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우들 식사 테이블에는 보통 여섯 명씩 앉는다.
사흘 전에 입원한 유방암 2기 환우는 개신교 신자이고, 지금 항암 중인데,
앉기만 하면 자신의 신앙 체험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오늘은 내 옆에 앉아서 열심히 간증을 하였다.
"하나님이 지금까지 기도를 다 들어주셨어요.
돈도 많이 벌게 해주셨구요.
이번에도 수술하고 안 아프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정말로 아프지 않더라구요.
병실에서 다들 아프다고 하는데, 나만 안 아팠어요.
다른 사람들은 다 불교 신자이거나 믿음이 없는 사람들이더라구요.
림프액도 다들 많이 나오는데, 저는 안 나왔어요.
하나님이 내 기도를 다 들어주신 거에요.
하나님이 지켜주시는데 울렁거리는 게 말이 되겠냐 싶어서, 울렁거리지 않게 해달라고 하면
곧 울렁거림이 멈추구요.
저는 모든 일이 다 잘되었어요. 하나님이 돈도 많이 벌게 해주셨구요.
그러니, 제 신앙이 미지근했던 거에요. 그래도 십일조는 꾸준히 했어요.
이 모든 이야기를 교회에서도 간증했어요."
다 좋았는데, 같은 병실에 있던 불교 신자 환자는 통증과 림프액 때문에 고생하더라는 말이 거슬려서
웃으며 대꾸해주었다.
"아프고 안 아프고, 낫고 안 낫고를 떠나서 자매님이 이렇게 하느님께 감사하면서 밝게 지내는 것이 은총이에요."
덧붙여 간만에 내 신앙체험을 간단히 십 분쯤 이야기해주었다.
하느님께서는 나만 특별히 사랑하시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을 다 똑같이 특별히 사랑하신다고.
성부 하느님께서 "내가 너에게 의지를 주었다. 그것도 내가 준 것이다."라고 나에게 말씀하셨고,
"내 권능과 영광에 눈멀지 않게 함이라."라고도 하셨다고. 등등.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환우는 교리신학원 나온 S 언니한테
천주교가 마리아를 숭배한다고 떠돌아다니는 설을 근거라고 들이대며 조목조목 따진 적이 있다는데,
내 하느님 체험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왜 마리아 이야기가 안 나오지?하고 놀랐을지도 모르겠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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