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양승국 신부님

기도클리닉

김레지나 2016. 8. 25. 21:55

기도클리닉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루카복음 11장 9~10절)는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제 기도생활에 대해 한번 성찰해보았습니다.

사실 기도란 것은 굉장히 포괄적이고 다양한 것인데 저 역시 기도에 대해서
너무 소극적이고 제한적으로 생각해왔습니다. 때로 청원기도가 기도의 전부인양 생각할 때도 있었습니다.
마치 우리 조상님들이 그랬던 것처럼 장독대 위에 물 한 사발 떠놓고
천지신명에게 싹싹 비는 것 같은 기도 말입니다.

이것 해주십시오, 저것 해주십시오, 우리 아들 잘 되게, 우리 딸 건강하게, 우리 며느리 장사 잘되게,
만사형통하게, 가화만사성하게, 승승장구하게...때로 우리가 바치는 많은 기도들이
하느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드는 내용이 아닌지 성찰해봐야겠습니다.

기도와 관련해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기도 클리닉’입니다.
지나치게 기복적인 기도는 가장 우선적으로 성찰해봐야 될 측면입니다.
물론 언제나 우리를 사랑하시는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께 자녀다운 마음으로
이런 저런 필요한 것들을 부탁드리는 기도, 참으로 순수하고 또 필요한 기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 합니다. 어떤 분들이 바치는 청원기도를 가만히 들어보면
기도 아닌 기도도 많습니다. 어떤 기도는 기도가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강요요 협박인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기도는 하느님께 우리를 연결시키는 모든 행위입니다.
깊은 묵상에 잠기면서 우리를 하느님과 연결시킬 수도 있습니다.
거룩한 성체를 영하면서 하느님과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염경기도를 바치면서 우리를 하느님과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깊은 침묵과 묵상기도를 통해 우리를 하느님과 연결시킬 수가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우리의 내면을 잘 정화시키고, 우리의 의지를 하느님 쪽으로 잘 방향 짓기만 한다면
소음 가득한 곳에서 일하면서도 하느님과 우리를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하느님 대하듯이 이웃들을 만난다면 그들과의 맺는 관계 전체도 기도가 될 수 있습니다.
매순간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며 숨을 내쉰다면 우리의 호흡조차도 기도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매 순간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충만하게 엮어간다면
우리의 삶 전체를 기도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기도하는데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기다림입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추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도는 자판기가 절대로 아닙니다.
기도에 대한 즉각적인 응답을 기대하는 것처럼 위험스런 일은 다시 또 없습니다.
기도에 대한 응답은 때로 아주 천천히 아주 조금씩, 때로 한평생에 걸쳐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기도 앞에

하느님께서는 자주 인간의 사고방식, 논리, 상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응답하십니다.

하느님께 무엇인가를 청할 때마다 우리는 청하는 바의 내용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청하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하나하나 다 들어주시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것은 들어주시지만 어떤 것은 절대로 들어주시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우리가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에 대한 식별 작업입니다.
우리가 하느님 아버지께 올리는 기도의 내용, 기도의 질, 기도의 순수성이
진정 그분 마음에 드시는 것들인지 아닌지 성찰하고 식별해가며 기도를 드릴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