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선생님 본당의 바오로 형제님 이야기입니다.
.사라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바오로 형제님이 직접 말씀하시는 것처럼 옮겨보겠습니다
"나는 왕년에 씨름선수였고, 시내버스 운전 일을 했었어. 세례 받기 전에는 무당을 자주 불러서 굿을 했었지. 그때는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은 다 꼴도 보기 싫어서 기사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성호를 긋거나 기도하고 먹는 사람들이 보이면 상을 엎어버리기도 했어.
그러다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이 년도 넘게 입원해 있었어. 다리뼈가 세 번이나 갈려서 산산조각으로 으스러졌는데, 병원서 내 다리에 줄을 긋더니만 거기까지 자르겠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그렇게는 못한다고 너 죽고 나 죽자며 악을 썼더니, 다리를 안 자르고 수술을 해보자고 하더라고.
수술를 하고 일년 넘게 누워서 지냈어. 가톨릭계 병원이라서 수녀님들이 날마다 와서 기도해주시는데, 그때마다 나는 수녀님들에게 악을 쓰고 욕을 해댔어. 밥상을 엎기도 했고. 그런데도 수녀님들이 매일같이 웃으면서 병실을 방문하시는 거야. 하루는 또 수녀님들이 오셨는데, 소리지르는 것도 지겨워서 건성으로 "그래, 기도해보쇼"했어. 수녀님들이 기도해 주시고 나가셨는데,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휠체어를 갖다 달라고 했어. 근데, 팔 힘이 없어서 못 일어나겠는 거야. 일주일간 팔 힘을 써가며 일어나는 연습을 했지. 그러다 드디어 여러 시간을 끙끙댄 끝에 일 년 만에 휠체어에 앉게 되었어. 그러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겠어? 날아갈 것 같더라고.
휠체어를 타고 병원 여기저기를 다니다가 나도 모르게 병원 성당으로 가게 되었어. 그후로 시간만 나면 휠체어 타고 성당에 가게 되더라고. 내가 성당 미사 시간에도 가서 미사도 드리니까 옆에서 계속 나를 성당에 데려다주고 도와주더라고. 아무튼 열심히 성당을 쫓아다녔지.
어느 날 수녀님이 나한테 그러시는 거야. "형제님은 다음에 세례 받으면 바오로라고 하세요." 병원에서 바오로라는 사람이 성경 어디에 나오는 사람인지 궁금해서 성경을 아무리 읽어도 바오로의 바 자도 못찾겠어. '이것들이 뭔 소리를 나한테 한 거야.'싶은 생각이 들어 화가 나더라고. 아는 사람한테 이야기했더니 구약이 아니라 신약에 나온다는 거야. 그래서 신약을 읽어봤더니, 정말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박해하는 바오로가 나오는데, 신자들만 보면 난리를 치던 나랑 닮았더라고. 나는 세례 받기 전에는 예수님 믿어서 뭐하냐, 차라리 내 주먹을 믿겠다고 큰소리치며 지낸 사람이었거든.
병원 성당에 자주 나가기는 했지만 나는 내가 세례를 받아야하는 건지도 몰랐어. 이 년 넘게 병원에서 지내다가 집에 돌아와서 세례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누가 안내해주는 사람도 없더라고. 그러다 교리를 받고 세례 받을 준비를 하는데, 마귀가 얼마나 방해를 했는지 몰라. 교리 받고 집에 가면 마귀가 집 안에 버티고 앉아 있기도 하고, 그렇게 힘들게 하더라고. 세례 받는 날에 성당에 갈 때는 쓰러질 것 같아서 서 있을 수도 없을 정도였어. 그래도 기어이 이기고 세례를 받았어. 그후에도 마귀들이 어찌나 난리를 쳐대던지, 마침 대부님이 성령기도회 봉사자이셔서, 내 이야기를 듣고 봉사자들이 와서 계속 기도를 해주었어. 그후에는 마귀가 거의 나타나지 않더라고.
아내도 세례를 받으라고 해서 교리반에 다니게 했는데, 그때도 마귀들이 세례를 못 받게 엄청 괴롭혔어. 아내도 무슨 일만 생기면 굿을 했거든. 딸은 신내림을 받았는데, 딸도 한 밤 중에 전화해서 세례 받지 말라고 난리를 쳤어. 어느날은 아내가 눈빛이 이상해지면서 나를 노려보더니 밥상을 뒤엎는 거야. 내가 마누라한테 성수를 뿌리니까, 마누라가 “이까짓 물을 무서워할 줄 알고?”하면서 꿈쩍도 안 하는 거야. 다급한 마음에 십자고상을 갖다가 마누라 몸에 댔더니, “이까짓 나무토막을 내가 무서워할 줄 알고?”하면서 발악을 하는 거야. 안 되겠다 싶어서 성수를 다 쏟아 부었더니, 마누라가 잠잠해지더라고. 그후로도 계속 성령기도회 봉사자들이 집에 와서 기도를 많이 해주었어. 결국 마누라도 세례를 받았지. 지금은 무당인 딸도 "엄마는 엄마대로 성당 다니세요."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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