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양승국 신부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 (서구 교회의 몰락)

김레지나 2017. 1. 21. 08:35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때 호황기를 누렸던 서구교회의 몰락이 끔찍할 정도입니다.
신자수의 격감으로 교회들은 무용지물이 되어 텅 빈 교회 건물의 매매가 활발합니다.
매각된 교회는 휘트니스 센터나 스케이트보드 연습장, 상가나 술집 등의 용도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515곳의 본당이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스위스 내 전체 본당 수는 1700개인데, 그중 650곳에는 담당 사제가 없습니다.
네덜란드 가톨릭교회는 향후 최근 10년 간 전체 1600개 가톨릭 본당 가운데
3분의 2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한 대수도원에는 한때 380명의 수도자가 몸담고 있었지만 지금은 39명으로 줄어들었으며,
현재 이 수도원에서 가장 젊은 수도자의 나이는 70세이랍니다.
이 수도원의 사용되지 않는 공간은 호텔로 바꾸기 위해 리모델링하고 있답니다.
 
우리 한국 교회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바라볼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들과 청년들의 신앙생활과 관련된 현 실태를 바라보면
무척이나 비관적입니다. 본당에서 중고생들이나 청년들 찾아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예수님 시대의 교회 공동체와는 너무나 비교·대조되어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 시대 당시 예수님과 제자 공동체는 발길 닿는 곳마다 문전성시를 이루었습니다.
큰 무리의 사람들이 예수님과 제자 공동체를 계속 따라 다녔습니다.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에 머물고 계실 무렵, 너무나 많은 군중들이 몰려와
인명피해가 우려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한 가지 비상 대책 안을 내어놓으셨습니다.
밀려드는 군중들로부터 약간 떨어져 있기 위해 거룻배 한척을 구해 그 위에 오르신 것입니다.
배 위에서 안전하게 말씀을 선포하시고 병자들을 치유하셨습니다.
 
예수님께로 몰려온 수많은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들의 ‘평생소원’을 이뤘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오랜 갈증을 원 없이 채웠습니다. 그 누구도 차별대우 받지 않았고
그 어떤 사람에게도 특별대우란 없었습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치유면 치유, 구마면 구마, 설교면 설교...
그토록 고대하던 하느님 나라가 자신들의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생명력 넘치는 예수님과 제자 공동체와 너무나 비교되는 오늘 우리 교회를 바라봅니다.
점점 활력과 회복탄력성을 잃어가는 우리 교회를 바라봅니다.
더 이상 수직으로 곤두박질치지 않기 위한 묘안이 무엇인가 고민해봅니다.
 
프랑스 교회의 충격적인 몰락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떼제 공동체 언덕은
전 세계로부터 몰려온 수많은 청년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루르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세속화된 세상 한 가운데 가장 거룩한 성모님 성지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성모님의 현존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교회가 생생히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종교라면 고개를 가로 짓는 프랑스인들이지만
엠마우스 공동체 창설자이자 평생을 가난한 이웃들의 아버지요 벗으로 살았던
아베 피에르 신부님을 가장 존경하는 첫 번째 인물로 손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