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17년

이제는 제 눈이 당신을 뵈었습니다.

김레지나 2017. 3. 1. 18:43

아침에 못 일어나고 비몽사몽 자고 있는데,

에너지 넘치는 골롬바 언니가 방문을 두드려 깨워서

하는 수 없이? 재의 수요일 미사에 다녀왔어요.

성가 중에 "십자가에 가까이 내가 떨고 섰네. 거기 있는 구원을 내게 비추시네."

다시 가슴이 뜨거워지더니,

욥의 고백이 우리들 십자가에 대한 완벽하고 아름다운, 어쩌면 유일한 답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제는 제 눈이 당신을 뵈었습니다."

 

며칠 전에 제가 00한테 강길웅 신부님 사제 되신 동기를 이야기해주었어요.

예수님이 "네 죄는 용서 받았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사제 되라고 한 부르심에 대답하지 않는 것, 그것은 네가 평생을 빌어도 용서 안 하겠다."라고 하셨대. 라고 했더니

00이 그래요.

"하느님이 너무 하시네. 그럼 신부님네 빚을 좀 갚게 해주시든지, 사제 안 되는 게 죄도 아닌데, 그런 걸 용서 안 하시면 어떡해?"

제가 웃으면서

"그거 하느님 뻥이지. 그렇게 충격과 확신을 주어서 늦은 나이에 신학교 가게 하려고. 성경에 보면 하느님이 얼마나 과장법을 많이 쓰시는데.. 재밌다니까. 예언자들도 그래. 아무리 힘들어도 그렇지. 세상에 태어나지 말 것을 하면서 불평하기도 하고..."

00가 "욥도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제가 "욥한테 하느님이 그러시잖아. 내가 세상 만들 때 너 뭐했냐고...고통에 대해 답은 안 해주시고...그때도 하느님이 너무하신 거지. 웃기신다니까"

00가 "나는 욥기 읽으면서 황당하고 어이가 없던데요?"

제가 "그치만 그게 유일한 답이야. 욥이 얼마나 아름다운 고백을 하니? "이제는 제 눈이 당신을 뵈었습니다."라고. 하느님을 본 사람들은, 하느님 사랑의 한 자락만 스쳐도 평생을 사서 고생하려 들 정도로 변화가 된대. 이 세상에서든 저 세상에서든 우리가 하느님을 뵙는 순간, 그 모든 고통들에 대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 욥기가 갑작스러운 억지 결말을 맺는 것 같지만, 실은 아름다운 결말이야. "이제는 제 눈이 당신을 뵈었습니다." 라고 고백할 수 있으면, Game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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