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미사 때 성체를 모시고 들어와
하느님께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난 감사를 드리고 있었다.
환한 마음으로 자꾸자꾸 고맙다고 말씀드리던 중에
문득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느님께도 우리를 사랑하시는 일이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피땀을 흘리시며 물리치고 싶으셨던 고난의 잔!
그 잔을 성자 예수님과 하나이신 우리를 지으신 성부 하느님께서 함께 마시셨다.
하느님께도 당신의 목숨을 바치는 결단이 힘드셨고
하느님께서도 수난을 받아들이는 어려움을 감당하셔야 했다.
흔히들 하느님께서는 사랑 그 자체이시고 전능하시니
당연히 사랑하시고 마땅히 십자가를 선택하심으로써 우리를 구원하셨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하느님에게도 사랑이 어려웠다.
하느님에게도 구원은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고 한편으로는 모험이었다.
그래서 그 사랑이 값지고 고맙고 완전한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하느님께 종알거렸다.
"그죠? 하느님? 하느님도 어려우셨지요? 당연한 거 아니었지요?
그래서 더욱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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