우리의 청을 듣고 계시며 우리와 함께 길을 나서셨습니다. 매일 매일의 여정이 그분과 함께 걷는 여정임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가 끝까지 믿는다면 그분은 마침내 당신의 놀라운 일을 이루실 것입니다. 그러니 삶의 우울함과 좌절감에서 일어나시기 바랍니다.   “탈리타 꿈!” (마르 5,41)

 

                                                             2018년 7월 1일 춘천교구 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