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전삼용 신부님

그럼 기도를 안 하셨군요. /마귀의 무기는 낙담, 우리 무기는 기도

김레지나 2015. 5. 20. 23:04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2년 나해 연중 제7주간 월요일 -
“그럼 기도를 안 하셨군요!”

 


 

제가 신학생 때 본당 신부님과 식사를 하는데 신부님께서 교포 사목을 하실 때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신자들이 갑자기 달려와서는 마귀 들린 사람이 있다고 신부님께서 좀 오셔서 마귀를 쫓아내달라고 했습니다. 신부님은 그런 것에 대한 경험도 없고 쫓아낼 자신도 없고 겁도 났지만 사제이기에 얼른 성수와 구마경이 있는 준성사 예식서와 십자가 등을 챙기고 그들을 따라나섰습니다.

정말 한 집에 들어가 보니 마귀 들린 사람이 무섭게 변한 얼굴과 목소리, 눈초리로 온갖 욕설을 사람들에게 퍼붓고 있더랍니다. 신부님은 십자가를 들어 보이고 구마경을 읽고 성수도 뿌리셨습니다. 그러나 그 마귀는 꿈쩍하지 않고 오히려 비웃으며 신부님을 놀렸습니다. 신부님의 약점들을 말하며 당신 같은 사람은 절대로 자신을 쫓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조롱했습니다.

신부님도 사람인지라 자신의 부족한 점들이 떠올랐고 정말 당신의 힘으로는 마귀를 쫓아낼 수 없음을 깨닫고 빨리 그 자리를 뜨고 싶으셨습니다. 그렇게 당황해하시다가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신자들과 기도나 하자.’라고 생각하여, 주위에 있는 신자들에게 묵주를 꺼내라고 하시고 마귀 들린 사람을 중앙에 놓고 빙 둘러 앉아서 함께 묵주기도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묵주기도를 시작하니 그렇게 떠들던 마귀는 겁을 집어먹은 듯싶었고 2, 3단을 넘어갈 때는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신부님과 신자들은 계속 묵주를 돌렸고 4단이 되자 마귀는 신음소리와 기어 나오는 목소리로 마지막 발악을 하였습니다. 5단이 되자 마귀는 그 사람에게서 떠나갔다고 합니다.

 

전설에 마귀가 자신의 작전용 도구를 경매에 부친다는 광고를 낸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광고를 보고 구매자들이 모여들어 마귀의 무기들을 보았습니다. 경매품은 죄에 사용될 무기, 탐욕에 사용될 무기 등이 잘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매품’이라고 표시된 도구가 있어 구매자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마귀는 이 비매품에 대해 구매자들에게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다른 도구는 팔 수 있지만 이것만은 팔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의 가장 강력하고 비밀스러운 무기이기 때문이다. 이 무기의 이름은 ‘낙담’인데 이 낙담을 가지고 사람의 마음을 뚫고 들어가면 인격과 생활을 마음대로 파괴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20세기가 낳은 최고 천재중의 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는 담임선생님의 날카로운 지적이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이 학생은 무슨 공부를 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이러한 내용이 적힌 성적표를 받아든 아인슈타인의 어머니는 낙담해하는 아들을 오히려 달래며 “아들아, 너는 다른 아이와 다르단다. 네가 다른 아이와 같다면 너는 결코 천재가 될 수 없어”라고 격려하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어머니의 말을 받아들였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습니다.

 

달팽이가 겨울에 열리지도 않은 사과나무를 기어오를 때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내가 저 위에 다다랐을 때쯤엔 사과가 열릴 거야.”

 

오늘 복음에서도 벙어리 들린 영을 예수님께서 쫓아내십니다. 처음엔 예수님의 제자들이 쫓아내려고 하였으나 그 영을 쫓아낼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어릴 적부터” 그 영이 그 아이에게 붙어있었기 때문입니다. 병도 시간이 지나면서 깊어지고 결국엔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처럼 악한 영도 사람 안에 오래 있으면 그만큼 그 사람과 하나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그 아이의 부모도 아이의 상태가 너무 심각한 것을 알기에 이렇게 청합니다.

“하실 수 있으면 저희를 가엾이 여겨 도와주십시오.”

‘하실 수 있으면...’ 이 말 안에는 아버지의 낙담이 서려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낙담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하실 수 있으면’이 무슨 말이냐? 믿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는 영을 쫓아내십니다. 제자들은 왜 자신들은 그 영을 쫓아낼 수 없었느냐고 묻습니다.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

 

마귀의 가장 큰 무기가 ‘낙담’이라면, 우리에겐 끈질긴 ‘기도’가 있습니다. 무엇이 가장 큰 무기인지 알아야 적의 가장 큰 무기도 이겨내고 승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기도해도 안 돼요.”라고 말합니다. 만약 안 된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럼 기도를 안 하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