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강요셉 신부님

4월 8일 부활 팔일 축제 내 수요일 / 주님,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김레지나 2015. 4. 15. 10:01
4월 8일 부활 팔일 축제 내 수요일 
 
인식에는 세가지 차원이 있습니다. 첫째는 감각을 통해 아는 것이고, 둘째는 이성의 작용으로 아는 것이며, 셋째는 사랑으로 아는 것입니다.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던 두 제자 곁에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함께 걸으십니다. 하지만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들의 감각은 십자가의 죽음의 공포에 짓눌려 있었던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을 건네시며 대화를 하시지만 그들은 아직도 십자가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판단으로는 고통이 사랑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세번째 차원인 사랑에로 그들을 이끄십니다. 그들에게 주신 사랑의 결정적인 행위는 빵을 쪼개는 순간이었습니다. 빵을 쪼개는 것, 이것이 곧 십자가의 행위입니다. 당신의 몸을 쪼개어 주시는 희생이며 너를 위해 나를 내어주는 사랑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식탁에서 당신 자신을 두 제자에게 내어 주십니다. 그제서야 그들은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습니다. 비로소 고난을 겪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것입니다. 자신의 감각과 머리로 깨달아지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주시는 그분의 몸, 나를 위해 쪼개어지시고 부수어지시는 사랑 안에서 그들의 눈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두 제자의 부활 체험은 자신의 감각을 넘어서 예수님이 눈에 보이지 않게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고 또 자신의 기준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도 사라지는 순간 그들의 마음 속에는 뜨겁게 타오르는 것만이 남게 됩니다.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 부릅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눈에서 사라지셨지만 두 제자는 사랑에 눈을 뜨게 됩니다. 그리고 사랑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도망쳐왔던 예루살렘으로 돌아갑니다. 주님이 못박히신 십자가 아래로 말입니다.  
 
두 제자가 예수님으로 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주님께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하며 그분을 집에 모셔들였습니다.  
 
부족한 우리들이지만 우리도 주님께 말씀드립시다. "주님,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와 함께 해 주십시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도 한 식탁에 앉으시어 당신의 몸을 쪼개어 주실 것입니다. 우리도 그 사랑을 먹고 우리 감각과 이성의 한계를 넘어 주님 부활의 사랑에로 건너가게 될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이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서 뜨겁게 타오르게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강요셉 신부