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를 위한 하느님의 선물 (양치기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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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를 위한 하느님의 선물
계속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일거수일투족이 우리를 깊은 성찰과 고민에로 초대합니다.
최근 각 지역 교회에 파견되어 있는 교황 대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교황님께서는 정말이지
시의적절한 그러나 쉽게 꺼내기 힘든 말씀을 토해내셨습니다.
주교임명 제청권을 지니고 있는 교황 대사들에게 이런 부탁을 하신 것입니다.
“제게 있어 가장 큰 걱정꺼리이자 중요한 과제는 미래 주교들을 임명하는 일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주교들은 다른 무엇에 앞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증인들이어야 합니다. 경력이 화려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대신 기도하는 주교, 세속적인 삶에 매몰되지 않고 보다 가치 있고 영적인 삶을 추구하는 주교,
하느님 현존 안에 인내로이 관상할 수 있는 주교, 복음을 배반하지 않은 주교,
군주나 관리자로서가 아니라 참 목자로서의 주교가 필요합니다.
용기를 내고 들판으로 나가십시오. 저를 대신해서 그런 주교들을 찾아주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년 전 말씀하신 아주 강도 높은 발언,
“교황대사로서 수행해야할 첫 번째 임무는 적절한 주교 후보자들을 천거하는 일입니다.
부디 야심이 있는 사람들, 주교직을 노리는 사람들을 조심하십시오.
저는 주교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을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라는 경고를 되풀이하신 것입니다.
며칠 전 교황님께서는 바티칸 광장에서 개최되는 삼종기도 시간에
13명의 새로운 추기경 명단을 발표하셨습니다. 그 중에 한분의 이름이 눈에 확 띄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대체로 대주교나 주교였는데, 이분만 사제였습니다. 그것도 은퇴사제.
알바니아 출신 에르네스트 시모네 신부님이십니다. 그분은 공산 정권 하에서
두 번이나 사형선고를 받으셨습니다. 18년 동안에 걸쳐 강제수용소에서 중노동에 시달리셨습니다.
그러나 공산 정부로부터의 갖은 협박과 탄압 속에서도 사목자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으셨습니다.
언제 풀려날지도 모르는 기약 없는 수용소 생활 중에도 사제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간수들의 눈을 피해 미사와 고백성사를 집전했습니다. 몸과 마음이 아픈 수감자들을 살뜰히 챙겼습니다.
자기 한 몸 돌보기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자신보다 더 힘들어하는 동료 수감자들에게
끊임없이 위로하고 희망을 불어넣어주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지난 2014년 알바니아를 사목 방문하실 때 시모네 신부님을 만나셨습니다.
그의 감동적인 신앙고백 앞에 교황님께서는 눈물까지 흘리셨습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한참동안 그를 꼭 안아주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잔혹하고 비열한 공산정권의 압제 앞에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꿋꿋이 신앙을 증거한 알바니아 교회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표현으로
고령의 시모네 신부님을 추기경으로 임명하신 것입니다.
이런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행보 앞에 자주 드는 생각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하다. 우리는 천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 살아있는 성인(聖人) 교황님을 목자로 모시고 있으니 얼마나 축복된 사람들인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불쑥불쑥 건네시는 말씀들이 때로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간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가장 소중한 인생의 진리, 신앙의 핵심을 건드리시기 때문입니다.
어떤 면에서 교황님의 등장은 우리 시대를 위한 하느님의 선물이 분명합니다.
그분의 출현은 우리 시대를 향한 하느님의 표징이기도 합니다.
변방에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더 각별히 챙기고 그들 안에 현존해계시는
하느님을 발견하라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선물로 보내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시대가 열리고 나서 지금까지 시종일관 그분께서는 온 몸으로 외치고 계십니다.
“이제 권위와 군림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범으로 보여주신
겸손과 섬김의 새 시대가 도래 했습니다. 이제 어젯밤의 따뜻한 이부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때입니다.
더 성장하고, 더 쇄신되고, 더 봉사하고, 더 사랑해야 할 새 시대를 열어갈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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