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작
‘불후의 명작’ ‘불세출의 걸작’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바라보면 볼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깊은 감동과 전율, 기쁨을 선사합니다. 그런 면에서 성인(聖人)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땅위에 두 발을 딛고 사는 이상 다들 너나할 것 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존재려니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우리들 사이에 명품(名品), 곧 성인이 존재합니다.
보면 볼수록 더 보고 싶은 사람,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사람,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 아마 이 시대 성인은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에 조금 더 보탠다면 가장 큰 사랑으로 사소한 일상을 정성껏 살아가는 사람, 작고 보잘 것 없는 피조물 안에 깃든 하느님의 손길을 찾는 사람, 내게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환한 얼굴로 살아가는 사람이 곧 오늘의 성인일 것입니다.
우리 시대 성인은 대단한 기적을 일으킨다거나 특별한 삶을 살아가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일에 열중합니다. 그 무엇도 물리치지 않고 그 어떤 청도 거절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존재, 사건, 만남을 하느님께로 더 나아가는 계기로 삼습니다. 그는 솔직하고 자연스러우며 유머감각도 풍부합니다.
우리 시대 성덕은 왕좌 밑에 감춰져 있을 수도 있고 노숙인의 외투 안에 숨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성덕은 한 나라를 통치함에서 드러날 수도 있지만 작은 노점상 안에서도 발견된다는 것, 오늘 우리에게 큰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할 특별한 성인(聖人)이 한 분 계십니다. 프란치스코 드 살 성인입니다. 그는 어렵게만 여겨졌던 성화의 길이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일찍이 만천하에 공포하신 분입니다. 그가 살았던 시대 사람들은 성화의 길이 아주 어려운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성화는 성직자나 수도자의 전유물로 생각했기에 평신도들은 아예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그 런데 그는 “그게 무슨 얼토당토않은 말이냐?”며 크게 반박하며 이렇게 외쳤습니다. “성인의 길은 모든 사람들에게 활짝 열려 있습니다!” 그는 당시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성성(聖性)의 보편성을 강조했습니다.
성직자·수도자뿐만 아니라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자신의 신분과 직업 안에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완덕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선언한 것입니다. 성화와 관련된 그의 활짝 열린 시각은 400년 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고스란히 수용되고 만천하에 선포됩니다.
프란치스코 드 살 주교님이 우리에게 남겨주신 두드러진 덕행은 그의 한없이 부드럽고 감미로운 사랑이었습니다. 그는 수많은 분야의 교회 박사들 가운데 ‘사랑과 온유의 박사’로 역사에 길이 남고 있습니다.
그는 수많은 이교도들과 적대자들 한 가운데 살아가면서도 여간해서 분노하지 않았습니다. 깊은 고통의 골짜기를 지나면서도 불평불만을 늘어놓거나 가던 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처지가 어떠하든 하느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굳게 믿으며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바쳐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봉사했습니다.
“모든 것을 사랑으로 하고, 아무것도 억지로 하지 마십시오. 불순명을 두려워하기보다 순명을 사랑하십시오.”(프란치스코 드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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