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16년

인생의 태풍 4

김레지나 2016. 6. 25. 04:15

oo언니가 그러셔요.

이번 겪는 인생의 태풍은 암 전이 선고 받을 때보다도 더 힘들다고...

관계에서 오는 고통, 영적 고통이 더 아픈 법이지요.

고통들에 대한 성찰과 의미 부여를 제 때에 하지 못하면

그 어둠으로 단단한 껍질을 만들어

어떤 치료 처방도 뚫고 들어갈 틈을 스스로 없애버리지요.

근데 그 적당한 때를 알아차리기다 쉽지 않더라구요.

 

제가 매일 두세 시간씩, 대여섯 시간씩 영적 조언과 위로를 뱉어내면서

이렇게 긴 강의는 원고 써서 말하라면 도저히 불가능하겠다 싶지요.

제가 직접 간접으로 체험했던 이야기, 성경 이야기, 주워들은 적절한 말씀 등이

막힘없이 줄줄이 쏟아지는 거여요.

제가 지식의 은사, 분별의 은사를 받았구나 싶어요. 

 

그런데 은사를 전하는 수고는 넘 힘들고 속도조절이 힘들어요.

인생의 태풍에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데 급급해서

인간적인 위로랍시고 그의 고통과 분노에  공감하다보면

자칫 저도 온유함을 잃게 되고 악이 장난 칠 새로운 빌미를 만들어주게 돼요.

그가 영적인 조언을 받아들일만한 단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의 감정과 거리를 두도록 애써야 해요.

물론 너무 거리를 두면 위로가 안 되고요.

(돕는답시고 제가 잘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저는 오직 위하는 마음으로 했더라도요.

  아이고, 하느님, 지송합니다.)

 

또, 그가 고통을 통해 성찰해야할 작업들이 충분히 이루어질 때까지

그의 고통들에 영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미루어야 해요. 

영적인 레벨업이 되려면 마음속 은밀한 생각들까지 깨뜨리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거든요.

태풍을 겪는 김에 마음 밑바닥까지 확실히 뒤집어 성찰하도록 도와야 하는데,

그의 영적 성장을 방해하는 자존심, 질투, 바리사이같은 생각들을 덮어둔 채 의미 치료제만 발라주면 안 돼요.

제가 발라준 영적인 밴드가 자신을 정당화하고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선언문으로 둔갑하기도 하더라구요.

(그의 영적 수준에 적합한 영적 밴드를 찾아내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해요.)

 

하느님의 승리는 내 편에서, 아니면 네 편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우리 각자의 마음에서 부정적인 부분이 드러나고 성찰하게 되는 것,

하느님께 매달리고 하느님께 위로받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

우리의 비참함을 더 깊이 깨닫고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되는 것

그런 변화가 우리 마음속에서 일고 있으면

악의 공격인 것만같은 인생의 태풍 속에서도 우리는 하느님의 승리를 이루고 있는 거여요.

내 편, 네 편, 그런 것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