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독서 : 이사야서 40,1-11
복 음 : 마태오 18,12-14
사랑하면 함께 있고 싶고, 미워하면 꼴도 보기 싫은 것이 너무도 당연한 마음입니다. 그래서 결혼해서 함께 사는 배우자가 계속 사랑스러우면 천국을 사는 것이고, 만약 미워지기 시작하면 천국이 지옥으로 변하게 됩니다. 미운 사람과 어쩔 수 없이 한 집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 바로 지옥과 같은 삶이기 때문입니다. 미워하면 천국에 갈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지옥에 있는 것입니다.
마리아 고레띠 성녀는 자신을 범하려다 맘대로 되지 않자 자신을 수십 차례나 칼로 찌른 청년을 숨이 마지막 넘어가기 전 온 힘을 다해 용서합니다. 용서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온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그 극도의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찌른 그 사람과 함께 천국에서 영원히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자신을 죄짓게 하려고 하고,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주고, 피어나지도 못한 채 죽게 만든 사람과 함께 영원히 살고 싶다고 고백하는 모습은 감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고 성녀의 바람대로 그 청년도 실제로 회개하여 지금 천국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성인과 악인의 차이가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행복한 사람은 원수까지도 행복해지기를 원하고, 불행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들까지도 불행해지기를 원합니다. 천사가 인간을 하늘나라 행복에 함께 하기를 원하는 이유이고, 악마가 갖은 수를 써서 인간을 지옥에 떨어뜨리려는 마음이 이것입니다. 모두가 구원받기를 원하는 마음이 천사의 마음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길을 잃지 않은 아흔아홉 마리 양보다 길을 잃었다가 다시 찾은 한 마리 양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와 같이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잃어버리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다.”
즉, 하느님의 뜻은 단 한 사람도 지옥에 떨어지지 않고 구원받는 것입니다.
개신교의 어떤 신학자들은 예정설을 이야기하며, 구원받을 사람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는 오늘 복음말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생각입니다. 어떻게 하느님께서 자녀들을 창조하시면서 구원될 사람들과 구원받지 못할 사람을 나눠놓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열 손가락이 있는데 아홉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하나가 떨어져나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몇 년 전에 친구를 시켜 길가는 어머니를 차로 쳐서 죽이고 보험을 타내려고 했던 폐륜아가 경찰에 구속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어머니는 돌아가시지 않았고, 휠체어를 타고 경찰서에 와서 아들을 잘못 키운 자신에게 대신 벌을 주고 아들은 다시 기회를 달라고 했던 뉴스가 있었습니다.
한 어머니도 자신을 해하려 한 아들을 위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면, 하느님께서야 더 큰 사랑으로 우리 모든 인간이 구원받기를 희망하시지 않겠습니까? 어머니도 아이를 낳기 위해 고통을 당하셨지만, 그 영혼까지도 만들어 넣어주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은 어떤 누구도 지옥에 떨어질 것을 정해놓고 창조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리스도는 구원받을 몇 명만이 아니라 모든 인류를 위해 피를 흘리셨습니다. 그 분의 피 안에서 씻기지 않을 만큼 큰 죄는 없습니다. 구원받을 선택된 몇 명만을 위해 피를 흘리셨다고 말한다면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어떤 누구도 잃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다. 그리스도의 피는 단 한 방울만이라도 온 세상을 구원할 힘이 있고 그 구원을 원치 않는 한 사람 한 사람 때문에 더 고통스러워하십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 마음속에 ‘저 사람은 구원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분명 이는 하느님의 뜻과는 다른 마음을 지니고 살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내가 제일 미워하는 사람까지도 다 구원받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원수를 위해서까지 기도를 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이런 마음이라면 바로 이 세상이 천국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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