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15년

성당으로 이끄는 '미끼'

김레지나 2015. 9. 19. 01:57

2016년 9월 15일

 

오늘은 전에 입원했던 병원에서 같이 지냈던 분들을 위해 연미사에 신청한 날이에요.

한 분은 사비나 언니, 한 분은 안나 언니,

며칠 전에 안나 언니의 형제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지난 8월 초에 돌아가셨다구요.

글라라 언니와 세실리아 언니도 연락이 안 되는데, 아마 돌아가신 것 같아요.

연미사 신청은 두 분 이름으로 했지만, 제 마음 속으로는 네 분을 위한 미사를 드렸어요.

 

미사 후에는 오른쪽 이웃집 K형제님과 왼쪽 이웃집 J 언니를 위해

함께 예비자 교리반에 참석했지요.

거의 열 시까지~~... 미사가 무엇인지 배우는데,

좋기는 했지만 체력이 딸려서 힘들더라구요.

저는 어릴적부터 익숙했던 거라 별 생각없이 체득한 것들을

어른이 되어서 배우려니 이렇게 배울 것도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돌아오는 길에 제가 말했어요.

  "교리반에서 배워야할 것은 딱 한 가지여요.

   '하느님께서 '나'를 정말로 사랑하시는구나.'

   그걸 깨닫기 위해  전례니 성경이니 배우는 거지요."

그랬더니 K형제님이 그래요.

   "나는 하느님이 나를 사랑해서 교리 받도록 이끌어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J  언니가 놀라면서

   "나는 아직 잘 모르겠어. 확신도 없고. K형제님이 모범생이야. 그런 생각이 어떻게 벌써 들 수가 있지요?"

K 형제님이 그래요.

   "레지나가 하느님 체험 이야기할 때, '하느님한테 삐쳤다'는 말 듣고 성당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J 언니가 또 놀라면서

   "하느님한테 삐쳐도 되는 거에요?" 했지요. ㅎㅎ 

저도 좀 놀랐지요.

  '그 많은 말들 중에서 우리가 하느님한테 삐칠 수도 있다는 것이 성당 나가게 된 계기라니. 참.

   재미있는 미끼이네.' 

J 언니는 늘 신앙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도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미룰까 고민한다는데,

암수술 받은 남편에게 더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성당 나가는 거라고 하셨어요.

내가 말했어요.

   "그 두려움이 미끼에요. 그런 의미에서 고통은 은총이라지요."

 

저번 주에 같은 교리반 자매가 "저는 수녀님이 너무 보고 싶어서 교리반 나와요. 요즘 은총을 받는다는 것을 알겠어요...."라고 하니까, 우리 수녀님께서 웃지도 않으시고, "그런 감정이 미끼에요."하셨지요.

'미끼'라는 표현이 넘 잼있더라구요. ㅎㅎㅎ

한 사람 한 사람을 성당으로 이끄는 '미끼'는 정말 다양하고 재미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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